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선거는 끝났다… 300개의 금배지와 ‘노란 리본’

2020-04-16     이광희 기자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전남 진도 팽목항. /자료사진=픽사베이

“들어갈 때부터 서로 밀치고 짓밟아 죽고 다치는 사람이 많았다.”

958년 오늘(4월 16일), 고려의 임금 광종은 처음으로 ‘과거’를 시행합니다. 문학적 재능과 정책을 시험하는 ‘제술과’, 유교 경전에 대한 이해를 시험하는 ‘명경과’, 법률·회계·지리 등 실용기술을 시험하는 ‘잡과’로 나누어 나라의 관리를 뽑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인재발탁’의 본뜻과 달리 응시자도 많고 폐해도 많아 박지원은 ‘전쟁’ 같던 당시를 기록했습니다.

‘인사만사(人事萬事)’.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라는 뜻으로,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림을 이르는 네 글자입니다. 고려시대를 한참 더 거슬러 올라가 인류는 무리들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사람을 뽑아서 쓰는 일에 열일을 제쳐두었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를 통해 국민의 대표를 뽑는 투표로 진화하였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 구로구 고척근린공원에서 열린 '과거 시(詩) 경연대회’. /사진=서울시 구로구

어제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이 전체 의석(300석)의 5분의3에 해당하는 180석을 차지하면서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경제정책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종합부동산세 등 다주택자의 과세 강화는 물론 3기 신도시 건설, 분양가 상한제 등이 차질 없이 추진될 전망입니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다주택자들의 실망 매물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이달 말 임시국회에서 종부세 강화 방안 법안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20대 국회 임기가 다음 달 종료되는 만큼 법안 처리를 서두른다는 계획입니다. 올해부터 보유세를 부과하려면 과세일인 6월 1일 이전에 입법을 마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개정안은 1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 보유자의 종부세 세율을 기존보다 0.1~0.3%포인트 인상하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율은 0.2∼0.8%포인트 높이는 방안이 담겨 있습니다.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자 종부세 세부담 상한은 200%에서 300%로 상향합니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 /자료=네이버 선거정보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도 탄력을 받게 됐습니다. 고양 창릉지구 신도시 철회 이슈로 맞붙은 고양정 지역구에서도 여당이 승리함에 따라 앞으로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침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여당의 총선 공약인 청년주택·신혼부부 주택 10만호 공급계획도 본격적으로 추진됩니다.

아울러 각종 코로나19 대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코로나19 실물피해대책 32조, 금융안정대책 100조, 추가 보강책 20조원 등 총 150조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단계적으로 발표해 온 민주당은 2차 추경 직후 3차 추경 편성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며 재정 정책을 통한 추가 대책 마련을 예고했습니다.

또 문재인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경제 정책들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미래 먹을거리 발굴을 위한 신산업 육성에 중점을 둔 ‘혁신성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중소기업·벤처기업 지원을 통해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기다렸다는 듯 부동산 투기 근절을 촉구합니다.

“투기한 만큼 세금 왕창 때려라” “부동산정책은 더 강화하고 불로소득은 더 세금을 부과해야한다. 이것이 총선 서울 민심이다” “민주당 모든 역량으로 집값 내려라. 국민의 명령이다!” “그동안 투기꾼들 때문에 집값 너무 올랐어요!!! 집값 잡읍시다!!!!” “아파트값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더더욱 강력한 정책으로 투기꾼들이 불로소득으로 빨아드신 수익을 모조리 환수해라” “강남3구 아파트 세금을 왕창 올려야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게”.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기대도 쏟아집니다.

“사각지대 없이 1인당으로 받고 싶다. 금액이 많든 적든...” “내가 열심히 회사 다니면서 낸 세금이다.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고 또 세금으로 가져가야지. 누군 놀면서 봉급 받아 세금 내냐. 꼭 약속 지켜라 이인영” “선거후에 다 주겠다는 말 바꾸지 마라” “1인가구 건보료 말도 안된다 결혼하고 애 있는 집만 국민이냐? 1인가구 돈 다줘라”.

거대 양당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습니다.

“민주당은 자만하지 말고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의 뚯을 알기를 바란다.. 이번에 못하면 다음 대선총선은 무조건 뒤집힌다. 통합당은 완전 개혁해서 돌아와서 이상한 사람들 좀 잘라내기를”.

소득 구간별 코로나19 관련 지원금액. /자료=기획재정부

정부는 오늘 오전 임시국무회의에서 소득 하위 70% 가구에 가구원 수에 따라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업을 담은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기초생활수급 대상 4인 가구의 경우, 재난지원금 100만원에 140만원 상당의 저소득층 소비쿠폰 등 중복 수혜가 가능한 지원을 합치면 최대 384만원까지 현금성 혜택을 받게 됩니다.

6년 전 오늘, 전라남도 진도군 앞바다에서 300명이 넘는 생명이 세상을 달리했습니다. 300여명의 가족들은 오늘도 지우고 싶은 그날을 가슴에 묻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더 전쟁 같은 선거를 치르고 노란 금배지를 다는 300명에게, 300여명의 남은 가족이 바라는 건 하나일 겁니다.

잊지 않을 ‘노란 리본’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