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국책은행 내려앉은 ‘낙하산’ 이력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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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국책은행 내려앉은 ‘낙하산’ 이력 보니…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1.13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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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대선 캠프, 방문규-친문, 윤종원-청와대 참모 출신
노조 출근저지… 이동걸·방문규 '대화로 해결' vs 윤종원 '마찰'
왼쪽부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왼쪽부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지난 2일 임명되면서 윤종원發 ‘국책은행장 낙하산 논란’이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문재인정부에서 이뤄진 ‘낙하산’이라는 것이죠. 촛불의 본질은 ‘적폐청산’인데, 이를 퇴색시키는 낙하산 인사를 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7년 9월 취임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지난해 11월 1일 취임한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에 이어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등 3대 국책은행장이 모두 문재인 대통령 사람들로 분류되는 인사들이기 때문인데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동걸 회장은 문재인 대선 캠프, 방문규 행장은 친문, 윤종원 행장은 청와대 참모 출신으로 모두 문재인 대통령 사람들입니다.

국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외쳐왔던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는 없다’라는 인사 철학과 정반대 행보죠. 민주당은 “관치는 독극물이고 발암물질”이라고까지 주장했었습니다.

비난이 쏟아질 만한 대목이죠.

이들 3대 국책은행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어떤 인연으로 맺어졌으며, 또 낙하산 논란을 빚은 이들이 국책은행에서 어떤 공과를 세웠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동걸, 문재인 대선 캠프 비상경제대책단으로 활동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953년 안동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후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1999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대통령자문위원회 정책기획위원으로 활동했고, 노무현 당선자 때인 2002~2003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 위원을, 2003~2004년에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습니다.

이후 2007년부터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으로 일하다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1월에 갑자기 사퇴를 하는데요. 임기 1년 6개월을 남긴 시점입니다. 이를 두고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했던 이명박정부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막는 규제를 말하는 것이죠. 현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최대 10%까지만 소유할 수 있고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후 동국대학교 초빙교수와 한림대학교 객원교수로 일하는 등 소위 야인(?) 생활을 하다가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비상경제대책단으로 활동하면서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습니다.

이동걸 회장은 그간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 굵직한 현안거리를 일사천리로 처리한 것이 큰 공적으로 남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우건설과 KDB생명보험의 잇단 매각 실패는 과오로 남습니다.

한편 이동걸 회장은 2017년 취임 전 노조 집행부와 4시간에 걸친 자격 검증을 받고 노조와 큰 갈등 없이 9월 12일 취임식을 가졌습니다. 이동걸 회장은 현 정부 들어 3대 국책은행 수장 중 유일하게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 수난을 겪지 않았는데요. 바로 노조와의 적극적인 대화 때문이었습니다.

임기를 9개월 정도 남긴 이동걸 회장은 그동안 평가에 후한 점수를 받고 있고 현 정부 기조와도 코드가 맞아 산업은행장 최초로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습니다.

◆방문규, 대표적 친문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인연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은 1962년 서울 태생으로, 하버드 대학교 행정학 학사와 성균관대학교 행정학 박사 학위 소유자입니다.

제28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부 등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입니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6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으로 재직하면서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인연을 맺었는데요. 그 인연으로 2018년에는 김경수 현 경남도지사 직속 경남도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지냅니다. 당시 방문규는 경남지역에 연고가 없어 의외의 인사라는 말도 나왔었죠.

이후 1년2개월여 만인 2019년 11월에 제21대 한국수출입은행장으로 취임합니다. 방 행장은 선임 당시 대표적 친문 인사인 김경수 도지사와의 인연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었죠.

하지만 청와대 측은 방문규가 하버드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에 파견돼 근무한 경험도 있는 등 글로벌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방문규 행장은 박근혜정부 시절에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보건복지부 차관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방문규 행장은 신남방정책 지원 등 대외경제협력 역량 강화를 위해 아시아 관련국과 연대를 펼치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방문규 행장도 노조와 큰 마찰을 겪지 않았죠. 문 대통령이 10월 29일 방문규를 행장으로 임명하자 노조는 곧바로 출근저지 투쟁을 선언했습니다. 그러자 방문규 신임 행장은 곧바로 노조를 찾아가 상견례를 요청했고 8시간의 마라톤 토론을 이어갔으며, 사흘 뒤인 11월 1일 노조와 마찰 없이 취임식을 열었습니다.

◆윤종원,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역임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1960년 경남 밀양시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에서 행정학 학·석사,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박사 학위 소지자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내는 등 전 정권과도 인연이 있습니다. 2018~9년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했고 지난 2일 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됩니다. 그동안 3대 국책은행 중 자랑이었던 내부출신 행장이 10년 만에 깨지는 순간입니다.

특히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앞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이 노조와 큰 마찰 없이 출근했던 것과는 달리 노조와 심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윤 행장은 낙하산 논란에 더해 금융 분야 경력이 전무하고 중소기업에 대해서 비전문가라는 것도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는 이유 중 하나죠.

이에 윤 행장은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으로 임명 이후 13일까지 열하루째 출근을 못하고 삼청동 금융연수원 임시 집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는 것인데요. 그동안 임명 후 출근 못한 기업은행장의 최대 일수는 은성수와 이덕훈 전 행장의 5일로, 이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기업은행 노조는 오는 4월 총선까지 출근저지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정부와 청와대에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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