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나루] KT 회장 후보와 '노조를 노조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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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 KT 회장 후보와 '노조를 노조답게'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9.12.13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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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T노동조합 홈페이지
사진=KT노동조합 홈페이지

KT가 황창규 회장의 뒤를 이을 회장 후보 9명 중 8명의 명단을 12일 발표했습니다. 1명은 비공개를 요청했다네요. 이날 회장후보심사위원회 9명도 같이 공개했는데요.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황창규 회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사가 다수 포함돼 공정성 논란이 이는 것인데요.

근데 이상하게도 제1노조인 KT노동조합만 조용해 그 이유가 궁금해지네요.

KT 내부에서 전해지는 우려의 목소리는 '황창규 후계자 꼬리표 경계'입니다.

현 정부의 낙하산이 배제된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동안 오너가 없다는 이유로 KT 최고경영자(CEO)는 잦은 ‘낙하산 논란’이나 ‘외압설’로 인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수사와 퇴진압박에 시달려 경영이 마비될 정도였죠. 황창규 회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날 공개된 8명의 회장 후보는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KT 전·현직 인사들로 구성됐습니다.

현직인사는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 △박윤영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입니다.

전직인사는 △김태호 전 IT기획실장(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임헌문 전 매스(Mass)총괄 사장 △최두환 포스코ICT 이사(전 KT종합기술원장) △표현명 전 텔레콤&컨버전스부문 사장입니다.

이 중 황창규 후계자 논란을 빚을 만한 인물이 바로 현직인사 3명인데요.

이들 모두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요직을 맡으면서 '황창규 라인'으로 분류됩니다. 구현모 후보는 황창규 회장의 첫 비서실장을 역임했습니다. 박윤영 후보는 삼성 출신인데 황창규 회장 역시 삼성 출신이고, 이동면 후보는 사내이사를 맡는 등 황창규 회장 재직 중 고속 승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회장후보심사위 9명 중 사내이사로 배당된 1명 또한 공정성 논란을 낳을 만한 인물입니다.

바로 김인회 경영기획부문 사장인데요. 김인회 사장은 황창규 회장이 외부에서 영입한 인재로 황 회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입니다.

사내이사인 황창규 회장은 공정성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빠졌다는 후문입니다. 대신 자신의 측근을 배정했다는 논란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이네요.

이 때문에 KT 내부에선 황창규 적폐경영 후계자를 뽑는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KT 현직 내부 인사는 이런 우려를 염려해 “황 회장을 포함해 사내이사 3명은 회장후보심사위에 참석 안하는 게 좋다”고 조언을 하기도 했는데 공염불이 됐네요.

KT 새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후보자 중 다수가 황창규 회장 체제에서 요직을 차지했던 임원들”이라면서 “특히 불법정치자금 사건, 경영고문 불법 위촉사건 등에 연루된 황 회장의 최측근들도 버젓이 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종 심사 과정에서 이사회가 황창규식 적폐경영과 단절하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사실상 적폐경영의 후계자에게 권력을 승계하기 위한 알리바이였다는 지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KT 내부에서 이처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유독 조용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본사 직원의 60% 이상이 가입된 제1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KT노동조합’인데요.

KT노조는 지난 11월 6일 “KT CEO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겸비해야 하며 무엇보다 종사원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 선임돼야 한다”는 성명을 낸 것이 전부입니다.

이번 회장 후보군과 회장후보심사위 구성에 대해서는 입을 닫는 모양새입니다.

왜 그럴까요? 사 측과 협력관계를 유지 중이기 때문에 사 측의 미움을 받을까봐서인가요? 이 때문인지 KT 새노조 등 일각에서는 KT노조가 ‘어용’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노조 홈페이지에 걸린 ‘노조를 노조답게’ 캐치프레이즈가 오늘따라 무색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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