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쑥쑥’, 제주소주 ‘뚝뚝’… 정용진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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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쑥쑥’, 제주소주 ‘뚝뚝’… 정용진의 ‘딜레마’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6.1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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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맛에 입적’ 스타벅스, 18년만에 90배 가까이 성장… 정용진에 배당금까지
‘술사랑에 입양’ 제주소주, 3년 동안 차입·부채↑… 적자 폭 확대에 수혈만 계속
스타벅스 간판(왼쪽)과 제주소주 '푸른밤' 광고.
스타벅스 간판(왼쪽)과 제주소주 '푸른밤' 광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큰 사랑으로 야심차게 호적에 올린 두 ‘양자’(?)가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정 부회장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입니다. 바로 ‘스타벅스코리아’와 ‘제주소주’ 이야기인데요.

스타벅스코리아는 1997년 미국 스타벅스와 각각 50%의 지분으로 데려왔고, 제주소주는 2016년 제주소주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정용진 부회장 호적에 입적시켰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경우 미국 유학 당시 커피 맛에 푹 빠지면서 스타벅스에 큰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항간에는 우리나라에 스타벅스를 들여올 때 전 아내였던 고현정의 영향이 컸다는 소문도 돌았으나 확인된 것은 없습니다.

제주소주 인수 경우에는 정용진 부회장의 유별난 술사랑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인데요. 정 부회장은 소주 1병, 와인 1병은 거뜬히 마시는 애주가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해외출장길에는 항상 주류업체나 주류 제조현장을 꼭 방문해 직접 맛을 보고 이를 SNS에 수차례 공개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제주소주 인수 당시에 재무담당부서에서 투자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줄기차게 반대의견을 제시했으나 정 부회장은 장기적으로 주류사업이 이마트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면서 제주소주를 전격 인수한 것입니다.

이처럼 스타벅스와 제주소주는 모두 정용진 부회장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정 부회장 품에 안긴 사랑스러운 자식들인데요.

하지만 이처럼 사랑으로 호적에 올린 두 자식들이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아버지 격인 정용진 부회장의 시름도 깊어지는 모양새입니다.

‘큰 아들’ 스타벅스코리아는 입적 당시부터 승승장구하며 아버지에게 용돈을 두둑이 주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반면, ‘작은 아들’ 제주소주는 입양 당시부터 입에 풀칠할 돈도 없어 현재까지 계속 아버지에게 용돈을 타 쓰면서 비실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큰 아들인 스타벅스코리아가 무난히 잘 큰 것은 아닙니다. 세계적인 축제이자 우리나라의 가장 큰 행사 중의 하나인 올림픽에서 엇나간 역사의식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씻지 못할 큰 상처를 주면서 속을 썩인 적도 있습니다.

미국 본사의 스타벅스 이사인 ‘조슈아 쿠퍼 레이모’가 2018년 2월 9일 평창올림픽 개회식 생방송 도중 일본 선수단이 입장하자 “1945년까지 식민 지배가 있었지만 한국인은 자신의 나라가 변화하는 동안 일본이 문화·기술·경제적으로 본받을 나라였다고 말할 것”이라는 망언을 해 파문이 일었던 것이죠. 당시 누리꾼들은 무지의 역사의식에 분노를 쏟아내며,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넘어 한국에서 철수를 촉구하는 등 망언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했습니다. 물론 이는 스타벅스코리아 친모격 회사 직원의 망언이었지만 당시 스타벅스코리아가 큰 곤욕을 치른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큰 실수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코리아는 키워준 아버지에게 여전히 효도를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길러준 대한민국에서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뒤에서 지켜만 보고 있는 스타벅스 미국 본사에게도 꾸준히 펑펑 주고 있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합니다.

본지가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호적 정리를 끝내고 1999년 7월 27일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내면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얼굴을 내민 스타벅스코리아가 첫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001년. 251억원의 매출액에 20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데 이어 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자기 돈벌이를 톡톡히 합니다.

이후에도 매년 20%대의 고성장을 이어오면서 지난해에는 1조8696억원의 매출에 영업이익은 1771억원, 그리고 13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18년 만에 매출액은 75배, 영업이익은 88배, 당기순이익은 83배의 성장입니다.

