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연비어약(鳶飛魚躍)’처럼 새해에는 술술 풀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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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연비어약(鳶飛魚躍)’처럼 새해에는 술술 풀려라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1.02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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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춘풍(春風)에 화만산(花滿山)하고, 추야(秋夜)에 월만대(月滿臺)로다
사시가흥(四時佳興)이 사람과 한가지라
하물며 어약연비(魚躍鳶飛) 운영천광(雲影天光)이야 어늬 끝이 있을고

(봄바람에 꽃은 산에 가득 피어 있고, 가을바람에는 달빛이 누대에 가득 비치니
계절마다 일어나는 흥취는 사람의 흥겨워함과 같구나
게다가 물속에는 고기가 뛰고 하늘에는 솔개가 날며 아름다운 구름은 그림자를 짓고 찬란한 태양은 그 빛을 온누리에 던진다. 이러한 대자연의 조화에 어찌 끝이 있을까)

퇴계 이황은 시조 <도산십이곡> 6수에서 천지만물의 자연스러운 운행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퇴계와 함께 당대를 대표하던 학자 율곡 이이도 불교로 출가한 지 1년 만에 금강산에서 내려와 환속하며 다음과 같은 시를 남깁니다.

연비어약상하동(鳶飛魚躍上下同·솔개 날고 물고기 뛰는 이치는 위나 아래나 매 한가지)저반비색역비공(這般非色亦非空·이는 ‘색’도 아니요 또한 ‘공’도 아니라네)
등한일소간신세(等閑一笑看身世·실없이 한번 웃고 내 신세 살피니)
독립사양만목중(獨立斜陽萬木中·석양에 나무 빽빽한 수풀 속에 홀로 서 있었네)

/사진=독자 제공
/사진=독자 제공

‘연비어약(鳶飛魚躍)’. 솔개가 하늘을 나는 것이나 물고기가 연못에서 뛰는 것이나 다 스스로 터득한다는 네 글자입니다. 중국 춘추시대 민요를 중심으로 모은 가장 오래된 시집인 ‘시경’에서 유래합니다. 만물이 저마다의 법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아가면, 천지의 조화를 이루게 된다는 뜻입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1일 경자년 인사말에서 “새해에는 ‘연비어약’이라는 글귀처럼 우리 경제 갈등 현안들이 조화와 이치에 따라 풀리고 솔개, 물고기처럼 경기반등·경제도약을 이루기를 고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홍 부총리는 “‘조화로움과 이치에 따름’을 강조한 말이기도 하고 또한 ‘솔개의 하늘솟음과 물고기의 수면차기와 같이 힘찬 기상’을 나타내기도 한다”라며 “이를 국민과 함께 이루어내도록 경제팀이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히 청년, 여성, 고령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대책은 물론 우리 경제 허리이면서도 고용 측면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40대에 대한 맞춤형 고용대책’도 별도로 강구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작가 박종화는 소설 <임진왜란>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솔개는 날고, 물고기는 뛰는 연비어약의 좋은 경치로군요. 우리 겨레도 어느 때나 저 솔개와 저 잉어처럼 다시 한번 자유를 찾을는지 모르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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