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5000억원대?… ‘제2의 라임사태’ 터질까 [사자경제]

2020-06-19     이광희 기자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동상. /사진=픽사베이

“돈은 과일나무처럼 불어나는 것이 아니다.”

BC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은 노동 없이 재산을 불리는 ‘고리대금업’을 꾸짖습니다. 열매가 계속 달리는 과실수와 달리, 화폐는 오로지 교환 수단이라고 가르칩니다. 물질만능 사회는 빈부 격차만 늘려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오늘(6월 19일)은 기원전부터 금융위기를 걱정한 아리스토텔레스 탄생 2404주년입니다.

‘사모펀드’.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투자신탁업법에서는 100인 이하, 자본시장법은 50인 미만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로 정의합니다. 통상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전문투자형인 헤지펀드와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거나 경영·재무 자문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경영참여형인 PEF로 나뉩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공기업·관공서가 발주한 공사의 매출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의 환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해당 펀드가 투자한 자산 중에는 매출채권이 아닌 다른 자산도 섞여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돼 ‘제2의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오늘부터 펀드 운용사에 대한 현장검사에 나섰습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어제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채권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25, 26호’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만기연장 요청 공문을 보냈습니다. 옵티머스운용은 만기연장 요청 이유를 “법률적 사유”라고 밝혔습니다. 환매 연기 요청 규모는 NH투자증권 217억, 한국투자증권 167억원이고, 이들 펀드의 만기일은 연장 요청 당일이었습니다.

만기 6개월짜리인 이 펀드는 공기업·관공서가 발주한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나 IT기업의 매출채권을 싸게 사들여 수익을 내는 구조입니다. 기대 수익률은 연 3%안팎이지만, 펀드 편입 자산의 95% 이상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이라는 점에서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옵티머스운용이 부실 사모사채 등 다른 자산에도 투자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은 펀드 가입고객 안내문에서 “18일 운용사로부터 상환이 유예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고, 이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운용사에서 제공해준 자료에 위변조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라며 “펀드의 실제 자산 편입 내역을 재차 확인한 결과, 이전에 운용사가 제공한 펀드 명세서상 자산과 다른 자산이 편입돼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웰

한 판매사 관계자는 “펀드를 판매할 때 신탁은행을 끼워서 (운용 과정을) 분리 관리하게 돼 있는데, (운용사가) 서류를 다 조작해 마음먹고 사기 친다면 판매사가 어떻게 당하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옵티머스운용은 이번에 환매 연기된 펀드와 비슷한 구조의 또 다른 펀드들을 출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최고 5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옵티머스운용의 전체 설정잔액은 5564억원입니다. 판매사별로는 NH투자증권이 4778억원(85.86%)으로 가장 많고 한국투자증권이 577억원(10.37%)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또 케이프투자증권 146억(2.63%), 대신증권 44억(0.81%), 한화투자증권은 18억원(0.34%)입니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해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진행하면서 옵티머스자산운용을 눈여겨봤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나 해당 매출채권이 잘못됐을 가능성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장검사에 돌입한 금감원은 “유동성 때문에 환매가 중단된 것인지, 또 다른 문제가 있는지 등 구체적인 사항을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감독원.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들에까지 분노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어제 15년 가입한 변액 뺐다. 그때 3%짜리 싼 적금에 가입했어도 이자가 800이 나오는 걸 낸 돈에 2% 손해보고 해약했다. 내가 걔네들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펀드는 사기다. 결코 투자자를 위해서 돈을 굴리지 않는다. 자기들 수수료만 챙긴다. 절대 펀드 가입하지 마라” “판매증권사들 영업정지 시켜라!!!” “이거 판매사들도 책임물고 물어줘야 하는 거 아녀요?” “” “법이 얼마나 물러 터졌으면 저따위 짓을 할까?”.

금융사기범에 대한 처벌 강화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남의 돈 가지고 장난치는 놈들 제발 평생 못나오게 해야 돼. 몇 년 살다 나오면 숨겨놓은 돈으로 엄청 잘살고 돈 떨어지면 또 사기 친다. 500억 해먹고 고의 부도낸 사장도 3년이나 살았나? 와이프는 에르메스 가방만 들고 다니더만” “우리나라는 이런 금융사기범들에게 내리는 처벌이 너무 약하다. 미국은 분식회계 등 서류조작해서 이런 식으로 금융 범죄 저지르면 종신형 선고받게 해 놨는데... 만일, 잡히면 평생 감옥에서 썩히게 되게 해 놓으면 함부로 이리 못할 텐데...!” “관련자들 색출해서 사형시키세요 그래야 사기사건 경제사범들이 활개를 못칩니다,,,,,, 피해자들이 많고 그들의 인생과 가족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살인사건보다 더욱 잔혹한 범죄입니다,,,,, 언제까지 몇년 살고 나와서 다시 사기 칠지 모르지요,,,,, 징역살면서 국민 세금으로 삼시세끼 다먹고 나와서는 감춘 돈으로 떵떵거리면서 살고 또 사기치고 할 텐데,,,,”.

사태 발생 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던 감독당국에 대한 질타도 쏟아냅니다.

“눈여겨보면서 봐주었다가 정답 아닌가? 눈여겨만 봤으면 업무태만이고” “금융사고 터져야 감독원에서 조치를 하는 행위는 관리감독기관으로서 존재의 이유가 있나? 신라젠 사태도 거래소나 감독원이 평상시 감독강화를 했다면 소액주주들 피해를 봤겟나? 업무 태만하는 관리감독 직원들 당장 파면시켜라” “알면서 봐줬다는 얘긴가? 금융관리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금융위 해체해라” “금융감독원 해체 후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야한다...지금의 감독원은 전문성도 없고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금융방관원이네”.

옵티머스자산운용 홈페이지의 'Your Reliable Partner'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위는 접속 폭주로 열리지 않는 옵티머스 사이트.

óptĭmus. [옵티무스]라 읽고 ‘가장 좋은, 대단히 착한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입니다. 2009년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은 옵티머스운용은, 6년 뒤 사모펀드전문운용사 전환과 함께 AV자산운용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2년 뒤 지금의 이름으로 또 한번 바뀝니다. 접속 폭주로 먹통인 홈페이지가 다시 열리는 순간, 스스로 다짐했던 해결책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믿을 수 있는 당신의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