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대신 갚아준 전세금, 900만원 넘는 중개수수료 [사자경제]

2020-09-07     이광희 기자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태풍의 눈과 마젤란. /사진=픽사베이, 위키피디아

“태풍이 이렇게 몰아치는 바다를 ‘평화’라고 이름 짓다니.”

1522년 오늘(9월 7일), 세계 일주를 마친 선박이 4척의 동료를 바다에 묻은 채 스페인으로 돌아옵니다. 빅토리아라 불리는 배에 원정대장 마젤란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그토록 고요하다며 이름 붙인 ‘태평양’을 건넌 지 41일 만에 필리핀 원주민의 창에 최후를 마칩니다. 마젤란의 죽음은 곧, 수탈의 역사인 ‘식민지 시대’의 신호탄입니다.

김소월과 진달래꽃. /사진=위키피디아, 픽사베이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라면.”

1902년 오늘 태어난 식민지 시인은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의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꿉니다. 그러나 현실은 농사지을 땅조차 없는 ‘집 잃은 내 몸’입니다. 일제의 압박에 늘 가난했던 시인은 서른셋에 본명 ‘김정식’의 삶을 마칩니다. 1986년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가곡 2할은 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입니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서울의 아파트촌. /사진=픽사베이

‘대위변제’. 채무자가 아닌 제삼자 또는 공동 채무자 가운데 한사람이 채무를 변제했을 때, 채권자의 채권이 그 사람에게로 넘어가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전세 계약기간이 끝났지만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국가가 대신 갚아준 보증, 즉 대위변제 액수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전문가들은 ‘갭투자’의 후유증이라고 풀이합니다.

오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HUG가 집주인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 금액(가구 수)은 3015억원(1516가구)으로, 지난 1년 대위변제 총액 2836억원(1364가구)을 넘어섰습니다. 전세금 반환보증은 임차인이 계약 만료 후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으로 2013년 도입했습니다.

전세금 반환보증은 공공기관인 HUG와 민간기관인 SGI가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먼저 주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 등을 청구해 돌려받습니다. 이 같은 대위변제 규모는 2016년 26억원에서 2017년 34억, 2018년 583억원으로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2836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4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벌써 3000억원을 돌파한 것입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가 늘어나는 것은 정부의 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 유행처럼 번진 ‘갭투자’ 영향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에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서두르는 세입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올해 8월말 기준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은 11만2495건(22조9131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14만6095건, 30조6443억원)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단위 원. /자료=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세입자 보호 강화, 투기 뿌리 뽑기와 함께 분양가 인하 등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보증금은 당연히 날짜 지켜 돌려줘야지 세입자가 보험까지 들면서 받아가야 하냐. 이게 비상식이다” “대출 받아서라도 돌려줄 능력이 없는 집 가진 사람들은 세놓지 말았으면 좋겠다” “돈은 돌려받더라도 세입자들 정신적 고통은 어쩔껀데... 갑작스러운 정책으로 결국 서민들 흰머리에 주름살만 늘어난다”.

“이렇게 돈이 없으면서 너무 빨리 집을 사서 들어가 살지도 못하고 세를 줘서 대출금 갚고 들어가 사는 경로나 아파트값 오르길 기대하고 투자했던 사람이 너무 많았던 게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문제였다~~그래서 지금처럼 강력한 주택 정책도 필요한 것이고~~ 끊기지 말고 더욱 더 강력하게 계속 보완해서 이번엔 반드시 앞으로 주택으로 돈 못 버는 구조로 완전 바꾸어야 모든 실수요자가 집 걱정 없이 적정가격으로 형성된 주택가격으로 내집 마련할 수 있다고 봄 ~~”.

“전세 같은 거 안 살고 매매를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투기꾼들 박살 박멸시키고 분양가 낮춰주세요 그게 정답입니다... 전세가 오를 수가 없음.. 전세 살고 싶어서 사는 사람 없음 국민들은”.

보름달. /사진=픽사베이

한편 서울 전셋값 상승 여파가 주변 지역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오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과 가까운 경기도 성남시 분당 및 판교신도시 일대의 전셋값이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판교 푸르지오 그랑블(전용 139㎡)의 전세가격은 2개월 사이에 2억원 뛰었고, 백현동 판교 알파리움 2단지(109㎡)는 3개월 만에 2억원이 올랐습니다.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이처럼 전세대란 조짐과 함께 부동산 중개수수료도 서민들의 주름살을 짙게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0억509만원입니다. 이에 따른 중개수수료는 904만5810원입니다. 내년 최저임금 기준 연봉인 2186만9760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입니다.

32년 뒤인 2052년 오늘은 추석입니다. 그날 여러분은 어느 집에서 보름달을 보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