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코로나19로 월급 깎는 게 ‘고통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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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코로나19로 월급 깎는 게 ‘고통분담’?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3.03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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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영화 '타짜' 스틸컷.
영화 '타짜' 스틸컷.

‘이 고스톱은 한 사람이 돈을 많이 잃어 더 이상 게임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파산했을 경우, 함께 치는 사람들이 판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패가 나쁜 사람이 옆 사람에게 구제를 요청, 좋은 패를 빌려 받아 게임을 진행시키는 방식이다. 파산 위기에 처한 사람은 좋은 패를 갖고 있거나 판돈이 많은 사람과 협상을 벌인다.’

1997년 말, 한 신문에 실린 새로운 고스톱 방식을 친절하게 설명한 글입니다. 이른바 ‘IMF 고스톱’. 그해 12월 3일,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자금지원 양해각서를 체결합니다. 기업이 연쇄적으로 도산하면서 외환보유액이 급감했고 우리나라는 IMF에 20억달러에 달하는 긴급 융자를 요청하게 됩니다.

나라가 경제위기에 봉착하자 정부뿐 아니라 국민들도 발 벗고 나섭니다. 다음해 1월 15일 첫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고통분담’의 기본틀을 마련합니다. 국영방송에서는 이보다 열흘 앞서 ‘금 모으기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어린아이까지 들쳐 업은 주부는 장롱 속에 꼭꼭 숨겨둔 돌반지를 내놓습니다. 당시 신문을 가장 많이 장식한 단어는 ‘고통분담’이었습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 /사진=국가기록원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 /사진=국가기록원

‘고통분담(苦痛分擔)’. 몸이나 마음의 괴로움과 아픔을 서로 나누어 맡는다는 뜻입니다. 코로나19로 수익이 급감하면서 기업 경영에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특히 항공사의 경우는 심각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어제(2일) 모든 직원들의 이달 월급 가운데 3분의1을 깎기로 하는 등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이 받는 타격의 강도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자구안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중국 노선 79% 축소, 동남아시아 노선을 25% 축소하는 정도였지만, 지난 1일 현재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 금지·제한을 실시하는 국가는 81개국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보다 앞서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에서는 월급 체불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이스타항공은 임직원에게 지난달 급여의 40%만 지급하고 연말정산으로 임직원들에게 환급해야 할 금액조차 지급하지 못했습니다.

에어서울·에어부산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모든 임원이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급여를 일부 반납하고 있습니다. 제주항공은 모든 임원이 임금 30%를 반납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티웨이항공은 단축근무·임금반납, 진에어는 무급·순환휴직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월급 삭감은 지나치다며 잘 벌 때에도 인상해주느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건 좀 심한 거 아이가? 잘 벌 때 그럼 월급 33% 인상해주나? 잘 안되더라도 많이 번 돈으로 적어도 한달 정도는 기다렸다가 월급 깎든지 해야지. 회사란 게” “회사가 잘 나가고 있을 때는 대부분의 이득분을 회사와 대주주, 경영자가 다 드시고, 일반직원에겐 쥐꼬리만 한 상여금으로 적선하고서, 회사가 어려울 땐 즉각 회사 손해분을 종업원(직원)들이 보전하라? 회사가 어려우면 그냥 망하는 거다. 개인이 어려우면 그냥 망하듯이... 개인은 피와 살을 지닌 생각하는 동물이고, 회사는 그냥 무생물에 허구로 지어낸 픽션에 불과한데, 왜 픽션은 영멸불멸 살아나고, 인간은 경제사정 따라 죽는가?”.

자신의 사례를 언급하며 동병상련의 심정을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우리 회사는 11일 무급휴가 쓰란다. 오늘 갑자기. 이달부터 50% 월급 받게 생김” “다 그렇군요. 우리 매장도 연차 당겨쓰라는데 저는 싫어서 알바들 안 쓰고 혼자 일하기로 했네요” “저희 신랑 회사도 30% 깎였네요~ㅠㅠ” “우리 회사는 한달에 6일 출근하라네요”.

단골메뉴인 ‘국회의원·공무원 급여 삭감’도 빠지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월급 삭감당하고 자영업자들은 폐업하게 생겼는데 공무원들은? 국회의원들은?” “임대료 국회의원 급여도 같이 인하해주세요” “국X의원 연봉도 깎아라. 이 상황에 선거운동하고 지 밥그릇 싸움하고 자빠졌다” “국회의원도 월급 반납하고 고위직 월급 삭감해 공무원도 월급삭감하면 국민들 더 힘날 듯”.

2020년 1월 산업활동 동향. /자료=통계청
2020년 1월 산업활동 동향. /자료=통계청

통계청이 지난 28일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全)산업생산이 0.1% 증가에 그쳤고 소비는 전월 대비 8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경기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2개월 연속 상승했음에도 향후 코로나19 충격 가시화로 경기회복 흐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통계당국의 분석입니다.

기획재정부는 “비상시국이라는 엄중한 인식 아래 이번 사태의 경제적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라며 “민생 안정과 경제활력 보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통해 코로나19 파급영향을 최소화하고 사태 조기극복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997년과 2020년의 경제 상황은 분명 다릅니다. 기업들도 ‘고통분담’을 넘어 ‘책임전가’하는 경영은 안 될 말입니다.

1997년 IMF에 긴급 지원을 요청한 융자는 20억달러였습니다. 당시 국민들이 캠페인에 참여해 모은 금은 21억달러어치가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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