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코로나19로 ‘50만원씩’ 공짜로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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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코로나19로 ‘50만원씩’ 공짜로 준다면?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3.0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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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기본소득 지급’ 찬반 여론조사, 오차범위 내 ‘팽팽’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가장 좋은 국가 통치 형태와 새로운 섬 유토피아에 관한 진실이 담긴 황금 같은 책자(Libellus vere aureus, nec minus salutaris quam festivus, de optimo rei publicae statu deque nova insula Utopia)’.

1516년, 아주 긴 제목의 라틴어로 쓰인 소설이 나옵니다. 인류가 꿈꾸는 세상인 이상향, ‘유토피아’를 그린 토마스 모어의 소설입니다. 유토피아에서는 학자 등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가 공평하게 노동을 합니다. 빠짐없이 일을 하기 때문에 하루 6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단, 유토피아에서 죄를 지으면 노예가 되는데 이들은 하나의 사슬에 묶여 중노동을 합니다.

‘기본소득’. 국가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조건 없이, 즉 노동 없이 지급하는 소득을 말합니다. 즉,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근로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생활을 충분히 보장하는 수준의 소득을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무조건, 보편, 개별성을 특징으로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재난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오늘(4일) 나왔습니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재난 기본소득제 실시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42.4%, ‘반대한다’는 응답이 47.3%로 나왔습니다. 오차범위 이내로 여론이 팽팽했습니다.

/자료=리얼미터
/자료=리얼미터

지지 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반대 33.8%, 찬성 57.4%, 미래통합당 지지층에서는 반대 66.8%, 찬성 25.5%였습니다. 이념성향별로는 자신을 보수라 응답한 층(반대 59.0% vs 찬성 30.4%)에서는 반대 응답이 많았고, 진보층(35.0% vs 57.8%)에서는 찬성한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지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반대 57.5% vs 찬성 37.3%)과 서울(57.0% vs 34.6%), 대전·세종·충청(54.8% vs 33.5%), 대구·경북(49.5% vs 39.9%) 등에서는 반대한다는 응답이 많았고, 광주·전라(반대 30.1% vs 찬성 65.3%)와 경기·인천(38.9% vs 47.5%) 지역은 찬성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반대 55.2% vs 찬성 35.0%)와 30대(51.5% vs 42.6%), 50대(47.3% vs 40.2%)에서는 반대가, 40대(43.0%, vs 49.6%)에서는 찬성이 많았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500명이 응답(응답률 5.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이재웅 대표 SNS.
이재웅 대표 SNS.
'재난국민소득 50만원 지급' 국민청원.
'재난국민소득 50만원 지급' 국민청원.

‘재난 기본소득 지급’ 논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조기에 극복하고 침체에 빠진 소비 여력을 늘리기 위해 최근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재난국민소득 50만원씩 지급해주세요’라며 청와대 청원을 올렸고, 정치권에서도 정부가 준비 중인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에 재난 기본소득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홍콩이 코로나19 극복 대책으로 18세 이상 영주권자에게 1만홍콩달러(약 156만원)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이날(4일) 오후 1시 52분 현재 ‘재난국민소득 50만원씩 지급’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5337명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걱정하며 ‘재난 기본소득 지급’ 필요성에 공감합니다.

“과도한 공포팔이로 자영업자들과 알바로 생활했던 사람들 위험한 상황이다” “경제가 안 돌아 갈 때 저소득층, 독거노인과 소녀소년가정에 기본소득제가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전국적으로 돈의 흐름이 멈추고 있는 시점 기본소득제가 국민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당장 힘든 거 참을 수 있다고? 한달 벌어 한달 빚 갚고 나머지로 먹고사는 서민들은 이제 빚 갚을 돈도 없어서 한강물로 뛰어들게 생겼는데 그따구 소리가 나오냐?”.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제안도 등장합니다.

“재난기본소득을 현금이 아닌 각 지역화폐로 지급하여 자기 동네에서 소비하면 세금낭비도 되지 않고 좋지 않나요? 그리고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이나 공평하게 지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소득층도 혜택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세금은 그들이 더 많이 냅니다. 줄 거 주고 세금 알뜰히 걷어가면 되지 않을까요?”.

나라 곳간을 걱정하며 저소득충 위주의 지원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여기저기 지원한다는데 그 정도로 나라재정이 탄탄한가하는 생각이...” “저소득층 위주로 주세요. 저도 여유롭지 못한 경제형편이라 50만원이 요긴하게 쓰이겠지만 이러다 다 같이 쓰러지는 나라 될까 걱정입니다. 대신 사각지대 있는 사람과 저소득층은 확실히 도와주세요”.

경제적 도움도 중요하지만 당장 필요한 건 ‘마스크 공급’이라고도 지적합니다.

“우선 마스크만이라도 모든 국민에게 일정수량을 무료로 공급해주세요. 개개인이 마스크 구입 비용도 비용이지만 구하기 위해서 낭비되는 시간, 그리고 구입하기 위해 대기하면서 코로나 확산 위험 등”.

연도별 경제규모. ( )는 전년대비 증감률. /자료=한국은행
연도별 경제규모. ( )는 전년대비 증감률. /자료=한국은행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3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재난 기본소득 도입 요구가 제기되자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을 보태줄 수 있는 대책을 추경에 담을 것”이라며 “그(재난 기본소득의) 취지가 담긴 사업들이 충분히 반영돼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2047달러로 1년 전보다 4.1% 줄었습니다. 2015년(-1.9%) 이후 4년 만에 처음 감소한 것입니다. 2017년 3만1734달러로 처음 3만달러대에 진입한 뒤 2018년 3만3434달러로 늘었으나 2년 만에 다시 줄어든 것입니다.

‘유토피아(Utopia)’는 그리스어 ‘ou(not)’와 ‘topos(place)’를 조합하여 만든 말로 ‘어디에도 없는 곳’을 뜻합니다. ‘좋은 곳’이라는 ‘eu-topos’와 같은 소리 다른 뜻의 낱말입니다.

어디에도 없지만 좋은 곳을 만드는 것은 인류의 영원한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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