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신용거래융자 ‘시한폭탄’

12조857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 경신… 일부 증권사, 리스크 관리 돌입

2020-07-10     이경호 기자
사진=픽사베이

‘동학개미’들이 드디어 일을 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코스피지수가 1400선까지 떨어지자 시세차익을 노린 개인투자자(동학개미)들이 빚을 내서라도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늘어나면서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전 거래일보다 1538억원 증가한 12조8574억원으로 집계되면서 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전 사상 최대치인 2018년 6월 12일 12조6480억원을 넘어서는 새로운 기록이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 신용거래융자가 전 거래일보다 718억원 증가한 6조1458억원을, 코스닥 신용거래융자는 820억원 늘어난 6조7116억원을 기록했다. 8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전 거래일보다 4432억원 증가한 46조6204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올해 1월 초(9조4712억원)에 비하면 약 3조2324억원 늘어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급증한 것은 ‘동학개미운동’이 벌어지면서 빚을 내서라도 증시에 뛰어든 개인이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12조원을 넘어선 것은 6월 15일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코로나19 폭락장에서 지난 3월 10일 10조원대까지 올랐다가 같은 달 25일 6조4075억원까지 내려갔으며, 3개월 만에 두배가 뛰면서 12조원까지 올라갔다.

증권가에서는 신용거래융자가 레버리지를 통한 단기투자로 이어지는 만큼 과도한 빚투자에 대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개인의 위험은 주로 종목선택의 위험이 있는데 가격이 낮을 때는 신용융자 등의 레버리지 투자가 유리하지만 지금은 시장이 상당 부분 고점에서 조정국면인 만큼 레버리지를 통한 단기투자는 사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 과열 심리를 가늠하는 거래소와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고 규모가 2018년 고점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며 “부채를 통한 주식 매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악재에 민감할 수 있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신규 담보 대출을 중단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한국투자증권은 6월 24일 예탁증권 담보융자 신규 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신규 대출 중단 대상은 주식, 펀드, ELS(주가연계증권), 채권 등다. 다만 신용 융자는 제외한다.

키움증권도 다음날인 25일 ‘키움형 대용’ 계좌에 한해 보증금률 45%, 50%, 60%의 현금비율을 10%에서 15%로 변경했다. 미래에셋대우도 주식·펀드 등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리는 예탁증권 담보융자 대출을 14일까지 일시 중단키로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증권사들의 신규 담보대출 중단은 신용융자 잔액이 늘면서 리스크 관리 차원도 있다”면서 “대출 한도나 여력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