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신한은행 직원의 눈물과 ‘진평분육(陳平分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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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신한은행 직원의 눈물과 ‘진평분육(陳平分肉)’
  • 이광희 기자
  • 승인 2019.12.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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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진평분육(陳平分肉)’.

‘진평’이 고기를 나누어준다는 사자성어로 일을 공평하게 처리하는 것을 뜻합니다. 진평은 항우와 유방이 패권을 다투던 중국 초한시대 유방을 도운 재상입니다. 진평은 젊은 시절 마을 제사에 사용했던 고기를 나눠주는 일을 했습니다. 얼마나 정확하게 고기를 잘 나눴는지 서운한 사람이 한명도 없을 정도여서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어제(18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는 신한은행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한 결심공판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원, 채용을 담당했던 부행장인 윤모씨에게 1년6개월과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습니다.

인사부장인 김모씨에게는 징역 10개월과 벌금 300만원을, 또 다른 인사부장인 이모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습니다. 또 채용실무자인 박모씨에게 징역 1년과 벌금 300만원, 이모씨에게는 징역 8개월, 신한은행에는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습니다.

15~64세 인구 증감 및 취업자 증감.(단위 1000명) /자료=통계청
15~64세 인구 증감 및 취업자 증감.(단위 1000명) /자료=통계청

 

검찰은 이날 “행장과 부행장, 인사부장 등은 채용에 있어서 막강한 지위에 있으면서 신한은행의 이익을 위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야 하는 의무를 도외시했다”라며 “가족과 추천자의 친분만 고려해 실력으로는 합격할 수 없었던 특정인을 합격시켜 면접관과 신한은행 채용을 방해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법정에서 담담한 표정을 지었던 조 회장과 부행장 이상급 임원들과 달리 부장 등 실무진은 최후 변론에서 눈물을 쏟았다고 합니다. 이들은 평생에 걸쳐 다닌 조직에 충성했을 뿐 위법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밑에 직원은 뭔 죄냐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 “위에서 하라면 해야지 아니면 내부고발이라도 해야 한단 말이가, 총대 매고 내부고발할 사람 몇이나 되겠나, 자기도 가장이고 밥줄인데”라며 실무진을 두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누리꾼들은 ‘진평분육’을 잊은 특혜채용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모두 엄벌해라. 사람은 안 변한다. 인사 갑질 할 땐 몰랐겠지. 그런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는 것이 진짜 적폐 청산이다” “선처를 호소하지만 끝까지 자기생각뿐. 피해자의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구만” “인과응보! 사필귀정! 신상필벌!”.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2019년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 준비자가 73만6000명으로 1년 새 3만5000명 늘었습니다. 구직 단념자도 48만7000명에 달합니다. 5월 통계를 보면 청년들이 ‘첫 일자리’를 구하는 데는 11개월이 걸리고 10명 중 4명은 월급 150만원, 5명 중 1명은 언제 잘릴지 모를 시간제 일자리를 첫 직장으로 갖습니다. 눈물겨운 청년 취업시장의 현주소입니다.

신한은행 직원의 눈물과 취업 준비생의 눈물.

성분은 같지만 분명 다른 눈물입니다. 취업 준비생들의 눈물을 닦아줄 ‘공평무사(公平無私·모든 일을 바르게 처리하여 사사로운 이득을 없도록 함)’한 채용시장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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