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나막신·짚신 장수와 ‘신종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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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나막신·짚신 장수와 ‘신종 코로나’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2.07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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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관광업계 현황을 파악하고자 주요 관광지인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을 방문해 기념품 가게 주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관광업계 현황을 파악하고자 주요 관광지인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을 방문해 기념품 가게 주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나막신과 짚신을 신고 다니던 시절, 두 아들을 둔 할머니가 살았습니다. 큰 아들은 짚신을 팔고 작은 아들은 나막신을 팔았습니다. 할머니는 맑은 날이면 나막신 파는 아들을 걱정했고, 비가 오는 날이면 짚신 파는 아들을 걱정했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는 이웃마을에 사는 친구에게 놀러갔습니다. 친구에게도 할머니처럼 짚신과 나막신을 파는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친구 할머니는 전혀 아들들의 사업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너무나 궁금해 하며 그 까닭을 물어보았습니다.

“내가 얼마 전부터 경제학을 배웠거든. 그랬더니 불확실한 상황이라도 완전한 조건부 청구권시장이 존재하면 효율적인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애로우-드브루의 모형’이 나오지 뭐야. 그래서 두 아들에게 수입의 일정량을 상대방에게 양보하도록 했더니 비가 오든 맑든 항상 고정된 수입을 얻게 되더라고. 일종의 포트폴리오 투자를 한 것과 같지.”

짚신과 경제학을 배우는 할머니 사이에 시대적 괴리감은 있지만 쉽게 풀어쓴 경제 서적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짚신과 나막신 장수 아들을 둔 할머니의 심정입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짚신을 파는 기업과 나막신을 파는 기업이 울고 웃습니다.

/자료=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
/자료=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

‘개점휴업(開店休業)’. 가게 문을 열어놓고 있으나 장사가 잘 되지 않아 휴업한 것과 같은 상태를 말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중국산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계가 ‘개점휴업’입니다. 오늘(7일) 현재 현대와 쌍용자동차 공장이 가동을 멈췄습니다.

기아차도 10일부터 모든 공장의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어서 버스 생산라인을 제외한 현대기아차의 모든 공장이 문을 닫게 됐습니다.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 자동차 역시 부품 재고 상황을 보며 생산 중단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10대 그룹주 주가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주는 현대중공업, 롯데그룹주와 함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에프앤가이드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주 시가총액은 설 연휴 직후(1월 28일) 대비 4일 종가 기준으로 5.16% 떨어졌습니다. 현대차는 물론이고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력 계열사 주가가 모두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오히려 시가총액이 증가한 그룹사도 있습니다. LG그룹주는 83조2034억원에서 86조5236억원, 삼성그룹주는 499조78억원에서 499조202억원, SK그룹주는 126조3664억원에서 126조8296억원으로 상승했습니다.

10대 그룹주 시가총액 추이.(단위 억원) /자료=한국거래소·에프앤가이드
10대 그룹주 시가총액 추이.(단위 억원) /자료=한국거래소·에프앤가이드

한편 통계청이 지난 31일 발표한 ‘2019년 12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전월 대비 전산업 생산은 1.4%, 소매판매는 0.3% 증가했습니다. 설비투자와 건설기성은 각각 10.9, 4.1% 늘었습니다. 산업의 3대 지표인 생산·투자·소비가 2개월 연속 증가하며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이 같은 경기 회복세가 언제 꺾일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외 경제분석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0.2%포인트 가량 잇따라 낮추고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늘(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조기 종식되지 않는다면 경기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대·중소기업의 공장가동·수출지원, 내수활성화 대책, 자영업자 경영애로 완화 대책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조치를 강구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비가 오든 맑든 나막신 장수도 웃고 짚신 장수도 웃는 ‘문전성시(門前成市·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문 앞이 시장을 이룸) 경제’를 바라봅니다.

지난해 12월 산업활동 동향. /자료=통계청
지난해 12월 산업활동 동향. /자료=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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