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8% 주담대 초읽기, ‘예대금리차 공시’ 10월부터? [사자경제]

기준금리 2.5%로 오르면 1인당 이자부담 128만원↑… ‘예대마진 공시’ 윤석열 공약 주목

2022-05-30     이광희 기자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 대선 윤석열 후보의 공약이던 예대마진 주기적 공시가 빠르면 10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시중은행들이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올해 1월 19일, 야당 후보는 이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공약합니다. 은행에 커다란 수익을 안겨주지만, 금융소비자들로부터 비난받는 ‘예대마진’을 주기적으로 공시하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금융당국이 가산금리 산정 때 리스크를 적절하게 설정했는지, 담합의 요소가 있는지 등을 면밀히 살피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습니다.

“예금 이자는 적게 주고, 대출 이자는 많이 받아 지난해만 46조원 넘게 챙겼다.”

대선이 끝나고 2주가 지난 3월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의원이 내놓은 국내 은행들의 ‘예대마진 수익’입니다. 특히 5대 시중은행은 예금보다 대출 금리를 최고 1.83%포인트 더 붙였습니다. 이들이 거둔 이익만 30조원에 가깝습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 7조2648억 ▲NH농협 5조896억 ▲신한 5조7889억 ▲하나 5조6325억 ▲우리은행 5조3475억원입니다.

국내 은행들의 지나친 예대마진을 손질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예대마진’이란 금융회사가 대출로 받은 평균 이자에서 고객에게 돌려준 평균 이자를 뺀 나머지 부분, 즉 예금과 대출 금리의 차이로 수입이 되는 부분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이 같은 예대마진(예대금리차)을 개인 신용평점에 따라 다달이 공시하는 방안이 빠르면 오는 10월 시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챙긴 예대마진 수익만 46조원을 넘었다. /자료=강민국 의원실(금융감독원 제공)

3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주 은행연합회 및 시중은행 관계자들과 예대금리차 공시 방안 개선을 위한 실무자 회의를 두 차례 열었습니다. 금융당국과 은행은 이 자리에서 실제 은행들이 활용하고 있는 신용평가사(CB)의 ‘개인 신용평점’에 따라 달라지는 대출 금리와 은행별 예대금리차 공시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은행연합회는 각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의 대출 금리와 예·적금 금리를 공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출자의 신용등급을 5개 구간으로 나눠 실제 취급한 대출의 구간별 평균 금리입니다. 예대금리차도 은행이 석 달마다 공시하는 분기 보고서에 원화대출채권과 원화예수금 평균 이자율의 차이, 명목순이자마진(NIM) 등으로만 공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공식 통계를 통해 은행권 전체의 가중평균금리를 공개하고 있지만, 은행별 예대금리차는 내놓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각 은행은 신용등급 대신 CB가 산정한 개인 신용평점(0∼1000점)을 적용해 대출 금리를 매기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10개 이상 등급이 있지만, 은행연합회 공시 양식에 맞추기 위해 5대 구간으로 나눠 실질 금리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새 공시 시스템에서는 달마다 개인 신용평점을 50점씩 20개 세부 구간으로 나눠 구간별 신규대출 평균 금리와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은행들은 이번 공시 개선안에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경쟁 은행보다 예대금리차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져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국과 은행권은 앞으로 추가 논의를 거쳐 세부 사항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올해 말 2.50%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6일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은행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반면 예대금리차 공시보다 전환대출 규제 완화, 저신용자 구제 등 다른 우선 요구사항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똑같은 담보 물건에 다른 금리를 적용하는 차별 행위에 대한 불만입니다.

“이게 당연한 건데 이제서야 되는 게 참. 요즘 동네 구멍가게를 가도 물건마다 가격표 다 붙어있는데, 은행은 이건 뭐 서류 뭐 가져와라, 뭐 해와라. 평일에 월차 쓰고 서류 갖다주면 지들끼리 며칠씩 까먹다가 호갱님 이번엔 이자 좀 많이 받을게요~ 왜 많이 받는지는 말 안 해줌” “신용대출에는 좋네요” “국민들이 은행들을 불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출 금리는 번개같이 올리고 예금금리는 최대한 미적미적 거북 걸음으로 올리는 것이다. 이런 불합리한 폭리는 반드시 없애야 한다”.

“아무 소용없는 대책이네요. 기존 대출자들 여기저기 대출 규제에 막혀서 대출도 못 받지만, 어렵게 받은 대출들, 다른 은행에서 조금 대출 금리 낮다고 해도, 전환대출로 다른 은행으로 대출 옮기기 쉽지 않습니다. 다른 은행으로 전환대출 쉽게 하게 만든다면. 은행들의 이자 폭리를 막을 수 있을 텐데. 정부 관계자들이 모를 리도 없겠지만. 은행권. 정부 관료들이 금융 마피아들이라, 국민들이 고금리 대출에 힘들어하든 간에, 본인들 이익만 생각하기에 바뀔 거라 생각 안 함.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밀어붙이기 전에는 안 바뀔 것 같네요”.

“대출 금리만 올리지 말고 예금금리도 같이 올려라!!! 대출이자 상환으로 서민들 등골은 휘는데 은행은 역대급 최고실적이 말이 되냐??” “세상이 신용등급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임? 막말로 저신용자들은 그냥 말 그대로 찬밥신세? 저신용자 구제 방법 좀 내놔라 XXX” “신용대출에 대하여는 타당할지 모르나, 같은 물건의 담보대출에 대한 대출이자 차별은 사기행위와 같다고 볼 것이다”.

지난해 8월 0.5%이던 기준금리가 2.5%까지 오르면 대출자 한 명당 이자액은 128만원씩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27일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7·8·10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2.50%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만약 이 같은 전망이 맞아떨어질 경우, 이미 6%대로 올라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8%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대출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인 0.25%포인트만큼 오른다고 가정하면, 평균 이자는 16만원가량 늘어납니다. 지난해 8월 0.5%에서 올해 말 2.5%까지 추산하면 대출자 한 명당 이자액은 128만원씩 불어납니다. 더욱 걱정되는 부분은 3월 말 기준 주담대 금리의 77%가 변동형이라는 것입니다. 예대금리차 공시에 대한 은행의 불만이 투정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