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호 2307억 배당 잔치, ‘메리츠증권 불판’으로 차렸나? [조수연 만평]

완전 자회사 편입 메리츠증권 불완전판매 1위, 지난해 23배 폭증 ‘금융재벌’ 배당 재원 가능성

2024-04-08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삼성을 제외한 어지간한 재벌 총수의 배당 수령액을 모두 앞질러 금융재벌로 우뚝 선 메리츠금그룹의 총수 조정호 회장. 조 회장은 2022년 사업연도 기준 103억원 배당을 받았다. 이 배당금액도 천문학적이지만, 지난 사업연도에는 전년 배당액의 무려 23배인 2307억원을 받는다고 공시했다. 부자가 경제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돈을 버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탓해서는 안 되는 금기이지만, 빈부 격차가 빈자에게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불편과 기회의 제한은 물론 건강과 수명 격차까지 초래하는 만큼 어느 정도 시기와 질투는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부자의 배경에 ‘불공정’이 개입하면 대중의 시기는 분노로 색깔이 바뀔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메리츠금융그룹 총수의 성공에 이런 불공정이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투자협회가 공시 자료를 근거로 조사한 보고서에서 메리츠증권은 국내 상위 10개 증권사 가운데 판매 금액 대비 ‘부적합 투자자’ 판매실적 비중과 ‘투자권유 불원 투자자’ 판매실적 비중은 각각 6.8, 7.3%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금융투자회사는 투자자의 투자성향, 위험 감내 능력을 파악하고 적합한 금융상품을 팔아야 한다. 또한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 위험을 잘 알지 못하고 회피하고 싶은 금융소비자에게는 금융투자회사가 투자권유를 하지 말도록 금지하고 있다. 과거 일부 금융투자회사의 이익 추구 행위가 금융소비자를 유혹하고 망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메리츠증권은 다른 증권사와 비교해 과도하게 위험한 투자를 하도록 소비자를 현혹했다는 것이다.

또한 10개사 평균 대비 메리츠증권의 부적합 투자자 판매는 4.25배, 불원 투자자 판매는 3.4배 높았으므로 불공정 판매는 군계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불완전 판매 추세는 2021년부터 3년간 더욱 증가하고 있어 우려를 키운다. 특히 상품별로 보면 메리츠증권의 불완전 판매는 펀드가 대부분이다. 메리츠증권에서 판매된 펀드의 약 12.8%는 부적합 판매된 것이고, 15.3%는 펀드에 투자하기 싫은 고객을 유혹한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금융소비자가 메리츠증권에 갈 때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4월 메리츠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로써 조정호 회장의 배당 재원으로 역할은 더욱 커졌다. 특히 지난해는 해외부동산 대체 투자 손실과 부동산시장 침체로 주 이익원인 상품 매매와 투자은행 부문 이익이 급감하며 이를 일부라도 메우기 위해 리테일 영업을 강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가 불완전 판매 증가로 나타났을 개연성이 크다. 결국 총수의 배당 증가에는 불완전 판매가 크든 작든 유의미한 설명력을 더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