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고배당, 국부유출 논란과 ‘대가이고(待價而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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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고배당, 국부유출 논란과 ‘대가이고(待價而沽)’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1.09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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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서병호 선임연구위원. /사진=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선임연구위원. /사진=한국금융연구원

“만약 아름답고 훌륭한 옥(玉)을 가지고 있다면 감춰둬야 할까요, 아니면 좋은 가격에 팔아야 할까요.”

“팔아야지, 팔아야지. 나는 지금 살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제자인 자공의 물음에 공자의 답변은 기다림이 없습니다. ‘대가이고(待價而沽)’. 값이 오를 때를 기다려 판다라는 말로 ‘군자가 때를 기다려 임용에 응하다’라는 뜻입니다.

박근혜정부 때인 5년여 전 2015년 12월, 신한·KB·하나 등 금융지주사들은 배당확대 방침을 정합니다. 당기 순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라지만 저배당에 불만인 외국인 주주들 달래기용이라는 숨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여기에다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린 정부가 자신들이 주인인 기업·우리은행 등에서 배당 관련 세금수입을 1년 전보다 6배 이상 예산에 책정한 것도 배당 확대를 부추긴 원인이었습니다. 당시 은행들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주들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기에 배당을 부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라고 항변했습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와 2020년 1월. 금융지주사들의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 금융지주사들의 주가가 세계에서 가장 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예상실적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37배에 불과하고 우리금융지주와 신한지주는 각각 0.40, 0.53 가량이라는 것이 KB증권의 분석입니다. PBR이 1이라면 특정 시점의 주가와 기업의 주당 순자산이 같은 경우이며 이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해당기업의 자산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해외 은행의 경우 웰스파고 1.24, BOA 1.12, 커먼웰스 1.98, JP모간 1.59 등인데, 한국보다 ROE(자기자본이익률)가 3분의 1 가량 낮다는 일본계 은행(미즈호 0.46, 미쓰비시 0.42, 스미토모 0.47)들도 PBR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현재 금융지주사들의 외국인 지분율을 보면 KB·신한·하나금융이 각각 66.79, 64.66, 67.06%입니다<본지 1월 7일자 ‘매년 1조원이 ‘줄줄’… 3대 금융지주發 국부유출’>. 70%에 육박하는 지분율을 가진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더 이상 유입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고배당 및 국부유출 논란을 해소하고 금융지주사의 PBR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기금의 은행주 보유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선임연구위원의 보고서 <국내 은행 및 은행지주사의 PBR 동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PBR 하락 현상은 국내 은행의 수익 전망이 어둡고 성장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또 ‘은행주 보유 관련 규제로 인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제한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현행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은 정부와 예금보험공사에 대해선 동일인 보유 한도 규제의 제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미 4개사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역시 외국인 지분율 상승에 따른 국부유출 방어와 PBR 유지 등을 위해 규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부유출 논란과 PBR 개선 사이에서 길 잃은 은행주들을 보면서 공자 가라사대가 자꾸 되뇌어지는 건 왜일까요.

“팔아야지, 팔아야지. 주식은 지금 제대로 살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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