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검은 돈 밝힌 태광산업의 ‘전화 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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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검은 돈 밝힌 태광산업의 ‘전화 한통’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2.13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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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직원, 명의도용 사측에 알리자 “차명계좌는 이호진 회장 돈” 시인
사내감사, 금감원에 감사 내용 정보공개 요청… “성역 건드렸다는 듯 거절”
이호준, 판결 2개월 전 15만207주 ‘실명전환’… 지분율 15.82%→29.40%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TV화면 캡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사진=TV화면 캡쳐

‘황제보석’으로 논란을 빚었던 이호진 전 회장의 태광산업이 또 다시 차명주식으로 재계의 핫이슈로 떠올랐습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12일 태광산업 최대주주인 이호진 전 회장에게 차명주식 누락 등으로 과징금 7530만원을 부과하면서 그의 이름이 다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호진 전 회장이 정기보고서에 거짓 기재한 주식은 총수 대비 11.1%(12만3753주)~12.4%(13만8022주)나 됩니다.

이호진 전 회장이 거짓 기재한 차명 주식은 선친이자 창업주인 故 이임룡 전 회장이 사망한 뒤 자녀들에게 상속된 주식으로, 이를 숨기다가 들통이 난 것인데요. 이런 사실이 내부 고발로 외부에 알려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알고 있었으나 당시에 쉬쉬하려 했던 정황도 나왔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파악해 봤습니다. 먼저 가계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태광그룹 창업주 고 이임룡 전 회장은 고 이선애씨와의 사이에 식진·영진·호진 3형제와 경훈·재훈·봉훈 3자매 등 총 6남매를 뒀습니다. 막내아들인 이호진 전 회장은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여섯째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의 장녀 신유나씨와 결혼해 슬하에 현준·현나 남매를 두고 있습니다.

태광그룹 총수는 고 이임룡 전 회장이 별세한 이듬해인 1997년 처남인 고 이기화(고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 친형) 전 회장이 물려받은데 이어 2004년에 이호진 전 회장이 자리를 넘겨받으면서 '이호진 천하'가 됩니다.

태광그룹 CI
태광그룹 CI

◆검찰 수사 전에 내부 고발… 사측 ‘차명거래 시인’

이호진 전 회장의 차명주식이 밖으로 드러난 것은 2010년 10월 서울서부지검에서 태광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인데요. 당시 검찰은 이호진 회장이 차명주식 등을 이용해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상속세 등을 포탈했다는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미국에 유학중인 아들 현준씨에게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검찰은 차명으로 관리되던 태광산업 발행주식의 약 32%가 공식 상속재산 목록에서 누락된 것을 확인합니다. 그 뒤에 18%의 지분이 태광산업 자사주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현금화 됐는데, 이 돈이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인 고려상호저축은행 등의 차명계좌로 관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편법증여와 내부거래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앞서 2007년부터 이미 내부에서는 차명거래가 알려졌고, 결국 곪을 대로 곪아 2008년 내부 고발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금융감독원과 검찰에서도 이 즈음에 조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태광산업의 차명거래는 전 직원 A씨의 폭로에서 시작됐습니다. A씨는 2007년 6월 전 직장 태광산업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습니다. 내용은 “당신 명의로 금융계좌를 계설해 채권거래를 했다. 증권회사에 가서 이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A씨는 자신의 명의가 도용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거절했습니다.

며칠 뒤 이호진 일가 회사인 대한화섬 대표가 찾아와 명의 무단 도용 사실을 인정하고는, “사용된 자금은 이호진 회장 돈”이라고 밝힙니다. 그러고는 금융실명거래 관련법 위반에 대한 처벌은 금융사 직원 몫이라면서 안심시켰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구두로 사과할 수 있으나 서면으로 남기는 것은 껄끄러우니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고 합니다.

후에 전·현직 직원들이 이같은 사안으로 관계기관의 조사를 받았던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이미 금융감독원과 검찰의 조사를 받은 동료 B씨와 나눈 대화 녹취록을 가지고 당시 태광산업의 감사이자 사외이사였던 전성철 IGM 세계경영연구원 회장에게 차명계좌 거래 의혹을 폭로합니다.

A씨는 “본인의 계좌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거액의 돈이 거래되고 있다. 금감원의 조사를 받고 법적 책임을 지게 될까 걱정”이라는 내용을 전성철 감사에게 밝힙니다.

◆금감원, 차명거래 감사 내용 정보공개 거절, 왜?

이에 전성철 감사 겸 사외이사가 태광산업 측에 불법 차명거래 관련 소명자료를 요청했으나 거부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태광산업이 금감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금감원도 이같은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2009년 3월 금감원 측에 태광산업의 감사에 대한 정보공개 요청을 했으나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안이고 사생활 침해”라면서 거절당합니다. 문제는 금감원 측이 마치 ‘성역’을 건드렸다는 식으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결국 전성철 감사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3년여의 법정 다툼 끝에 승소했으나 금감원은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라고 합니다. 판결은 2012년 11월 15일에 났는데, 이미 전성철 감사가 임기를 마치고 떠난 후였습니다.

A씨와 전성철 감사를 연결시켜준 인물은 당시 장하성(전 청와대 정책실장·현 주중 대사) 고려대 교수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성철 감사는 2007년 2월부터 3년 임기의 태광산업 대표감사 겸 사외이사를 맡고 있었습니다.

결국 2011년 1월 이호진 전 회장은 400억원대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됩니다. 하지만 간암 등 건강상의 이유로 63일 만에 구속집행이 정지되고 이후 보석 결정을 받아 7년 넘게 병보석 상태로 불구속 재판을 받습니다. 7년여간 6번의 유죄선고를 받았지만 이호진 전 회장의 수감기간은 고작 4개월입니다. 그 와중에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황제보석’ 논란이 일자 2018년 12월 다시 수감됩니다. 그러나 수감과정에서도 매일 변호사와 만나면서 ‘황제접견’ 논란이 또 일어납니다. 접견 변호사에 든 비용이 월 평균 1000만원 가량이었다고 합니다.

이호진 전 회장은 2019년 6월 수백억원대 회삿돈 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3년형을 선고 받고 재수감됐습니다. 대법원의 두 차례 파기환송 등 8년간 7차례 판결 끝에 내려진 결론입니다. 그의 수감생활은 2022년 2월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이호진 전 회장 측은 최종 판결 2개월 앞선 4월 10일 선대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차명주식 중 아직 실명전환을 하지 못한 나머지 주식에 대해 관계 당국에 자진 신고했다고 밝힙니다. 선처를 받으려고 했던 것일까요?

금융감독원에는 4월 16일자로 최대주주의 소유주식 변동신고를 합니다. 변경원인은 ‘실명전환’으로 인한 증가(+)입니다. 늘어난 주식 수는 15만207주. 이로써 이호진 전 회장은 총 32만7333주를 보유, 지분율이 15.82%에서 29.40%로 늘어납니다.

친인척인 이기화, 이석천, 이임생, 이중호는 실명전환으로 인해 1만2672주가 줄어듭니다. 실명전환 등으로 태광산업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2.60%에서 54.98%로 증가하게 됩니다.

태광산업의 2019년 9월 30일 기준 지분은 이호준(29.40%)과 조카 이원준(7.49%)·이동준(0.80%)·이태준(0.80%), 장인 신선호(0.22%) 그리고 계열사 티알엔(11.22%), 학교법인 일주세화학원(5.00%) 등 특수관계인이 54.93%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화섬, 티브로드, 티알엔, 티시스, 흥국생명, 흥국증권, 고려저축은행, 세광패션, 메르뱅 등이 태광의 계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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