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감세’ 윤석열정부 뒤통수친 대기업 채용 계획 [사자경제]

500대 기업 62%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 없거나 안 뽑을 것”… 수시·경력직·이공계 선호 심화

2022-09-05     이광희 기자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2016년 6월 26일 국영방송의 퀴즈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이 쉰 문제 가운데 48번째 문제의 정답을 맞히지 못하자, 친구들에게 ‘문과라 죄송해요’라며 미안한 감정을 정답판에 적어냈다. /사진=KBS ‘도전골든벨’ 영상 갈무리

“지역대학 출신이라 ‘지송’합니다.”

2016년 이후 인문계열 학과 취업준비생들의 자조 섞인 유행어가 6년이 지난 지금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문송합니다”. ‘문과라 죄송하다’라는 이 문구는 지역 대학가에선 버전업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지방(지역)대학 출신이라 죄송하다는 ‘지송합니다’로. 국내 대기업 절반 이상이 채용 계획에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되면서, 이들 유행어는 생명력을 더할 것으로 보입니다.

5일 대기업과 경영자의 목소리를 내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대기업 10곳 가운데 6곳(62.0%)은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아직 세우지 않았거나(44.6%), 채용하지 않을 것(17.4%)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경련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인데, 응답 기업은 121개사입니다.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은 기업은 지난해(54.5%)보다 9.9%포인트 줄었지만, 아예 채용하지 않겠다는 기업은 오히려 4.1%포인트 늘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한 대기업 비중은 38.0%로 집계됐습니다. ‘법인세 감면’ 등을 내세운 친기업 정부가 들어섰는데도, 지난해와 견줘 5.8%포인트 증가에 그친 것입니다.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는 대기업들은 그 이유로 ▲추가인력 수요 없음(30.0%) ▲구조조정, 긴축 경영 등 회사 사정 어려움(20.0%) ▲코로나19 장기화, 공급망 불안 등 국내외 경제 및 업종 경기 악화(12.0%) ▲필요한 직무능력을 갖춘 인재 확보 어려움(12.0%) 등을 꼽았습니다.

국내 500대 기업 10곳 가운데 6곳(62.0%)은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아직 세우지 않았거나(44.6%), 채용하지 않을 것(17.4%)으로 나타났다. /자료=전국경제인엽합회

특히 물가·금리·환율이 모두 상승하는 ‘3고’ 현상으로 기업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채용 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곳 중 3개 대기업(32.2%)은 3고 현상으로 ▲채용 여부 재고려(14.0%) ▲채용 규모 감소(12.4%) ▲채용 중단(3.3%) ▲채용 일정 연기(2.5%)를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대기업 10곳 중 6곳(62%)은 새로 일손을 뽑을 때 수시 채용을 활용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수시 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19.8, 공개와 수시 채용을 함께하겠다는 기업은 42.2, 공개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38.0%였습니다. 특히 수시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 가운데 절반 가까이(46.3%)는, 전체 채용 계획 인원 중 절반 이상을 수시 채용으로 뽑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채용할 때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로는 ▲직무 관련 업무 경험(19.2%) ▲직무 이해도(17.5%) ▲전공과 직무 간 관련성(16.3%) ▲지원기업에 대한 이해(12.9%) 순이었습니다. 이를 반영해 대기업들은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10명 중 4명(35.8%)은 ‘경력직’을 뽑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상반기(29.7%)보다 6.1%포인트 늘어난 수준입니다.

특히 올해 채용시장에서도 이공계 출신 선호 현상은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10명 중 7명(67.9%)을 ‘이공계열’ 졸업자로 뽑을 것이라고 응답한 것입니다. 지난 상반기(61.0%)보다도 6.9%포인트 증가한 수준입니다. 이처럼 신규 채용 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도 대기업의 요구사항은 변함없었습니다.

대졸 신규 채용 확대를 위한 1순위 정책과제로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확대(42.1%) ▲신산업 성장동력 분야 기업 지원(25.6%) ▲정규직·유노조 등에 편중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11.6%) ▲고용증가 기업 인센티브 확대(9.9%) ▲진로지도 강화, 취업 정보 제공 등 미스매치 해소(5.8%) 등을 꼽았습니다.

올해 하반기 대기업 신규 대졸 채용도 이공계, 수시, 경력직 선호 현상이 예상된다.(위)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감세’라는 인센티브와 무관하게 이윤 챙기기에 급급한 대기업들의 행태를 크게 꾸짖고 있습니다. 아울러 대기업 감세로 낙수효과가 이어질 것이라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예상이 빗나갔다고 조롱댑니다. 이어 대학교 전공을 둘러싼 입씨름도 빠지지 않습니다.

“대기업 감세해주니 바로 뒤통수 당하쥬? 어디 기업들이 만만한 줄 아냐. 철저한 계산과 이윤 논리가 기업의 기본 철칙이다” “법인세 왕창 깎아주고 투자하고 일자리 늘리랬더니 그 반대. 도대체 정부는 뭘 하는지” “윤(석열정부) 집권 초에 모든 대기업들이 대규모 공채 예정이라고 엄청 언론에서 떠들어대더니. 결국 닥치니까 이렇게 다 발 빼는 거 봐” “감세해주니 채용 많이 하냐??? 경제 흐름이 중요하다” “미국에만 일자리 투자. 세금 왜 깎아줌?? 사면 왜 해줌???” “추경호씨가 그렇게 좋아하는 낙수효과 어디 감???? 세금 그렇게 줄여줬는데 대기업 뭐함?” “대기업 감세의 결과. 70년대에 가능한 낙수효과 타령” “사면에 기업들 법인세 인하 해주고 그 돈으로 미국 투자하고 국내 채용은 제로에. 그렇다고 미국에서 얻어오기는커녕 (뒤)통수 맞고~”.

“문, 이과를 없애라. 고딩 때 뭘 안다고 직업군을 반으로 가르냐?” “그냥 인문계를 없애자. 어차피 사회 나가서 인문계를 위한 길은 한국에서 없잖아” “니들 좋아하는 정치인들 다 인문계다. 세금 1차로 뽑아먹는 것들 다 인문계야~” “공대에서 사복(사회복지학)으로 전과한 제가 너무 후회되네요, 아무리 힘들어도 공대에서 어떻게든 버티세요” “인문학 무시하면 나라 망한다” “인문계는 수도권 대학 출신들도 먹고살기 힘듦. 기껏해야 3% 내외의 좁은 고시, 공무원, 언론인 문 뚫어서 취업하고 나서도 고행의 연속이지! 공대는 지방거점국립대만 나와도 취업에 무리 없잖아” “문과든 이과든 취업 안 돼. 뭐 취업 되면 좋을 거 같냐. 그냥 같은 노예여, 일의 노예. 근데 XX 열심히 해서 돈 모을 거 같냐? 집 나가면 다 돈이여. 평생 못 헤어나와. 기대하지 마”.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한편 추 부총리는 지난 7월 25일 ‘법인세 인하는 대기업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는 부자 감세이며 낙수효과가 없다’라는 지적에 “주요국에서 효과가 없었으면 했겠느냐”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법인세를 내리는 것은 경험칙”이라고까지 강조했습니다. 설문 조사와 달리 대기업들이 하반기 일자리를 늘릴지 꼭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