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증시와 경제, 왜 따로 놀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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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증시와 경제, 왜 따로 놀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0.06.18 0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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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심각한 충격을 받고 있다. 파장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국제기구 보고서에서 2008년 금융위기는 'Great Financial Crisis' 약자로 GFC로 적는다. Great을 붙이는 것은 이전에 경험 못 한 경제 이벤트이고 끝에 Crisis가 붙은 것은 침체한 경기가 단기간 반등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1930년 공황은 'Great Recession'이라고 표현한다. 이때는 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하며 Recession이 붙었다. 코로나19가 연출하는 지금의 경제 상황을 보면 나중에 Great과 팬더믹(Pandemic) 두 단어가 섞여 쓰이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마지막 단어가 Crisis인지 Recession인지이다. 즉 경기 회복이 V형이면 Crisis이고 이른바 경기 회복 형태가 W, L 등이면 Recession이 붙을 것이다.

Great Pandemic Crisis인지 Great Pandemic Recession인지를 놓고 경제학자, 시장전문가들은 분주하다. 이렇게 경제는 갈림길에 서 있는데 금융시장의 상황은 좀 다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을 확인한 주식시장은 3월 중반 급락했으나 6월 들어 최근까지 대부분 하락을 만회했다. 이미 금융시장은 Crisis로 브랜딩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 같다. 경제와 금융이 따로 움직이는 이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을 놓고 경제학자와 전문가의 의견이 갈린다. 투자 포지션을 가진 금융소비자들도 이 상황을 놓고 전전긍긍할 것이다. 이번 칼럼은 이 디커플링 현상의 원인과 전망에 대해 필자의 의견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해 안 되는 최고점

먼저 금융자산의 이론적 가격을 간단하게 설명하자. 물론 무리가 있지만, 금융과 경제가 왜 밀접한가를 설명하는데 초점을 두고 독자들은 듣기 바란다. 금융자산의 적정가격은 기간별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미래 수익을 이자율과 위험 프리미엄을 포함한 요구수익률 또는 할인율로 할인한 현재가치의 합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미래수익과 요구수익률은 경제성장률, 금리, 환율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금융자산의 가격은 경제와 불가분 관계다.

이런 관계로 최근 경제 지표는 악화하고 있는 데도 나빠져야 할 주식가격은 역사상 최고점을 다시 넘나들고 있다. 물론 주식가격은 일시적 변동을 보일 수 있다. 통상 일시적 가격의 변동이 있어도 금융자산은 적정가치로 회귀하며 다시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 교과서의 내용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의 금융 가격의 버블 여부를 걱정하는 의견이 많다.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버블 논쟁은 있었다. 지금 세계 경제가 어렵다는 경고는 차고 넘친다. 특히 최근 권위있는 국제기구가 제시하는 코로나19 충격을 반영한 새로운 세계 경제 전망을 들여다보면 걱정은 더욱 커진다.

세계은행은 6월 초, 전 세계 실질 GDP가 2020년 -5.2%로 하락 후, 2021년 4.2%로 반등한다고 예상했다. 선진국경제는 -7%, 신흥국(EMDEs)은 -2.5%로 선진국이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도 전망한다. 미국은 -6.1%인데 비해 유럽은 -9.1%로 상대적으로 충격이 더 크다는 것도 주목된다.

중국은 2020년 1%까지 성장이 위축하지만 2021년 6.9%로 반등한다는 전망을 세계은행은 내놓고 있다. 코로나19의 발원지라는 오명에 시달렸지만, 중국은 경제가 먼저 회복하며 2021년 세계 경제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국제기구인 OECD는 팬더믹의 2차 충격 시나리오를 반영한 수정 세계 경제 전망을 제시했다. 2차 충격이 있으면 세계 경제의 성장률 하락 폭은 더욱 큰데, 중국과 인도는 큰 폭 하락 후에도 하락 폭 이상의 반등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인상적이다.

또한 지난 주말 미 연준은 FOMC를 열고 미국 경제가 팬더믹에 큰 타격을 받았고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됨을 회의 결과를 보고하는 인터뷰에서 확인했다. 국제기구와 FED가 의견이 같은 점은 경제성장은 내년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실업률 상승은 장기화하고 이에 따른 수요 회복은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업 활동은 재개되지만, 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 해고당한 인력이 단기간에 모두 자리를 찾기는 어렵다고 봤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칼럼의 논점에서 벗어나니 생략한다. 참고로 미국의 경기 확장, 후퇴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민간 기관 NBER(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는 COVID19 영향으로 128개월 지속한 미국경제 경기확장이 지난 2월 종료되었음을 지난 주 선언했다. 세계경제를 지탱한 미국 경제의 성장세 종언이기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보고임에도 언론과 시장은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이렇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악화되었다는 여러 가지 경고에도 특히 미국 금융시장은 회복을 넘어 최고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더욱 이해가 안 되는 것은 VIX를 비롯한 각종 금융 안정 지표도 2008년 금융위기 대비 안정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디커플링'의 원인들… 시장이 망가졌다?

