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량 사적 이용, 집단 식사… 도로공사의 ‘탈선’

근무 중 허위 보고하고 업무 차량 이용해 개인 자격증 시험 응시 팀원 8명은 코로나 복무지침 위반하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 식사

2021-07-26     김인수 기자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이 근무 중 허위로 보고하고 개인 자격증 시험을 보러 가는 등 근무기강 해이가 도를 넘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한국도로공사

국민 혈세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도로공사의 직원들이 허위로 보고하고 근무 중 자격증 시험을 보러 가는가 하면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위반하는 등 근무기강 해이가 도를 넘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됩니다.

26일 본지가 확보한 한국도로공사의 내부감사 결과 자료에는 직원들의 근무 기강 해이와 관련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는데요.

근무시간 중에 자격증 시험을 보러가는가 하면 업무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근무지를 무단 이탈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났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부가 고강도로 실시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는 8명이 외부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등 기본 방역 수칙을 위반한 사례도 발견됐습니다. 이 같은 사례는 감사실의 감사 결과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안전순찰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직원 A씨는 지난 2월 19일 근무 중에 소속 부서장의 승이 없이 ‘지게차 운전기능사’ 자격증 시험을 보러 간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특히 시험장 주변에 위치한 IC 인근에 잡물제보가 있는 것처럼 허위로 상황실에 보고까지 하고 시험을 보러 갔다고 합니다.

직무와 관련 없는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면서 한국도로공사의 CI가 부착된 안전순찰 근무복을 착용한 상태로 시험에 응시하기도 했으며, 개인 자격증 시험 응시를 위해 공용재산인 안전순찰 차량을 정당한 사유 없이 사적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A씨가 시험을 보러 갈 때, 같은 근무조로 근무해야 할 직원 B씨도 동행하면서 담당구간의 고속도로 안전관리 등에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는 “시험장 위치가 순찰 대기장소인 IC에서 비교적 멀지 않기 때문에 시험응시 중이라도 담당구간에 특별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상황발생 지점까지 늦지 않은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감사실은 “안전순찰원은 근무시간 중에 소속 부서장의 승인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임의로 근무지를 무단 이탈해서는 안 되고 지정된 대기장소에서 상황발생에 대비해 긴급출동 준비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면서 징계를 요청했습니다. A씨는 감봉을, B씨는 경고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공사현장을 감독하는 업무를 맡은 C씨도 개인적인 서류 발급을 목적으로 소속 부서장의 승인 없이 근무지를 이탈해 감독업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C씨 역시 이 과정에서 공사가 임차한 감독차량(운전기사가 동행)을 사적으로 사용했습니다.

C씨는 서류발급을 위해 이동 중 육안으로 공사현장을 감독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감사실 관계자는 “감사실의 업무차량 블랙박스 영상자료 제출요청에 응하지 않아 이를 입증할 근거는 없다”며 C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C씨는 인터넷 사전예약으로 신속하게 서류발급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해 외출신청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며 선처를 바란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엄중한 상황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이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수시로 위반한 것으로도 확인됐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본인이나 동거가족이 선별검사 또는 자가격리자로 지정된 경우 소속기관(부서)장 등에 즉시 보고’하도록 하는 정부 공공부문 특별 방역주간 지정에 따른 복무지침 알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직원은 본인이 코로나19 의심증상 등이 있어 선별검사를 받은 경우 신속한 방역조치 등을 통해 직원간 감염 확산을 방지하도록 소속기관(부서)장 등에 즉시 보고해야 합니다.

하지만 D씨는 감기 몸살 증상이 있으나 병원 진료 등을 받지 않은 채 정상 출근해서 근무하다가 사흘 뒤 보건소를 방문해 코로나19 선별검사를 받았습니다. 문제는 즉시 소속부서장 등에 보고하지 않고 사무실에 복귀해 근무했고, 검사 받은 다음 날 보건소로부터 코로나19 선별검사 결과 ‘판정보류’됐다는 전화 연락을 받은 후에야 뒤늦게 보고했습니다.

그 결과 같은 부서 직원, 회의 참석자, 합숙소 동거 직원 등 65명이 자가격리하는 등 공사업무에 공백 초래와 함께 공사 방역체계에 혼란을 발생시켰습니다.

D씨는 “자발적으로 코로나19 선별검사를 받은 경우에는 소속부서장 등에 보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감사실 관계자는 “D씨의 주장대로라면 심각한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어 자발적인 검사를 받더라도 회사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해 직원 간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할 수 없어 복무지침의 목적 달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D씨의 주장은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징계처분을 요청했습니다.

정부가 고강도로 시행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반한 사례도 있었는데요. E씨 등 직원 4명은 회의를 끝낸 후 팀원 4명 등 모두 8명이 코로나19 복무지침을 위반하고 근처 식당에 모여 점심식사를 한 것입니다.

당시 E씨 등 일행 8명이 식사를 했던 시간대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사실이 알려져 선별검사를 받고 자가격리까지 했습니다.

E씨는 “최근 직원들의 야근이 잦아 미안한 마음이 있었고 팀원과 사업단 직원들의 업무상 소통을 강화할 목적으로 본인이 점심식사를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감사실은 “관련자들이 앞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고 조치하라”며 인력처장에게 요청했습니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의 해이한 근무기강에 국민들의 질타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