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니들이 팔아먹은 인공위성”과 KT의 ‘피자 10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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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니들이 팔아먹은 인공위성”과 KT의 ‘피자 10판’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3.13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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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전자파 시험하는 천리안위성 2B호.(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은 공공누리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공공저작물 이용.
전자파 시험하는 천리안위성 2B호.(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은 공공누리에 따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공공저작물 이용.

“하늘에 떠있는 인공위성도 사고팝니다.”

2009년 11월 12일 한 신문의 경제면. 7년 전 민영화한 기업에서 위성사업을 총지휘한다는 마흔여섯의 박사가 소개됩니다. 그가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위성 비즈니스는 ‘폐위성 활용’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박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홍콩의 위성서비스 회사로 직장을 옮깁니다. 무궁화위성 2, 3호를 사들인 바로 그 회사로 이직한 것입니다.

“니들이 팔아먹은 인공위성.”

2015년 9월 24일 한 통신사의 SNS. 무궁화위성 3호 사진과 함께 올린 응모 글에 1000건 이상의 ‘좋아요’와 수많은 공감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 곳에서는 하루 전부터 ‘통신 130년의 추억을 이어주세요’라는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들어온 댓글러에게 짤막하게 설명한 댓글이 눈에 띕니다. ‘홍콩에 팔린 인공위성 이야기’.

2015년 9월 24일 당시 '올레' 이벤트 페이지. /사진='게이트맨' SNS 갈무리
2015년 9월 24일 당시 '올레' 이벤트 페이지. /사진='게이트맨' SNS 갈무리

‘헐값매각(歇-賣却)’. 그 물건의 원래 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팔아 버림을 뜻하는 네 글자입니다. KT가 ‘헐값매각’ 논란이 일었던 무궁화위성 3호 소유권 국제소송에서 최종 패소했습니다. 오늘(13일) KT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자회사인 KT SAT은 지난해 12월 무궁화위성 3호 소유권과 관련, 미국 연방 대법원에 상고허가를 신청했지만 지난달 기각 판결을 받았습니다.

KT는 2010년 홍콩 ABS에 연구개발에만 3000억원이 들어간 무궁화위성 3호를 2085만달러(당시 약 205억원)에 팔았습니다. 이 가운데 200억원은 기술·관제 지원 등의 대가이고 위성 자체 가격은 5억원에 불과했습니다. KT SAT은 매각 과정에서 관계부처 승인 과정을 생략했고, 결국 2013년 국정감사에서 ‘헐값매각’ 논란이 불거져 질타를 받았습니다.

이에 정부의 이전 복구 명령과 함께 KT는 ABS와 재매입 협상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ABS는 계약 위반이라며 소유권 소송을 제기, 법적 다툼이 이어집니다. 양측은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법원과 뉴욕연방법원, 제2연방 항소법원을 거치며 다툼을 계속했지만 결국 지난달 미국 연방 대법원이 ABS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2013년 12월 15일 MBC 8시 뉴스데스크 'KT 위성매각 ‘파문’…우주궤도 점유권 어떻게' 방송 영상 갈무리.
2013년 12월 15일 MBC 8시 뉴스데스크 'KT 위성매각 ‘파문’…우주궤도 점유권 어떻게' 방송 영상 갈무리.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헐값매각의 배경에 다시 한번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205억에 팔고 뒤로 수십억 받았을 것 같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상업적 목적 외의 가치가 엄청나기에. 위성궤도 자리값만 해도. 그걸 몰랐다면 말할 수 없이 무능한 거고...” “이거 까보면 뭔가 구린 게 한두개가 아님. KT에서 위성을 사간 ABS 사장은 미국계 한국인. ABS는 200억에 사서 영국 사모펀드에 2000억에 매각. 무궁화3호는 위성자체도 전략물자이지만 궤도도 엄청 중요한 전략자산임. 이걸 그냥 홍콩에 있는 페이퍼컴퍼니에 팔았다고? KT도 몰랐다고? 미래부도 몰랐고? 게다가 위성을 아무나 관제하나? 하여튼 미스터리한 게 한두개가 아님” “이러한 중요한 물자를 10배나 낮은 헐값에 판매했다면 그것은 반드시 어떠한 비리와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검찰은 이것을 수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매각에 참여한 관련자들에게 배상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당시 매각에 참여한 인간들에게 책임을 묻고 모두 배상을 받아라. 단 한푼도 남기지 말고 받아내라. 정치적인 결과라면 해당 정치인들에게도 받아야 한다. 나원참...” “뭐하냐~ 특검 가즈아~” “매각에 관여한 자에게는 구상권 행사해야 다시는 XXX짓 못합니다” “매각을 결정했던 KT 사장과 그 담당자에게도 구상권을 청구하라”.

KT 불매 목소리까지 나옵니다.

“Kt 오래 이용했는데 타통신사 이동을 심각히 고려해봐야겠다. 국가재산을 기업의 이윤으로 돌린 건 도무지 납득이 안된다”.

KT 본사.
KT 본사.

KT가 무궁화위성 3호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기 2년 전.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황창규 회장 퇴진 및 구속촉구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KT는 전략물자인 무궁화 위성을 헐값에 팔아넘겼지만(당시는 이명박정부 시절 이석채 사장) 이와 관련해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KT를 둘러싼 전반적인 논란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

KT는 5년 전 ‘추억팔이 이벤트’에서 10명을 추첨해 피자 콜라 세트를 증정한다고 광고했습니다. “니들이 팔아먹은 인공위성” 아래 이렇게 댓글이 달릴 듯합니다.

“니들이나 많이 먹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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