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년 청바지 회사와 삼성·현대차의 ‘천안회동’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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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년 청바지 회사와 삼성·현대차의 ‘천안회동’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5.20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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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수출 1호차 ‘현대 포니'. /사진=현대자동차 공식SNS
수출 1호차 ‘현대 포니'. /사진=현대자동차 공식SNS

“1238cc의 심장을 가진 내 몸값은 228만9200원.”

1976년 1월 26일, 대한민국은 아시아 2번째이자 세계 16번째로 고유 모델의 자동차 생산국이 됩니다. 자동차가 사람을 비켜가던 시절, 모세의 기적처럼 인파를 가른 ‘첫차’는 태어난 해에만 1만726대가 팔려나갑니다. 그리고 채 한살도 되지 않아 지구 반대편, 에콰도르로 가는 수출선에 올라탑니다. 엉덩이가 예쁜 조랑말, ‘포니’의 탄생기입니다.

1978년 포항에서 수출 선적을 기다리는 포니 자동차. /사진=국가기록원
1978년 포항에서 수출 선적을 기다리는 포니 자동차. /사진=국가기록원

“한국에 세워졌다면 3500명의 실업자가 줄었을 것이다.”

2005년 오늘(5월 20일), 현대자동차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심장부에 첫 엔진음을 토해냅니다. 이날부터 이곳에서 만들어진 쏘나타는 ‘Made in USA’를 달고 태어납니다. 그리고 14년 뒤인 지난해에는 33만5500대의 차량을 출고하는 글로벌 생산기지가 됩니다. 정몽구의 3년 역작, 미국 앨라배마 공장 탄생기입니다.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사진=현대자동차 공식SNS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사진=현대자동차 공식SNS

‘전략게임’. 머리를 써서 추리하거나 전략을 짜서 상대방을 이기는 게임을 뜻하는 네 글자입니다. 비교적 규칙이 복잡하고, 상대방의 수를 읽고 생각을 필요로 합니다. 삼성과 현대차 그룹이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놓고 ‘전략게임’에 돌입한 가운데 현대차에 삼성 배터리를 달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전자신문은 어제 ‘현대차가 최근에 삼성 배터리 채용을 위한 주행 테스트까지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공급 건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13일 ‘천안 회동’ 이전부터 진행된 사안이지만 그룹 오너 간 만남 이후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두 회사가 함께 삼성 배터리 채용을 위한 주행 테스트까지 마친 건 사실이지만 차종이나 최종 배터리 채용 여부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삼성SDI 관계자도 “고객사와 관련한 정보는 일체 언급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고 전자신문은 전했습니다.

삼성 배터리가 들어가는 차종으로 유력한 수소연료전지전기차(FCEV)는 수소연료전지가 핵심 장치입니다. 발전을 위해 수소탱크의 연료를 사용하지만 전기모터를 구동하기 때문에 배터리 용량 2~3㎾h 수준의 이차전지가 탑재됩니다. 이는 일반 전기차(BEV)와 비교하면 적은 용량이지만 중국, 유럽 등에서 수요가 많아 시장 전망이 밝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진=삼성전자·현대차그룹
이재용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진=삼성전자·현대차그룹

앞서 지난 13일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차세대 배터리 사업 논의를 위해 처음 만났습니다. 이날 만남에 대해 업계에서는 3년 뒤 100조원에 이를 글로벌시장 패권을 위해 ‘그린뉴딜 연합’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연합군의 승리를 위해 삼성이 전기차 배터리 모델을 바꿀지, 현대차가 전기차 플랫폼을 바꿀지 ‘전략게임’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재계 1, 2위를 다투는 라이벌의 ‘맞손’에 기대감을 나타냅니다.

“그래 잘한다. 아무리 라이벌이라도 위기 때 손잡고 나아가는 것도 기업 이윤과 경영에 가치라 생각한다. 잘 만들어 국가와 국민에 공헌해주기 바람^” “10년 전 만해도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현대차계열사는아니지만) 서로 이기겠다고 발악했던 거 기억나는데.. 강산이 바뀌긴 바뀌는구나” “현대차에 삼성 배터리 단 거, 이거 아주 고무적입니다^^” “화이팅입니다. 코로나 터지니깐 더 자국기업 자국민을 더 생각하고 응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시너지는 이럴 때 사용하는 거란다”.

오늘의 ‘베댓’입니다.

“현대차가 5년 내에 순수 전기차만 20여종 출시한단 기사 봤는데... 왠지 3년 정도 후면 전기차 타고 출퇴근하고 있을 듯싶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네”.

청바지에 달린 금속 단추 '리벳'. /사진=픽사베이
청바지에 달린 금속 단추 '리벳'. /사진=픽사베이

1873년 오늘은 독일계 유대인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청바지’ 특허를 받은 날입니다. 스트라우스는 리바이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리벳’ 디자인을 단돈 69달러에 러시아인 재봉사로부터 사들였습니다. 부침을 거듭하던 리바이스는 지난해 재상장 공모로 7000억원을 끌어 모으며 7조원 가치의 기업으로 부활했습니다. 167년을 이어온 리바이스의 동력은 무엇일까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창업 100년이 넘은 기업은 10곳에 불과합니다. 두산, 동화약품, 신한은행(옛 조흥은행), 우리은행(옛 상업은행), 몽고식품, 광장, 보진재, 성창기업지주, KR모터스, 경방입니다. 재계 1, 2위처럼 당장 얼마나 잘 나가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백년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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