‘한국’에 낚였네… 영국·미국 배만 불려준 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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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낚였네… 영국·미국 배만 불려준 신용평가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7.0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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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계 피치의 한국기업평가·미국계 무디스의 한국신용평가의 ‘등급쇼핑’
순이익의 대부분을 현금배당과 지급수수료 등 명목으로 대거 국부유출
“높은 평가 지급수수료 지불… 그에 걸맞은 평가 제대로 했는지는 의문”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신용평가사의 고배당금에 대해서 논란이 많습니다. 일각에서는 ‘배당금 폭탄’, ‘착취’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과연 어느 정도인지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해 보니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였습니다.

심지어는 순익을 넘는 금액을 현금배당까지 했더군요. 회사 발전을 위한 투자보다는 이전에 남았던 이익을 가져간다는 심보로 밖에 보이지 않는 지경이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3대 신용평가사 중 2곳이 외국계로 국부유출이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이 2곳의 배당금이 특히 많았는데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입니다. 회사명은 ‘한국’이 붙어 마치 우리나라 회사처럼 보이지만 한국기업평가의 대주주는 영국계 ‘피치’이고, 한국신용평가의 대주주는 미국계 ‘무디스’입니다.

최근 아들의 황제병영생활로 논란이 됐던 나이스신용평가(NICE신용평가)만이 국내 김원우 일가가 NICE홀딩스를 통해 대주주로 있습니다. 이들 3개사가 국내 신용평가 시장의 33%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신용평가는 차입자의 재무 상황이나 경제적 환경 등을 평가해 등급을 매기는 것으로, 신용평가사가 내린 신용등급은 투자자와 금융기관 등이 활용하는 데요. 사실상 채권발행 시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2곳으로부터 등급을 받아야 유효하기 때문에 이들이 국내 채권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이 2곳이 ‘등급쇼핑’을 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가장 문제시되는 평가사는 한국기업평가인데요. 매년 65%의 배당성향을 보이다가 지난해에는 무려 188.9%라는 어마어마한 수치의 현금배당을 한 것입니다. 순익의 2배 정도를 배당금으로 챙긴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배당금액은 이익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배당금액의 실질 이익주체가 영국의 신용평가사인 FITCH(피치)가 되면서 국부유출이라는 시선입니다. 피치는 2007년 한국기업평가를 한일시멘트로부터 약 35%의 지분을 470억원에 인수했는데, 현재는 73.55%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배당액 대부분을 대주주인 피치에게 지급하면서 외국계 신용평가사의 배만 불려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3년간(2017~2019년) 한국기업평가의 배당금을 보면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100억3700만원, 105억2800만원을 현금배당해, 배당성향은 65.0%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203억5600만원 였는데 현금배당은 384억4400만원을 지출했습니다. 무려 2배에 가까운 188.9%의 배당성향입니다. 지분율(73.55%)에 따라 피치가 챙긴 배당금은 지난해에만 282억7556만2000원입니다.

회사 성장동력에 쓰여야 할 자금의 상당부분이 배당금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인데요. 이런 배당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시각입니다. 이사회 구성원 7명(기존 6명에서 1명 증가) 중 3인은 피치 사람이고 1명은 대표이사 김기범, 3명은 사외이사이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임금인상률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국기업평가의 지난해 직원 평균임금은 1억1600만원입니다. 김기범 대표는 5억9900만원, 등기이사는 3억7600만원을 받았습니다.

이런 고배당과 고임금에도 사회공헌 척도로 읽혀지는 기부금은 줄었더군요. 2017~2018년 기부금은 각각 846만, 888만원이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에는 776만원으로 쪼그라든 것입니다. 국부유출이라는 심각성이 지적되는 대목입니다.

미국계 회사 무디스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한국신용평가 역시 고배당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2017년 당기순이익이 36억원인데 현금배당은 무려 32억원 지출했습니다. 순익의 대부분을 배당금으로 챙긴 것입니다. 2018년에는 당기순이익 92억원 중 83억원을 지출합니다. 당해 역시 이익의 대부분을 현금배당에 지출한 것이죠.

2019년에도 당기순이익 123억8900만원 가운데 111억5000만원을 현금배당 했습니다. 현금배당성향은 90%입니다. 현금배당금 전액은 지분율(100%)에 따라 무디스로 나갑니다. 무디스는 지난해에 통신비, 전산비, 지급수수료 등 명목으로 7억원도 챙겼습니다.

이렇게 매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챙겨간 무디스의 기부금은 쥐꼬리입니다. 2017년 527만원, 2018년 193만원, 2019년 1225만원이 전부입니다.

상위 3개 신용평사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 기업인 나이스신용평가 역시도 배당금으로 최대주주인 오너의 배를 두둑이 채워주고 있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나이스홀딩스(NICE홀딩스)가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현금배당은 전부 나이스홀딩스(나이스그룹)로 들어가는데요. 나이스그룹은 2018년 3월 김광수 회장이 별세하면서 사위인 최영 부회장이 총괄 책임을 맡았다가 최근 불거진 아들의 황제병영생활 논란으로 사임하면서 2세인 김원우 에스투비네트워크 이사의 조기 등판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김원우 이사는 1993년생으로 28세입니다.

김원우 이사는 아버지인 고 김광수 회장으로부터 지분 24.61%를 물려받았고 그룹의 지주사격인 에스투비네트워크 지분 70.24%를 상속받았습니다. 이로써 김원우 이사와 동생인 김수아씨 지분까지 합하면 나이스그룹은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48.54%가 됩니다. 김원우 이사의 지분가치는 5월 13일 기준 20대 주식부호 중 당당히 1위에 등극합니다. 주식평가액 3311억원으로 2위인 아모레퍼시픽 서민정의 1391억원의 두배를 훌쩍 넘는 금액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지분은 나이스홀딩스가 100% 가지고 있고, 나이스홀딩스는 김원우 이사 24.61%, 동생 김수아 4.27%, 어머니 최정옥 1.0% 그리고 에스투비네트워크가 18.09%로 2대 주주입니다. 이런 지분율에 따라 배당금의 수혜자는 당연 오너일가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최근 3년간 배당금을 보면 역시 천문학적으로 배당을 했는데요. 2017년 배당금은 45억원입니다. 당기순이익이 68억6000만원이니까, 배당성향은 65.6%나 됩니다. 2018년에는 당기순이익이 73억6000만원인데, 현금배당은 66억8000만원을 지출했습니다. 배당성향은 90.8%입니다. 이익의 대부분이 현금배당으로 나간 것입니다. 2019년에도 65억원을 현금배당했는데요. 당기순이익은 79억8000만원으로, 현금배당성향은 81.5%입니다. 이렇게 배당된 금액의 상당수는 지분율에 따라 김원우 이사를 비롯한 오너 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김원우 이사가 챙긴 배당금은 16억원입니다.

기부금은 역시 찔끔입니다. 2017년 441만8000원, 2018년 405만3000원, 2019년 390만1000원이 전부입니다. 배당금은 수십억씩 챙기면서 사회공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기업들의 높은 등급과 고배당이 가능했던 것은 기업들의 채권발행 즉, 자금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이고 동시에 높은 평가등급수수료를 지불했다는 의미”라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과연 그에 걸맞은 기업들의 위험을 적시에 반영하고 정확하게 평가해 투자자들의 수익률 개선 및 자금조달에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새롭게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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