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적자 가계부, 다시 떠오르는 ‘사법시험 부활론’ [사자경제]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네 가구 가운데 하나는 빨간 가계부다.”
또 다른 십년을 앞둔 2010년 12월 29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통계청이 함께 조사한 첫 통계가 나옵니다. <제1회 가계금융조사>. 전국 표본 1만가구의 지난 1년 가계부가 낱낱이 공개됩니다. 가구당 평균 자산 2억7268만원, 부채 4263만원. 다만 전체 가구의 47.0%는 소득이 지출과 비슷했지만, 25.6%는 ‘적자 가구’였습니다. 네 집 중 한집 꼴입니다.
‘적자가계’. 한집안의 살림살이가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경우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올해로 12번째인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적자가계의 부담이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의 4분의 1은 빚을 갚는 데 쓰였습니다. 연령별로는 30대의 부채가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일 금감원·한은·통계청의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당 부채는 8801만원으로 1년 사이에 6.6% 증가했습니다. 반면 지난해 가구당 평균 소득은 6125만원으로 3.4%(201만원) 느는 데 그쳤습니다. 2010년 시작된 가계금융조사는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바뀌어, 해마다 전국 2만여 표본 가구를 직접 방문해 면접 조사합니다.
가구당 부채는 금융부채가 74.1%(6518만원), 임대보증금이 25.9%(2283만원)였습니다. 금융부채는 특히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이 급증했습니다. 1년 사이에 각각 11.3, 8% 늘었습니다. 전체 가구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17.5%였습니다. 빚을 진 가구의 원리금 상환액은 1265만원이었습니다. 처분가능소득이 5003만원이니, 4분의 1은(25%) 빚을 갚는 데 썼다는 얘기입니다.
부채를 연령별로 보면 40대가 1억2208만원으로 가장 많았지만, 증가 속도는 30대(평균 부채 1억1190만원)가 11.0% 늘어 가장 빨랐습니다. 40대(7.8%), 60세 이상(8.0%), 20대(2.1%), 50대(1.6%)와 견줘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투자 열풍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집값을 따라잡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담보 등 금융대출이 크게 늘어난(14.1%) 것이 방증입니다.
국내 가구의 평균 자산은 3월 말 기준 5억253만원으로 1년 전보다 12.8% 늘었습니다. 조사를 시작하고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4억1452만원으로, 이 가운데 부동산이 3억6708만원으로 14.8% 올랐고, 거주하는 집(2억2876억원)도 20.7% 뛰었습니다. 금융자산은 1억1319만원으로 7.8% 느는 데 그쳐, 재테크보다 ‘주’테크를 입증했습니다.
지난해 3.4% 증가한 가구의 평균 소득(6125만원)은 재난지원금 등 공적 이전소득(공공기관 등에서 개인에게 지급되는 소득)이 31.7% 급증한 영향이 컸습니다. 이에 따라 지니계수가 2019년 0.339에서 지난해 0.331로 낮아지는 등 소득 양극화 수준이 소폭 개선됐습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불평등 정도가 크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의 관심은 온통 ‘집’에 쏠려 있습니다. 빚을 내어서라도 집을 마련하고 싶은 바람과 함께 다가올 금리 인상 후폭풍에 대한 걱정도 쏟아냅니다.
“저렇게 영끌해서 산 집을 다음 영끌족이 빚투해서 매수해줘야 하는데…. 이미 영혼을 끌어올 수 있는 사람은 다 끌어왔음. 다음 영끌족이 집값 받쳐주기에는 그 이상 집값 폭등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 원동력이 이제 사그라들고 있지”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이랑 별개죠? (부채가) 8.8천만원이면 생각보다 적네요” “평균의 함정 ㅋㅋㅋㅋ 대출 한푼도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 낮춰준 거임” “대출 8.8천만에 집 마련했음 좋겠네” “나도 9000만원 빚 있는데.ㅋ 어케 알았지 족집게네”.
“이제 미국이 금리 올리면 대출이자 2배가 될 거다. 마음의 준비들 해라” “경제를 조금이라도 알면 지금 시기는 팔 시기지” “휴... 대출 없이 집 사서 다행이네. 역시 사람은 자기가 감당할 선에서 (대출)해야 돼” “고정금리로 받았습니다. 이자 높아져도 상관없어요” “내 주제에 맞게 살자” “부동산과 피(웃돈)팔이만 배 부른 꼴” “솔직해지자~ 집 사면서 부채들 엄청 늘었지... 그만큼 재산 증가 엄청 되었을 거고~” “10년 후에 집값 반토막 난다. 고령화에 인구도 줄고 집은 늘어나고”.
“집값 떨어질까봐 영끌 빛투 끌어대는데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영끌족도 무늬만 영끌족이지 부모 돈으로 집 구입한 것. 제발 영끌족 걱정 그만하고 무주택 서민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을 펼쳐라. 3년 전 가격으로 원복(원상복귀), 그것이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것” “1인 가구가 몇십억 하는 집 살 능력이 있남??” “지금의 집값이 다 은행 돈으로 만들어진 거다. 평생 은행의 노예로 살아야 할 사람이 많음. 담보대출 합쳐서 은행 빚 5억 이상이면 노예라고 생각하면 됨” “나는 빚 없다아~~~ 만세 ㅎㅎㅎ”.
한편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 20% 가구는 최근 9년간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많은 ‘적자재정’ 상태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1분위 가구의 저축가능액(소득-지출액)은 2012년 마이너스를 기록(-61만원)한 이후 지난해(-42만원)까지 9년 연속 적자재정을 지속했습니다.
저소득 가구는 벌이가 적음에도 주거, 의료비 등 필수 경비 부담은 가장 컸습니다. 지난해 1인당 주거비는 ▲1분위 가구 149만원 ▲2분위 140만원 ▲3분위 119만원 ▲5분위 117만원 ▲4분위 107만원이었습니다. 1인당 의료비 역시 ▲1분위 96만원 ▲2분위 77만원 등 하위 40% 가구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처럼 저소득 가구가 필수 경비 부담에 짓눌리면서 교육비 양극화는 더욱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교육비 지출액은 5분위 가구가 791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4분위 422만원 ▲3분위 239만원 ▲2분위 93만원 ▲1분위 22만원 순이었습니다. 개룡남(개천에서 용이 된 남자) 사라지는 시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사법시험 부활론’이 떠오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