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접고 은행 영업시간’ 꺼낸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자경제]

“비정상의 정상화” 탄력점포 찾아 코로나 발발 이전 복원 당부… 은행 노사, 협상 일정 논의

2023-01-06     이광희 기자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달 30일치 본지 ‘공매도 급증 코스피 14년 만의 폭락, 검은 토끼의 해 증시 전망’ 기사에 달린 댓글들.

“금융위야. 공매도로 누가 돈 벌고 누가 돈 잃는지 아니? 알아는 봤니? 알아볼 생각은 있니? 왜 금융 x피아라고 부르는지는 아니? 모르면 집에 가시오” “진짜 공약 이행 좀 합시다! 공매도 금지 촉구합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지난달 30일, 공매도가 48.2% 급증한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14년 만에 가장 크게 하락했다는 소식에 달린 댓글들입니다. 주식시장 폭락의 가장 큰 원인은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공매도에 있고, 이를 방관한 책임은 금융당국에 있다는 것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7월 11일 취임식 직후 공매도 금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반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매도 제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인 가운데, 김주현 위원장이 금융소비자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다만 불만 해소 타깃은 공매도가 아닌 ‘은행 영업시간’입니다. 6일 금융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KB국민은행 탄력점포를 찾아 영업시간 정상화를 당부했습니다. ‘탄력점포’란 일반 은행과 달리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점포를 뜻합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5일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를 찾아 발언하고 있다. 영업시간이 오전 9시~오후 6시로 적혀 있지만, 현재는 앞뒤 30분씩 단축 운영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현재 은행 점포 영업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입니다.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였던 영업시간을, 코로나19가 발발하자 방역을 이유로 앞뒤 30분씩 모두 1시간 단축했습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찾은 탄력점포인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코로나 방역 상황이 정상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영업시간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국민들의 정서와 기대에 부합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 생활의 불편 해소를 비롯해 서비스업으로서 은행에 대한 인식 제고와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김 위원장과 함께한 김광수 은행연합회장도 “은행 업무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의 불편에 공감하며, 코로나 극복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에 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화답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영업시간이 이전처럼 정상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시중은행들과 금융노조는 영업시간 단축 해제에 관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협상 일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조는 ‘주 4.5일제 근무’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노사 협의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다만, 금융노조는 적정 영업시간 등을 진지하게 고민해서 협의에 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영업시간 복원은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금융당국의 은행 영업시간 복원 당부 소식에 누리꾼들은 평소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탄력점포를 포함, 평소 은행들의 짧은 영업시간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는 곧 ‘ 돈놀이’라는 예대마진으로 표적이 옮겨갑니다. 주제를 비켜 간 듯하지만, ‘주식시장 정상화’ 목소리도 이어집니다. 뉴스의 주어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기 때문입니다.

“탄력점포 있으나 마나. 어렵게 찾아봐도 고작 1시간 연장. 어떤 데는 외국인 전용. 탄력이란 말을 쓰려면 최소 20시까지는 업무를 봐야지” “코로나와 은행 업무시간 단축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가? 코로나와 관계없이 관공서와 모든 회사들이 9시부터 6시까지 근무를 하고 있는데 유독 은행만이 종전 업무시간에서 앞뒤로 30 분씩 1시간을 단축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은행도 서비스업인데 다른 곳보다 고액 연봉을 받는 직원 위주가 아닌 고객 편의 위주로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은행갈 일이 없어서. 그냥 다 자르고 비용 절감해서 예대마진이나 줄여줘”.

“주식시장이나 정상화시켜라!!! 경제관료들 일을 이리 못 해서야. 경제 대국 세계 6위에 맞는 주식시장으로 만드시오!!!” “주가 하락으로 벼락 거지 된 지금 뭔가 대책은 없니. 공매도 금지는 안 되는 거지” “공매도나 개선해라. 어째 16년째 주가 제자리냐. 여야가 한통속이냐” “이미 닥친 금융위기에 어떻게 대응할지부터 말해야. 금융위원장이 관심 가질 사안이라기에는 좀스럽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주식시장 박살 낸 공매도나 신경 써라”.

올해 들어서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은 이어지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한편 올해 들어서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3년 증시 개장일인 2일에는 ▲한국전력, 3일에는 ▲이녹스첨단소재가 과열종목으로 적출돼 각각 다음 날 공매도 거래를 제한했습니다. 이어 전날(5일)에는 ▲인탑스 ▲에스티팜 ▲덕산네오룩스가 과열종목으로 지정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