지난 3일 CNN은 이러한 경제와 금융시장의 디커플링 현상에 대한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제목이 기가 막힌다. ‘시장이 망가졌나?(Is the market broken?)’라고 지적했다. 지금 상황을 CNN도 이상하게 느꼈다는 것이다. 우리 언론 실정에서 경제 기사에 이런 제목을 달면 내용을 이해 못 하고 쓰는 낚시성 기사인 경우가 많은데, CNN의 경제 기사는 ‘아~’ 하는 분석 의견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이번 칼럼도 이 CNN 기사에 큰 영향을 받았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금융과 경제가 따로 노는 디커플링의 첫 번째 원인은 FED를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의 공격적 대응 즉 '헬리콥터 머니'다. 2020년 대부분 중앙은행은 초저금리 정책과 발권력을 동원한 금융자산 매입과 유동성 공급 조치를 시행하고 있고 중앙은행은 천문학적 규모로 보유자산을 늘리고 있다. FED는 보유자산 7조달러를 돌파했고 GDP 대비 ECB는 40%, BOJ는 120%에 육박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헬리콥터 머니라는 처방은 단순한 상처 소독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드레날린 과다 복용이나 요즘 미국인 사망원인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사회문제가 되는 마약성 약물, 펜타닐 오남용에 가까운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이런 배경에서 투자자는 중앙은행이 위기가 발생하면 수습을 위해 무엇이라도 할 것이라고 의존적 기대를 형성하며 이로 인해 서슴없이 공격적 투자를 할 수 있다. 일본 장기불황의 사례처럼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 투자처가 없는 가운데 저금리 자금공급은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등의 버블을 형성할 위험이 크다.

디커플링 원인 두 번째는 GFC의 학습효과와 심리적 요인 FOMO(Fear Of Missing Out)다. 2008년 금융위기 후 금융시장은 특별한 경제 성장 모멘텀 없이도 V자형 반등을 했다. 이 덕분에 미국 S&P500은 지난 12일까지 약 4.5배 상승했다. 경제 위기 발생 후 합리적인 근거가 없어도 주가는 상승한다는 학습효과가 투자자에게 강하게 인상을 남겼다. 물론 굴뚝 산업이 아닌 FAANG와 같은 가상현실과 밀접한 산업에 성장이 치중된다는 것도 아주 중요한 교훈이었다.

여기에 경제 친화적 대통령 트럼프의 주가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행동경제학의 대가 로버트 실러가 지적하는 것처럼 지금의 금융시장 반전은 위기 후 반등 기회를 혼자 놓칠 수 없다는 기회 상실에 대한 심리적 공포(FOMO)가 매수 심리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필자는 지금의 금융시장 상황이 가상현실로 느껴진다. 이런 점 때문에 필자는 투자의 대가가 될 수 없는지 모른다.

◆얼마나 많은 눈물이 뿌려질까

끝으로 디커플링된 상황과 관련된 위험을 살펴보자. 자연스럽게 전망과 이어질 것이다. 국제기구의 세계 경제 전망에 따른 2021년 성장률 반등은 기저효과를 감안할 경우(중국과 인도가 예외이기는 하지만) 침체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세계은행 전망 기준으로 세계경제는 2020년 -5.2% 하락 후 당초 성장 목표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2021년에 4.2%가 아니라 8% 이상 성장이 필요하다. 50% 하락 후에는 100% 상승해야 원점이 되는 기저효과 때문이다.

여기에 실업률 상승 장기화로 글로벌 수요 회복이 상당기간 어렵고, 무엇보다 2차 COVID19 확산은 아주 치명적이다. OECD가 시나리오에 2차 팬더믹 충격을 반영했지만 사실 충격의 추정은 불가능할 정도로 클 수 있다. 미국에서 경제활동을 재개한 아리조나, 유타, 뉴멕시코 등의 주에서의 코로나19 상황 관찰 결과가 심상치 않고, 중국, 인도 등 세계 주요국 COVID19 재확산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편 CNN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따른 미 흑인차별 반대 운동에 소득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반영될 위험도 지적하고 있다. FED 자료에 의하면 상위 1% 가계 자산은 1989년 4.9조달러였으나 2019년 말 36.8조달러로 651%나 증가했다. 하위 50% 가계의 자산은 불과 1.7조달러로 112% 증가에 그치며 소득 불평등은 아주 심각하다. 언제든 사회 불만이 폭발할 수 있는 경제 구조라는 것이다.

이런 소득 불평등 구조에도 주가는 IT와 온라인 공룡 중심인 'MAGA'(MS, Apple, Google, Amazon) 주식이 오르고 있다. 공교롭게 트럼프 대선 캠프의 캠페인 슬로건도 MAGA(Make America, Great America)이다. 이들 MAGA 주식 상승으로 인한 시가총액 확대는 저소득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심리적인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 끝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중 신냉전 발발과 세계경제 침체 우려도 앞으로 금융시장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다.

산재한 글로벌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증가할 때 금융시장의 위험 선호 심리는 급격하게 악화할 것이다. CNBC의 글로벌 CFO(기업재무관리자) 설문조사 결과는 앞으로 상황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로벌 CFO 대부분은 2020년 COVID19 충격이 기업환경에 미칠 영향이 부정적(49%)이거나 매우 부정적(39%)이라고 응답했고, 이 때문에 현재 25,700위에 있는 다우지수가 19,000 이하로 큰 폭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이 51%를 차지했다. 여러 가지 정황을 생각하면 금융시장과 경제의 균형 회귀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이는 물론 가능성이고 최종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1968년 한국 영화사에 기념비적인 영화가 있었다. 필자의 기억에 최고의 한국 여배우로 남아 있는 문희 주연의 ‘미워도 다시 한번’이다. 이후 한국 영화, 드라마 속에서 반복되는 트렌드를 만들어낸, 눈물 짜내는 대표적 신파였다. 이 영화가 문득 떠오른 것은 금융시장과 경제가 균형을 찾을 경우 ‘미워도 다시 한번’ 영화처럼 얼마나 많은 눈물이 뿌려질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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