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양반’ 체면… 동원F&B의 표절논란 흑역사
올림한식·컵밥·국탕찌개… 세차례나 CJ제일제당 제품 이미지 도용 논란 사진 배치는 물론 일부 제품의 경우 용량 똑같고 원재료 함량까지 비슷 35년 전통 ‘양반’ 브랜드 오명… ‘전통’ 중시 업계 이미지 추락 어쩌나
식품업계의 고질병인 ‘미투’(Me Too) 즉, 표절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지면서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동원F&B가 지난 20일 35년 전통의 프리미엄 한식 브랜드 ‘양반’을 내세워 국탕찌개 시장에 진출하고 가정간편식(HMR) 사업을 강화한다는 소식을 전하자마자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브랜드 제품과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태클이 들어온 것인데요.
동원F&B와 CJ제일제당은 신제품 출시 때마다 표절 논란으로 맞붙은 악연이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CJ제일제당이 동원F&B를 상대로 법원과 특허청에 이의를 제기했다면 이번에는 입소문을 타고 표절 논란 의혹이 불거진 것이 다릅니다.
동원F&B가 최근 출시한 국탕찌개 제품 14종은 2017년 ‘올림한식 양반 국탕찌개’ 제품 3종을 리뉴얼과 라인업을 진행하면서 CJ 제일제당의 비비고 제품 디자인과 비슷해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것인데요. 2017년 당시 해당 제품의 디자인은 음식 사진 위치가 지금과는 정반대로 달랐습니다.
출시 당시 해당 제품의 실적은 바닥을 맴돌았고 결국 최근 리뉴얼 등을 거치면서 ‘올림’이란 이름을 없애고 동원F&B를 상징하는 ‘양반’ 브랜드로 통일한 것인데요. 하지만 리뉴얼 제품을 출시하자마자 업계에서는 꼴찌 탈출을 위해 선두 브랜드인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디자인을 벤치마킹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돌기 시작한 것입니다.
닐슨코리아의 한식 레토르트제품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이 57.3%로 압도적인 선두를 지키고 있으며, 그 뒤로 오뚜기(13.7%), 대상(6.4%) 순입니다. 동원F&B는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 1등 브랜드를 벤치마킹한 이유를 업계는 여기서 찾는 것입니다.
실제로 양사 제품의 디자인을 보면 똑같지는 않지만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제품 모두 상단에 왼쪽으로 치우친 부분에 국 사진이 있고, 그 아래 아이보리색 바탕에 제품명이, 그리고 하단에는 빨간색 바탕에 조리법이 표기돼 있습니다. 3단 구성도 유사합니다. 디자인 구성과 색깔마저도 비슷하다 보니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마트의 매대에 진열된 제품만 보고는 구분이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본지가 확인한 결과 차돌 된장찌개의 경우 용량(460g)은 물론 원재료의 함량도 매우 비슷해 표절 논란이 불거질 만했습니다. 소고기 함량 비율은 비비고 대 양반이 각각 8.0% vs 8.1% 그리고 된장 함량 비율은 7.14% vs 7.05%였습니다.
동원F&B 관계자는 “대부분 식품 회사의 파우치 제품 디자인이 거의 비슷해서 그렇게 보일 수는 있지만 전혀 (벤치마칭을 한 것이) 아니다”면서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런데 오뚜기와 대상에서 출시하는 국탕찌개 제품의 포장 디자인은 하단에 사진이 배치돼 있고 바탕색도 달라, 동원F&B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브랜드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살 만하더군요,
동원F&B와 CJ제일제당 간의 표절 논란 다툼은 지난해에도 벌어졌는데요. 분위기가 험악해질 정도였습니다. 동원F&B가 지난해 7월 출시한 ‘양반 파우치죽’이 ‘비비고 죽’의 포장 디자인과 구성이 비슷하다며 CJ제일제당이 디자인을 변경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동원 측에 보낸 것인데요. 그러자 동원F&B 측에서는 “파우치 포장류의 일반적인 형태로 구성요소가 명백히 다르다”며 거절했습니다. 그러면서 제품 출시 전 변리사 사무소를 통해 디자인 등록에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CJ제일제당은 특허청 부정경쟁행위 신고센터에 동원F&B 양반죽 파우치죽을 상품형태 모방 행위로 신고까지 했습니다.
앞서 2017년에도 동원F&B는 컵반을 둘러싸고 CJ제일제당과 법정 다툼까지 벌였습니다. CJ제일제당은 동원F&B가 내놓은 ‘컵밥’이 자사 ‘컵반’의 복합포장 용기 기술을 무단으로 복제했다며 법원에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인데요. 컵밥 제품에 대해 생산·수출 등을 금지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용기는 흔히 사용되는 형태”라며 부정경쟁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CJ제일제당은 당시 “식품업계에서 한 제품이 조금이라도 인기를 얻으면 경쟁사들이 모방해 출시하는 ‘미투 제품’이 만연하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업계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지만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선 아쉽다”고 전했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상품을 단순히 모방하거나 일부분 공개된 정보를 이용해 유사한 제품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게 미투 제품에 대한 법적 판단입니다. 표절 논란이 법적으로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전통을 중시하는 식품업계에서의 이미지 추락은 감내해야 할 부분이겠죠.
한편 동원F&B는 이번 국탕찌개 제품을 새롭게 내놓으면서 “동원F&B의 ‘양반’은 한식 고유의 전통은 지키면서 편리함의 가치까지 더한 35년 전통의 국내 최초 프리미엄 한식 HMR 브랜드”라면서 양반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벌써 CJ제일제당과 세번에 걸친 표절 논란에 양반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