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동생’ 쫓겨 가는데… 일본주식 사는 ‘갑순이’ [사자경제]
상태바
‘유니클로 동생’ 쫓겨 가는데… 일본주식 사는 ‘갑순이’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5.22 1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투기꾼 1호로 알려진 공주갑부 김갑순.
우리나라 부동산 투기꾼 1호로 알려진 공주갑부 김갑순.

“오늘부터 네 이름은 순갑이 아니라 갑순이다.”

1872년 오늘(5월 22일), 충남 공주의 구렁이 마을에 노래 잘 부르는 아이가 태어납니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노비가 된 그는 의남매를 맺은 누이 덕에 관직에 오릅니다. 징세 공무원으로 재산을 모은 뒤에는 고종황제가 이름을 바꿔주는 자리까지 오릅니다. 그리고 일제와 결탁해 조선 최고의 땅부자가 됩니다. 친일반민족행위 705인에 이름 올린 김갑순 탄생기입니다.

‘불매운동’. 제조 국가나 업체에 대한 저항의 뜻을 표시하기 위해, 특정한 상품을 사지 아니하는 일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시작된 불매운동이 우리나라 진출기업들의 철수 도미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현미경으로 출발해 소화기 내시경 세계 1위인 일본 올림푸스의 한국법인이 카메라사업을 접기로 밝혔습니다.

서경덕 교수가 지난해 11월 19일 SNS에 올린 '유니클로 매장 앞 장사진' 제보 사진.
서경덕 교수가 지난해 11월 19일 SNS에 올린 '유니클로 매장 앞 장사진' 제보 사진.

어제는 유니클로의 ‘동생’이자 일본 패션업체 패스트리테일링의 대표 브랜드인 ‘지유’(GU)가 8월 우리나라에서 철수하기로 선언했습니다. 한국에 진출한 지 2년 만입니다. 지유는 2018년 9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1호점을 열었지만 사업 부진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매장 판매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은 어제 “코로나19로 인한 영향과 이커머스 등 비즈니스 구조 변화의 필요성을 반영해 2020년 8월 전후로 한국 내 지유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중단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지유는 현재 롯데월드몰점, 롯데몰 수지점,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등 3개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국내 온라인 스토어도 7월 말까지만 운영할 예정입니다.

지유가 철수를 결정한 건 경영난이 견딜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유니클로와 지유 등 일본 브랜드들은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형님격인 유니클로도 일부 매장의 문을 닫은 상황에서 유니클로보다 매출이 작은 지유는 더욱 버티기 힘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한편 일본 기업들의 잇단 사업 철수와 달리 불매운동을 비웃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 열풍으로 깜짝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공식 판매처에 추가 물량이 입고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수백명이 밤새 줄을 서고,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30여만원까지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습니다.

편의점 진열대를 채우고 있는 국산 수제맥주. /사진=생활맥주
편의점 진열대를 채우고 있는 국산 수제맥주. /사진=생활맥주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일본기업의 철수 도미노에 반가움을 표현합니다.

“시원하네.. 소나기가 내렸나?” “간만에 속이 시원한 기사네” “유니도 가라. 일본인 국적 X 자가격리 계속 이탈하는 X도 같이 데려 가라. 잘가라~~~아~~~^ 멀리 못 나간다. 속이 시원하구만” “유니클로는 자존심 때문에 못 빼고 있는거 아니냐? ㅋㅋㅋ” “아베가 계속 총리를 해야 될 텐데......몇년만 더하면 일본이 망할 것 같다~~” “다신 얼씬도 하지마라~ 국산품 애용하자!”.

사그라지는 불매운동 불씨를 되살리려고 애씁니다.

“닌텐도도 일본껀데....불매 안하나” “아직도 유니를 이용하는 모지리들이 남아있나 보네 클로도 철수 시키자!” “데상트 불매가 성공해야 진짜다” “아무도 모르는 듣보잡 브랜드.. 닌텐도는 불티나게 팔리는데 그건 왜 불매 안하는지?” “abc 마트도 나가라. 일본브랜드 다 퇴출시키자” “병원에 깔린 일제 의료장비도 다 퇴출시킵시다!”.

오늘의 ‘베댓’입니다.

“페이스북에서 보일 때마다 유니클로 자회사라고 댓글 단 거 보람된다!”.

3.1 독립운동이 일어난 1919년 샌프란시스코 교도소에서 가출옥한 장인환 의사(오른쪽)와 악수하는 전명운 의사. /사진=독립기념관
3.1 독립운동이 일어난 1919년 샌프란시스코 교도소에서 가출옥한 장인환 의사(오른쪽)와 악수하는 전명운 의사. /사진=독립기념관

오늘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시스템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의 해외 주식 순매수 결제금액은 67억6997만달러(약 8조2525억원)였습니다. 전월의 72억4477만달러와 비교하면 6.5%가 줄었습니다. 이는 해외 주식 직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주식 결제 규모가 감소한데 따른 것입니다.

기업별로 보면 미국 완구업체 하스브로가 2억5449만달러(약 3102억원)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일본 기업들이 여럿 눈에 띕니다. 일본 반도체 소재기업 쇼와덴코(5위, 7955만달러), 일본 게임회사 반다이남코(10위, 5949만달러)와 코나미(16위, 3531만달러) 등이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바구니에 담겼습니다.

1908년 3월 23일 샌프란시스코 부두, 피범벅 미국인이 동양인을 쫓아갑니다. 뒤이어 이들을 향해 세발의 총성이 울립니다. 이틀 전 “일본의 지배가 대한제국에 도움이 된다”라고 밝힌 더럼 스티븐스의 피격 현장입니다. 전명운 의사의 총구는 피했지만 죽음의 총구는 피하지 못한 것입니다. 오늘은 법정에서도 당당했던 장인환 의사가 떠난 지 아흔돌이 되는 날입니다.

“조국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했고 미국법이 어찌할지는 관심이 없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