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소송과 ‘물폭탄’ 아파트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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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소송과 ‘물폭탄’ 아파트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6.2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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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데이비드 오길비(작은 사진)가 제작한 광고 ‘해서웨이 셔츠를 입은 남자’. 안대를 착용하고 있는 중년 남성을 시각화하여 소비자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사진=광고명예의전당
데이비드 오길비(작은 사진)가 제작한 광고 ‘해서웨이 셔츠를 입은 남자’. 안대를 착용하고 있는 중년 남성을 시각화하여 소비자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사진=광고명예의전당

“무조건 팔아라(We Sell, Or Else).”

1935년 우울증으로 옥스퍼드를 중퇴한 청년은 농부·요리사를 거쳐 광고인이 됩니다. 외판원까지 경험한 그의 철학은 “팔리지 않는 것은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사실(fact)과 조사(survey)였습니다. ‘불완전판매’가 판치는 2020년, 오늘(6월 23일)은 ‘현대 광고의 아버지’ 데이비드 오길비 탄생 109주년입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현장검사’. 감독 당국이 금융회사를 방문하여 업무활동과 경영상태가 법규에 위배되지 않았는지를 확인·점검하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지난 19일부터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현장검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환매중단 펀드의 투자자들이 투자금 반환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소송단을 꾸리는 법무법인들도 사태의 추이를 보면서 법적대응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번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닮은꼴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옵티머스자산운용이 당초 약속한 자산이 아닌 다른 자산에 투자한 정황과 수상한 자금흐름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펀드 관계사인 사무관리회사(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대한 현장검사도 실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정한은 지난 19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옵티머스운용 펀드 소송단을 모집하는 카페를 개설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곳에서 판매사에 대한 소송 절차와 기간 등을 문의하고 있습니다. 한 투자자는 “(투자금을) 100% 다 받을 때까지 끝까지 갈 것”이라면서 “피해자들이 힘을 모아 소리 내야 한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장인성 법무법인 정한 변호사는 “환매 중단 규모가 더 커질 수 있고, 현재 금감원 검사 등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건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면 본격적으로 투자자들을 모아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 법무법인 오킴스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개최 등을 통해 소송단 모집에 나설 예정입니다.

옵티머스자산운용환매중단피해자모임 카페.
옵티머스자산운용환매중단피해자모임 카페.

법무법인과 투자자들은 특히 펀드 자금이 다른 자산에 투자된 정황에 따라 ‘사기’ 의혹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어제 한 매체는 펀드 자금의 대부분이 특정인과 관련 있는 대부업체 최소 4곳의 사모채권에 투자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알렸습니다. 금감원 현장검사에서 확인한 투자내역서에는 당초 내용과 달리 중소 대부업체의 사모채권들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펀드 손해배상 청구의 경우 운용사, 신탁사, 판매사 3곳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게 된다. 각자의 책임과 의무에 따라 손해배상 여부가 결정된다”라며 “판매사는 불완전판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펀드가 문제될 수 있는데, 이는 수사 또는 재판과정에서 결정된다. 길게 3심까지 가게 되면 5년 정도까지 걸릴 수 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결제원 검사는 빠르면 이번 주 착수하겠지만 운용 자산을 매매하고 보관·관리하는 수탁회사(하나은행)에 대한 검사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등을 확인하기 위한 판매사에 대한 검사는 옵티머스운용 검사결과를 보고, 투자자들의 민원 동향 등을 파악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3일 현재에도 접속 폭주로 열리지 않는 옵티머스 사이트(위).
23일 현재에도 접속 폭주로 열리지 않는 옵티머스 사이트(위).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펀드 투자자들에 ‘동병상련’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미 다 소고기 사 묵어 뱃속에서 소화돼 버렸는데... 어디서 돈을 찾누?” “내가 맡아 투자해주고 싶다.. 난 사기는 안 친다...” “죽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세요” “네이버 까페에 옵티머스펀드 피해자 모임 개설되어 있습니닺”.

철저한 수사와 함께 강력히 처벌하라는 목소리가 들끓습니다.

“사형시켜라.. 형량이 약하니 계속 이런 일이 벌어지지” “이거 냄새가 난다. 이 돈들 부동산 투기꾼에게 갔는지 수사해야 한다” “난 진심 궁금한 게 1000원짜리 빵 훔친 절도죄보다 몇백억 해먹는 사기가 법적으로 약한 게 이해가 안돼. 법이 약하니 사기꾼들이 판을 치지. 법조인들과 사기꾼들의 유착관계도 있을 듯~” “살인범과 사기꾼들은 법이고 나발이고 다 무시하고 최소 무기징역 다 때려버려라 칼 안들었지 사기치는 것들은 살인범이나 다름없다” “바지 만들어서 먹고 튀기. 오래된 사기 수법 중 하나. 몸통은 사채업자고 바지는 한탕 한 것이고. 나머지 2,3,4 호등도 있으니... 옵티머스 만기 도래한 펀드는 까보면 엄청나게 재미있을 듯” “사모펀드들은 대부분 이런 식의 사기이다~ 금융감독원은 사모펀드들 정밀 전수 조사해서 사기꾼들 처단해라”.

펀드 판매사에 대한 성토도 이어집니다.

“하나은행 거르세요. 판매하는 상품들 보면 다 마이너스 나는 것들입니다. 그냥 저축은행 1프로라도 더 주는 적금 넣는 게 손해 안나요” “와... NH 투자증권 같은 이름을 걸고도 이런 짓이 가능하다고?” “NH투자증권은 이런 거 확인 안하고 펀드 돌리냐?ㅋㅋㅋ 금융권업무를 얼마나 대충 보는 건지 참나.. 어이가 없는 나라다 정말” “이 정도면 라임사태부터 은행들 다 사기꾼들 아닌가요..? 정말 너무 심각하네요, 대놓고 사기 쳐도 몸통은 안 자르고, 팔만 자르니..”.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시중은행들이 연 7~8%의 고금리 예·적금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기본금리가 1% 밑으로 내려가자 수신고객을 끌어 모으려는 마케팅 상품입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득이 없어 보입니다.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월 50만원씩 1년 부어 세후 이자 15만5722원을 받는 상품의 경우, 신용카드를 600만원이나 써야 합니다.

최근 경기도 하남의 입주 2년이 된 아파트 주민은 한밤중에 물 폭탄을 맞았습니다. 위층 스프링클러 배관이 터지면서 천장 일부가 떨어지고 집안이 물바다가 된 것입니다. 아파트 공사 업체와 관리업체가 책임을 미루는 사이 사태가 커진 것입니다. 이처럼 금융상품이나 아파트처럼 일단 팔고보자는 식이다 보니 불완전판매도 많고 사후 처리도 ‘나몰라라’입니다.

중국의 사마천이 지은 <사기>에는 70편의 열전(여러 사람의 전기를 차례로 기록한 책)이 있습니다. 그 중 69번째가 부자들의 철학에 대한 기록인 <화식열전>입니다. 사마천은 화식열전에서 법조문을 제멋대로 풀이하여 농간을 부리는 ‘무문농법(舞文弄法)’을 경계합니다. 법을 어기거나 악용해 사익을 취한 이가 있다면 엄벌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의입니다.

“관리가 법을 농락하는 것은 뇌물에 빠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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