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한잔, 아니 삼성전자 1500원어치 주세요” [사자경제]

2021-09-13     이광희 기자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 2월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에게 ‘국내주식 소수점 매매’ 허용에 대한 입장을 묻고 있다. /사진=국회TV 영상 갈무리

“동학개미와 중산층의 든든한 소득 버팀목이 될 것이다.”

지난 3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귀와 코가 솔깃한 토론회가 열립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1등 주식 골라담기>. 미국처럼 비싸서 사기 힘든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매매하자는 겁니다. 100만원짜리 황제주도 0.01주만 살 수 있다면 단돈 1만원, 커피 두 잔 값이면 가능합니다. 토론회를 준비한 국회의원은 이날 금융위원회로부터 “허용 검토”라는 답변을 받아냅니다.

‘소수거래’. 주식 1주를 소수점 단위로 쪼개어 사고팔 수 있는 ‘소수점 단위 거래’를 줄여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내년부터 국내주식도 해외주식처럼 소수거래가 가능해집니다. 그동안 소수거래는 일부 증권사를 통해 해외주식만 가능했습니다. 이에 한국예탁결제원이 전용계좌를 만들어 소수지분을 계좌부에 직접 기재하는 방식으로 소수거래를 제도화할 계획입니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주식도 내년 3분기 안으로 소수거래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국내주식은 ‘주식 불가분’ 원칙에 따라 온주(1주) 단위로 설계된 인프라 때문에 그동안 소수거래를 도입하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주식 권리 분할이 가능한 신탁방식을 통해 기존 원칙과 인프라를 훼손하지 않고 소수거래가 가능하도록 설계할 방침입니다.

주식의 소수단위 거래 허용과 기대효과. /자료=금융감독원

소수거래가 가능해지면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똑같은 비중으로 포트폴리오에 담을 때, 3000만원의 종잣돈이 필요했지만 0.01주 단위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30만원으로도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해외주식도 예탁결제원의 별도 인프라를 만들어 올해 안에 소수거래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현재 해외주식 소수거래는 규제 특례를 받은 증권사(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고객의 소수단위 매매주문을 합산해 1주 단위로 만든 뒤 거래를 체결하는 방법으로 진행해왔습니다. 앞으로 예탁결제원은 증권사 계좌부에 기재된 소수단위 주식 총량을 별도의 전용계좌에 기재해 관리할 방침입니다.

국내주식을 이처럼 소수 단위로 사더라도 배당금은 받을 수 있습니다. 증권사가 소수 단위 주문을 모아 온주(1주) 단위로 취합해 증권사 명의로 한국거래소에 1주당 호가를 제출하면, 예탁결제원은 증권사로부터 온주 단위 주식을 신탁받은 뒤 수익증권을 발행합니다. 투자자들은 주문 수량에 따라 수익증권을 취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온주 단위로 주식을 사면 직접투자가 되지만, 소수점 단위로 주식을 사면 간접투자가 됩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구입한 주식에 대한 이익금은 받지만 의결권은 가질 수 없습니다. 소수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기에 명의를 가진 예탁결제원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편 예탁결제원은 오는 10~11월 안에 소수거래 서비스 제공을 희망하는 증권사를 신청받을 계획입니다. 이후 금융위로부터 지정이 끝나면 세부 제도설계와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테스트를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해외주식은 올해 안에, 국내주식은 내년 3분기 안에 소수거래를 시행한다는 것이 예탁결제원의 로드맵입니다.

국내주식의 소수단위 주식거래 프로세스. /자료=금융감독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앞서 언급한 지난 3월 ‘소수점 단위 거래 토론회’ 당시 반응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소수거래가 필요한 국내주식이 얼마나 될 것이며, ▲수수료와 세금을 뽑아먹기 위해 복잡한 거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무차입 공매도와 같은 불법만 부추긴다는 것입니다.

“한국주식이 뭐 비트코인도 아니고 증권사만 배불리 먹이겠네. 공매도나 없애라 이것들아 이상한 짓 좀 하지 말고” “소숫점까지고 사봐야 몇천원 몇만원인대 이게 시행되는 게 뭔 의미가 있냐?? 담뱃값이라도 투자해서 껌값이라도 벌라는 거냐?? 온갖 대출 다 막아놓고 거지들은 이거라도 투자하라는 거지??” “저걸 왜 하는데? 동전까지 투자하게 만들려고?” “삼성전자 1500원어치 매수해야겠다” “가상화폐냐? 비트코인만도 못한 가격을 뭘 쪼개서 사냐!”.

“수수료와 세금 얼마나 뽑아 먹으려고 그러나. 굳이 복잡한 거래 필요 없겠구만” “할 일이 그렇게도 없냐. 어떻게 하면 수수료를 안 받고 주식매매를 해드릴까 고민 쫌 해봐라” “실시간 거래가 안 되는게 말이 되냐? 코인도 소숫점으로 거래해도 실시간인데? 불필요한 절차가 많고 법도 제대로 만들지도 않고 미리 떠드니 저런 소리가 나오지. 어떻게든 세금 걷을 생각만 하는 정부와 한심한 금융위답다” “돈이 안 몰리니. 코 묻은 돈 많이 털리겠네”.

“무차입 불법 공매도 신나게 하겠군” “소수점 거래할 이유가 있남? 허용해봐야 벌로 이용할 사람도 없겠구만. 쓸데없는 거 만들지 말고 공매도 대책이나 신경 써라. 공매도 상환기간 3개월 부여하고 총 주식수 대비 일정비율 이상 공매 못 하게 하는 등 개미들이 진짜 원하는 걸로 바꿔라” “소수점 말고 공매도나 개선해봐. 지들 좋을 짓만 하고 있어” “개미들 돈으로 코스피 더 올려보겠다는 심산이네 ㅋㅋ 그래도 코스피 오르면 찬성인데 공매도도 없애라”.

지난 3월 4일 열린 ‘국내주식 소수점 매매 가능할까’ 토론회. 소수점 매매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당시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사진=유동수 의원실

“허용하느냐 마느냐 차원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투자자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을까 방법을 찾고 있다”. 지난 3월 <커피 한 잔 값으로 1등 주식 골라담기> 토론회에서 나온 금융위 실무자의 답변입니다. 이러한 고민에도 투자자들은 여전히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지 못하는 당국을 불신하고 있습니다.

오늘(1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8월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7조816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반면 개인은 같은 기간 6조588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코스피를 떠받쳤습니다. 기관이 순매수한 1조7613억원의 네 배를 써가며 8월 마지막 지수 3200선 지키기에 온 힘을 썼습니다.

짜장면 한 그릇이 50원일 때 다방 커피값도 같았다. 커피 한잔으로 살 수 있는 주식은 몇 종류나 될까. /사진=픽사베이

1971년 처음 나왔던 호빵이 20원일 때, 짜장면 한 그릇은 50원이었습니다. 당시 다방 커피 한 잔도 50원이었습니다. 지금도 짜장면과 비슷한 커피 한 잔 값으로 살 수 있는 주식은 얼마나 될까요. 베토벤은 매일 커피콩 60알씩 세어서 직접 갈아 마셨다고 합니다. 커피 향 그윽한 대한민국 증시를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합니다. 베토벤의 커피 예찬론입니다.

“한 잔의 커피를 만드는 원두는 내게 60여 가지의 좋은 아이디어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