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냐, 청년수당이냐 [영화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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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냐, 청년수당이냐 [영화와 경제]
  • 김경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03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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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스틸컷
/사진=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스틸컷

할리우드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배우ㆍ감독ㆍ제작자 그리고 주변인들의 일상이 권태롭게 흐르는 중에 느닷없이 히피소녀들이 무리지어 거리를 행진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사회에서 버림받거나 순진무구한 그들에게 감정이입한다.

하지만 브래드피트가 히피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농장의 늙은 주인에 대한 안위를 확인하기 직전, 그 긴장감 속에서 소규모 공동체에 대한 환상은 그대로 횡단된다. 어쩔 수 없이 캘비니즘적 성공이나 공동체 내에서의 구성적 존재감 어느 쪽에도 마음을 두지 못한 채 배우와 스턴트맨 사이의 우정을 쫓는다.

2차대전 이후 정점에 있던 미국의 패권이 베트남전 참전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을 때 히피만이 기성의 권위에 도전한 것은 아니다. 통화주의 학파가 케인즈안을 대신하여 새로운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50년, 몇 번의 변증법적 운동을 주기적으로 겪어온 그들은 머니가 만조의 수면 위로 넘실대고 이자율은 제로금리를 향하고 있지만 인플레 징후는 10년 넘게 사라진 일종의 전황(錢荒)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자본의 한계효율성은 지극히 예민해져 자본가들의 계급적 안정성은 마리화나 연기처럼 희박해져 간다.

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하여 대공황시절 뉴딜정책이나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의 양적완화 등이 교훈적 효과를 제시하지만, 기축통화의 지위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양적완화는 삭제한다.

과거 우리는 김대중정부의 초고속국가전산망 사업이나 이명박정부의 4대강유역정비 사업 같은 정부재정을 투입해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하는 뉴딜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는데, 김대중정부의 초고속국가전산망 사업은 경기회복이 미래와 손잡은 이상적인 뉴딜이었다.

현 정부는 뉴딜정책이나 양적완화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 측면에서는 이명박정부의 4대강정비 사업만큼 복고적이다. 소비와 성장의 인과관계는 닭과 달걀처럼 불분명한 것이었고 또한 수출이 경제전반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내수 진작만으로 고용 부진과 잠재성장률 저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AI에 대한 조언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현대차가 가솔린이 아닌 전기자동차에서 돌파구를 찾듯, 삼성이 자동차가 아닌 바이오산업에서 장래를 엿보듯, 현대산업개발이 건설업에 머무르지 않고 항공운송사업에 뛰어들듯, SK가 배터리산업에 진출해서 후퇴하지 않듯, LG가 하이닉스에 미련을 두지 않고 인공지능과 외골격계로봇 사업에 박차를 가하듯이 가계의 가처분소득 증가가 가져오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영화의 마지막은 실제 할리우드에서 일어난 사건과는 다르게 결말을 맺는데 히피에 대해 보수화한 미국인의 정서가 반영된 것이다. 히피의 아들과 딸은 히피였던 그들의 부모를 원망하고 있었다.

석과불식(碩果不食)은 어린 알바생에게 보조금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고 국가적 논의를 통해 도출한 미래의 성장산업에 깃발을 꽂아두는 것이다. 그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갈 수 있게, 골드러시(비트코인이 청년수당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다)인들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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