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국민연금 인상과 ‘하석상대(下石上臺)’
상태바
[사자경제] 국민연금 인상과 ‘하석상대(下石上臺)’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1.06 1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하석상대(下石上臺)’.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고,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괸다는 말입니다. 담을 쌓는데 아랫돌을 꺼내 윗돌로 받치면 어떻게 될까요.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보다 임시로 적당히 때우는 임기응변식 태도를 뜻합니다.

온 국민의 노후를 책임진다는 국민연금 수령액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6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실질 가치와 적정급여 수준을 보장해주고자 매년 전년도 소비자물가변동률을 반영해서 연금액을 인상해서 수급자에게 지급합니다.

이런 계산 방식으로 연금 수급액은 매년 불어나고 있습니다. 1998년 최초 수급액이 월 50만원인 경우 2003년 59만2560원, 2008년 68만4220원, 2013년 80만5450원, 2018년 85만6610원, 2019년 86만9459원 등으로 증가했습니다.

전년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서 연금액을 산출한 결과입니다. 물가는 1999년 0.8%, 2003년 3.6%, 2008년 4.7%, 2013년 1.3%, 2014년 1.3%, 2015년 0.7%, 2016년 1.0%, 2017년 1.9%, 2018년 1.5% 등으로 해마다 올랐습니다.

국민연금은 올해 수급자의 기본연금액 역시 2019년 소비자물가변동률(0.4%)을 반영해 인상·지급합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기준 월 52만5018원(특례·분할연금 제외)인 노령연금 전체 월평균 수령액은 이달 25일부터 2100원(52만5018원 × 0.4%) 올라 52만7118원이 됩니다.

국민연금 가입자 기준소득월액별 현황.(2019년 9월말) /자료=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 가입자 기준소득월액별 현황.(2019년 9월말) /자료=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 연령별 가입자 현황.(2019년 9월말) /자료=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 연령별 가입자 현황.(2019년 9월말) /자료=국민연금공단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국민연금 제도를 폐지하고 원금을 돌려달라고 성토합니다.

“강제가입 폐지하고, 원금만이라도 좀 돌려주세요” “치과, 성형외과에서 한해 탈세만 해도 몇천억은 될 듯... 세금징수나 제대로 해라” “국민연금 강제가입 폐지하라!!!!!!!” “본인 납부한 금액 내에서 필요할 때 쓸 수 있게 만들어야”.

‘쥐꼬리 인상률’이라며 공무원, 군인, 사학연금과의 형평성을 따져 묻기도 합니다.

“국민들을 위한 제도가 맞냐? 공무원 XX들 배불리는 제도 같은데” “공무원 월급은 물가인상 2.4%, 국민연금은 물가인상 0.4%? 뭔 물가가 사람 봐가면서 오르냐? 쓰레기같은 통계 조작 좀 그만해라!” “국회의원은 단 하루만 일해도 죽을 때까지 평생 월 120만원씩 받는다” “공무원연금 수령액하고 비교 좀 해줘봐”.

그러나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지 말자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고갈시점이? 미래세대가 빚을 떠안게 하지 말자” “20년이면 돈의 가치가 현재보다 반이 된다” “고갈이 뻔한데 이딴 기사 왜 올리나 짜증난다” “국민연금 고갈되는 게 문제임” “난 나중에 30만원도 안되던데”.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월간 ‘연금이슈 & 동향분석’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면 기금고갈 후에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보험료 수준이 3배 이상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국민연금 4차 재정 추계에 따르면 현행 저부담·고급여 상황(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아 가는 구조)에 급격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면 2042년 국민연금은 적자로 돌아서고 적립기금은 2057년에 바닥나는 등 장기적으로는 제도 시행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즉 현행 40%의 소득대체율(연금급여율)을 유지하는 연금제도를 지속하려면 보험료율(부과방식 비용률)은 장기적으로 30% 수준은 돼야 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현재의 보험료율 9%와 비교하면 3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지난달 통계청이 내놓은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해 10월 출생아는 2만56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3.1% 줄었습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1년 이후 최소 기록으로 43개월 연속 최저치입니다.

지금 극장가에서는 <겨울왕국2>가 ‘노키즈존(No Kids Zone)’ 공방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미래세대의 울음소리가 많아져 ‘하석상대’가 아닌, 아버지·할아버지 세대와 공존하는 ‘공명지조(共命之鳥)’의 회생법을 기대해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