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혼’ 느는데… 집이 뭐길래 ‘거짓임신’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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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혼’ 느는데… 집이 뭐길래 ‘거짓임신’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5.21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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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1954년 대구 동인동 피란민촌의 아동들이 분유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대구국립박물관
1954년 대구 동인동 피란민촌의 아동들이 분유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대구국립박물관

“해마다 34만명씩 줄어들 것이다.”

너덜너덜한 교과서를 보따리에 싸서 구멍 숭숭 뚫린 검정 고무신을 신고 학교 가던 코흘리개.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우고 반공교육을 잘 받으면 모범생으로 불리던 아이들.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주민등록이 된 727만6311명. 한국전쟁 직후 출산 붐이 일던 시기에 태어난 ‘베이비부머’입니다. 올해부터 이들이 한살 더 먹을 때마다 생산가능 인구는 줄어듭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거리두기로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

2억7000만명이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 국가가족계획조정청은 지난 4일 “베이비붐이 예상된다”고 걱정합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가족계획’이 저조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미국과 영국, 홍콩 등지에서는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거리두기를 넘어 아예 갈라서고 있습니다. ‘코비디보스(Covid+divorce)’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부부의날’.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구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정기념일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둘(2)이 만나 하나(1)가 된다’는 의미로 가정의달인 5월 21일로 정했습니다. 부부의날인 오늘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신혼부부 특별공급 주택청약에서 역대 최고 기록이 잇따라 갈아치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접수를 받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흑석3구역)’ 특별공급 청약에서는 31가구 모집에 7807명이 접수해 평균 25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신혼부부 특별공급 경쟁률은 15가구 모집에 6933명이 몰려 462.2대 1을 기록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 아파트 특별공급 가운데 최다 인원이 몰린 최고의 경쟁률입니다.

흑석3구역 자이 조감도.
흑석3구역 자이 조감도.
흑석리버파크자이 청양접수 경쟁률. /자료=한국감정원 청약홈
흑석리버파크자이 청약접수 경쟁률. /자료=한국감정원 청약홈

신혼부부 특별공급 경쟁률이 높은 이유는 30대 무주택자가 서울의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되는 민영주택의 경우, 전용 85㎡ 이하는 100% 가점제로 당첨자를 가립니다. 무주택기간, 청약통장 가입기간, 부양가족 수 등을 점수화(84점 만점)해서 점수가 높은 순으로 당첨되도록 한 것입니다.

올 들어 서울 민간분양 아파트 3곳의 평균 가점 커트라인은 59.7점이었습니다. 30대 무주택자가 커트라인을 넘길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35세에 자녀가 한명 있는 신혼부부의 경우, 청약통장을 10년간 부었다 하더라도 가점은 30점대입니다. 무주택기간 4년 이상~5년 미만(10점), 부양가족 2명(15점), 청약통장 가입 10년 이상~11년 미만(12점)으로 따져도 37점에 그칩니다.

이처럼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30대들의 새집 마련 희망이다 보니 ‘퇴사’를 선택하는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습니다. 공급 가구의 75%를 소득기준 100% 이하(맞벌이 120% 이하)에게 우선 공급하기 때문에 소득이 낮을수록 유리합니다. 심지어는 허위 임신진단서로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에 당첨된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어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018년 5월부터 분양권 투기 단속을 벌여 454명을 입건, 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부동산 브로커 A씨는 2018년 초 미성년 자녀가 있는 B씨에게 3000만원 지급을 약속한 뒤 B씨가 임신 9주째인 것처럼 진단서를 위조, 다자녀 특별공급으로 하남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고 곧바로 불법 전매해 1억원을 챙겼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격이 30억원이 넘는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격이 30억원이 넘는다.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외벌이로 ‘무모한 도전’에 나선 이들에게 동병상련의 마음을 전합니다.

“어제 청약한 아크로 포레스트 제일 작은집이 17억이던데 다들 소득도 낮고 외벌이면서 어떻게 마련하는 건지” “문제는 분양권 당첨보다 퇴사한 신혼부부가 분양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가 아닌가요?” “지들은 호경기 때 신혼 단칸방 생활하면서 돈 모으고 내 집 마련 쉽게 해놓고 지들이 기득권층 되니까 부동산 투기해서 집값 개판 만들어놓고 불경기에 젊은 애들 취업도 안 되는데 신혼 단칸방이 웬 말이냐? 신혼들 집도 못 구한다. 그래놓고 요즘 젊은 애들은 지들 때랑 달라서 집, 혼수는 부모가 다 해줘야 한다 이 ㅈ...ㄹ들 ㅉㅉ”.

취지와 다른 제도의 맹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집값도 문제지만 신혼부부 특공 조건이 진짜 비현실적인데 이거 왜 안 고치냐. 요즘 신혼부부들 거의 맞벌인데 외벌이 기준이 2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차이가 나야지 세전 100만원도 차이 안 나는 게 말이 되냐” “분양가를 보고 부부합산 소득기준을 보고 그 돈을 모으는데 몇 년 걸리나 계산해보면 딱 답 나오지? 정부가 이제 시작인 신혼부부를 하우스푸어로 만들고 싶거나 금수저들 집 주려고 만든 정책인거. 전자겠니 후자겠니”.

오늘의 ‘베댓’입니다.

“이게 현실이다.... 출산, 결혼 포기는 미래가 없다는 거다 부동산 잡아야한다..... 그리고 사람들 자꾸 공급공급 하는데 지금까지 공급물량이 참 없어서 가격이 많이 올라간 거죠? 네? 살고 싶어 하는 곳은 공급이랑 상관없구요 지금도 수요 없는 곳은 미분양이고 신혼부부 경쟁률도 낮은 곳은 낮아요. 살고 싶어 하고 가격 상승할 것 같은 곳은 몰리구요. 부동산으로 돈 번다는 기대심리가 확 꺾여야 집값 잡히고 안정화됩니다”.

한국전쟁 직후 부모를 잃은 소녀(왼쪽)와 젖을 물리며 생계를 책임지던 우리의 어머니들. /사진=서울역사박물관
한국전쟁 직후 부모를 잃은 소녀(왼쪽)와 젖을 물리며 생계를 책임지던 우리의 어머니들. /사진=서울역사박물관

한 전문가는 문재인정부 들어 열아홉번의 대책에도 서울 집값이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임대사업자들에게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강화’ 등 모든 규제를 면제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서울에만 47만채의 등록 임대주택이 있는데 ‘다주택자가 보유한 투자목적 주택의 60%를 차지하는’ 이 물량이 매물로 나오지 않으면 집값은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국토교통부는 어제 전·월세 신고제를 도입하는 ‘2020 주거종합계획’을 내놨습니다. 앞으로 집주인과 세입자가 계약서를 쓴 뒤 30일 안에 시·군·구청에 신고해야 합니다. 사각지대에 있던 집주인들의 임대소득을 정부가 ‘현미경’처럼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거래 정보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만큼 세금을 탈루하는 집주인들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지 등 일부 언론은 전문가의 입을 빌려 부동산 관련 증세는 서민에게 조세전가 우려가 있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한국을 찾은 OECD 정책자문관은 ‘불평등’은 시한폭탄이라며 “모두가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정규직·비정규직 간,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부부의날, 꼬질꼬질한 얼굴에 허기져 울음마저 말라버린 ‘베이비부머’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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