지난해 기준 매장 수도 1370여개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모두 직영매장입니다. 이렇게 잘 크고 있는 스타벅스코리아는 아버지에게 별도의 용돈도 쥐어줍니다. 바로 현금배당금인데요. 2005년 60억원에 이어 2007년 20억원, 2009년 20억원, 2010년 30억원 그리고 2018년 400억원, 2019년 600억원을 지출한 것인데요. 총 1130억원입니다. 이중 절반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정용진의 이마트에 565억원이 들어간 것입니다. 물론 절반은 미국 본사가 챙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잡음도 생겼죠. 2010년 이후 8년 만에 400억원과 600억원 등 2년새 1000억원의 배당금이 지출되자 스타벅스코리아가 정용진의 호적에서 나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 그것인데요. 당시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미국 본사와의 결별설과 무관한 배당”이라며 ‘호적 이탈설’을 부인했습니다.

이 같은 스타벅스코리아의 승승장구에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는데요. 하지만 스타벅스코리아는 자기를 키워준 나라에는 많이 소홀한 느낌입니다. 스타벅스코리아 매장은 모두 직영으로 운영되는데요. 운영에 필요한 커피원두는 물론 매장 인테리어 원자재까지 미국 본사로부터 수입합니다. 여기에 배당금까지 지출된 비용을 포함하면 19년간 지출된 비용이 무려 1조3092억원입니다.

반면 사회공헌 척도로 읽혀지는 기부금 등은 127억원에 불과합니다. 이는 현금·현물기부와 사회공헌활동비, 종업원 봉사활동 비용 등이 총망라된 금액입니다. 스타벅스 본사가 그간 가져간 총액의 0.97% 수준입니다. 특히 19년간 기부금이 지난 한해 스타벅스에 배당된 배당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한국시장에서 겉으로 드러난 금액만 1조원 이상을 챙기면서 정작 사회환원은 인색 그 자체인 것입니다.

이렇듯 먼저 정용진 부회장 호적에 올린 형은 잘나가는 반면 동생인 제주소주는 입양 전부터 지금까지 입에 풀칠도 못하며 아버지에게 생활비 달라고 떼를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주소주가 정용진 부회장 품으로 입적을 마치고 첫 얼굴을 내민 것은 2017년 9월인데요. 브랜드명도 ‘푸른밤’으로 바꾸고, 광고모델은 씨스타 출신 ‘소유’를 발탁해 야심차게 출발을 알렸습니다. 푸른밤은 알코올 도수를 구분하기 위해 ‘짧은밤’(16.9도)과 ‘긴밤’(20.1도)으로 구분해 출시했는데요. 표현이 불법 성매매 과정에서 쓰이는 은어를 연상시킨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유통공룡이 소주시장에 뛰어든 만큼 소주업계도 바짝 긴장상태였습니다. 막강한 자금력과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신세계의 유통채널 때문이었죠. 실제로 출시 4개월 만에 300만병 판매를 돌파한데 이어 몽골 수출에 이어 군에 납품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속속 낸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습니다. 주 무대인 제주에서조차 미미한 매출액과 시장점유율에 더해 향토기업이라는 한계에 부딪힌 것입니다.

이마트가 인수하기 직전인 2015년 제주소주의 매출액은 1억4000만원에 그치면서 주력 무대인 제주에서도 점유율이 0.5% 수준에 그쳤는데요. 이마트에 인수 후 첫해 실적인 2017년 매출액은 12억원으로 7배 뛰었는데요. 이는 정용진 소주라는 이름의 기대감 때문에 반짝 실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영업손실은 6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배 늘었고, 당기순손실도 65억원으로 역시 3배 정도 증가했습니다.

2018~2019년에는 매출액이 각각 43억, 48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각각 127억, 141억원으로 급증했으며, 당기순손실 또한 129억, 143억원으로 대폭 확대되는 등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소주시장 점유율은 0.2%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차입금도 늘고 있는데요. 지난해 말 차입금은 99억원으로 전년 52억원 대비 2배 정도 늘었고 부채비율도 38.7%에서 90.7%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모기업인 신세계 이마트의 자금 지원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실적이 악화되자 이마트는 또 수혈에 들어갔습니다. 2016년 190억원을 들여 인수한 신세계 이마트는 2017년 100억원, 2018년 120억원, 2019년 100억원 등에 이어 지난 11일에도 이사회를 열고 운영자금 100억원을 추가 출자키로 한 것입니다. 그동안 제주소주에 수혈한 금액은 총 670억원에 달합니다.

이처럼 매년 실적 악화에 매각설과 구조조정설이 나돌고 있을 지경입니다. 신세계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제주소주는 아직 신생 브랜드인 만큼 인지도 높이기에 지속적인 마케팅과 영업을 통해 제주도를 집중 공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신세계 이마트는 수익성이 낮은 주요 전문점의 폐점과 매장 축소 등이 진행되고 있어 제주소주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입니다.

정용진 부회장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품에 안긴 두 자식. 이 중 아픈 손가락인 제주소주에 정 부회장의 어떤 결단이 내려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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