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의 역설’을 넘어 경제위기 속으로 [영화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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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의 역설’을 넘어 경제위기 속으로 [영화와 경제]
  • 김경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2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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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흑사회2' 스틸컷.
영화 '흑사회2' 스틸컷.

연원을 찾아 올라가면 청나라 초기 반청운동을 벌이던 한족의 비밀결사까지 거론하게 되는, 오래된 폭력조직 흑사회는 2년에 한번 씩 보스를 뽑는 선거를 치르는데, 그 과정이 치열하다. 그야말로 죽기 살기다. 급기야 영화 <흑사회2>에서는 2년마다 벌어지는 소동을 성가시게 여긴 중국 공안이 개입하게 되며 종신제로 바뀌는 기로에 서게 된다.

우리의 국회의원 총선거도 상당히 격렬하다. 봉건사회의 잔재인 정당공천과 표의 등가성을 순진하게 내세우며 급조된 연동형 비례대표제까지 곁들여졌다. 유권자의 선호는 정당의 스펙트럼을 거쳐 뒤틀렸다가 주요 정당의 위성정당을 통해 재조정된다. '애로의 불가능성 정리'는 정당공천과 위성정당이라는 우스꽝스러운 2가지 완충장치를 갖게 됐다.

유권자들은 지지하는 정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지역구 후보자를 공천하더라도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자들을 보고 위안을 삼으면 된다. 군소 정당은 기존 소선거구제도의 피해자가 아니라, 지지하는 정당이 걸러낸 후보자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진정한 샤이 보수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의 피신처였는데… 결국 정책연합을 전제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찾게 될 것이다.

흑사회의 의사결정기구를 좌우하는 힘은 어떻든 돈이다. 여러 파벌들의 이해가 충돌하면서 자신들의 이권이 최대한 보장되는 선택을 한다.

선거가 끝났으나 코로나 사태로 인한 미증유의 경제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전쟁이나 대공황과는 달리 내편 네편도 없고 흑자도산도 없지만, 모든 것이 멈춰있는 '다방구 놀이'다. 이제 술래가 백신을 만들면 일거에 전 세계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이 활성화된다.

물속에서 숨을 멈추고 있지만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는 팔다리를 움직여야 한다. 아래의 그리드에서 보듯이 ①전자상거래 등의 온라인 산업 ②필수공공재 산업 ③상시고용 인력이 적은 문화예술 산업 ④재고 소진이 가능한 제조업과 건설업 등의 순서로 위기에 대한 저항력을 갖고 있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그 반대의 순서로 역경에 놓이게 될 것이다. 또한, ⑤소규모 영세 상인들은 관련 노동자들과 동시에 즉각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따라서, 대응순서는 당연히 역순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 지구적 확산과 대응을 바라보다 보면, 이윽고 21세기 초반 올라탔던 작은 수레에서 내려 보다 큰 수레로 바꿔 타게 된다.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여러 담론들이 전개될 때, 분배와 성장을 둘러싼 순환적 논리틀에서 벗어나 노동가치나 카지노자본이 아닌 과학기술혁명(혹은 기술혁신)만이 경제발전의 의미 있는 '레알(Real) 변수'라는 분석을 받아들여야 한다.

보수의 상징과 진보의 상상을 뚫고 현장에서 실재 경제문제를 해결해온 사람들은 제도개선이 초래하는 혼란과 기술혁신이 가져오는 창조적 파괴를 분별한다. 그리하여 기업의 욕망과 혁명의 열정은 병렬적 모순상태를 실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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