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말말말] “아침 떡국, 점심 떡국, 저녁은 된장국”

2020-01-02     이의현 기자

경자년 새해 재계의 화두는 지난해에 이어 불확실성 극복과 리스크 관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새해 첫 출근을 시작한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의 첫마디는 무엇이었을까요.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여러분, 역사는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해 첫 경영행보로 미래 반도체 개발 현장을 찾았습니다. 이 부회장은 현장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화성사업장 내에 있는 반도체연구소를 찾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 공정기술’ 내용에 대해 보고받고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사장단과 차세대 반도체 전략을 논의하며 이 같이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이 새해 첫 경영행보를 반도체 개발 현장에서 시작한 것은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비전을 다시 한번 임직원과 공유하며 목표달성 의지를 다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떡국 잘 드셨나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같은 날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떡국’ 이야기를 풀어내며 행사장 분위기를 편안하게 했습니다.

정 부회장은 “저는 어제(1일) 아침에 떡국, 점심에 떡국, 저녁은 된장국을 먹었다”라고 말을 꺼낸 뒤 10여분 정도 신년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특히 ‘고객의 행복’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최근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한 경험을 꺼내놓았습니다.

“공연을 보니 오케스트라에는 연주자와 지휘자의 역할이 있더라”라며 “여러분은 연주자와 지휘자의 역할을 함께해야 하고, 저도 그렇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그렇게 조화를 이뤄가면서 서로의 개성을 알고, 존중해 발을 맞춰 가면 훌륭한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20년은 고객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바로 실천합시다.”

구광모 LG 회장은 이날 “고객을 위한 멋진 시도에는 성과를 따지기 전에 저부터 박수 치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구 회장의 신년 메시지는 ‘LG 2020 새해편지’라는 영상에 담아 전 세계 임직원 이메일 계정으로 전송됐습니다. LG는 기존 본사 강당에 수백명이 모이던 신년회에서 벗어나 이 같은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구 회장은 “올해 경영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데 그럴수록 고객 가치 실천을 위한 LG만의 생각과 행동을 더욱 다듬고 발전시켜가야 한다”라며 “2020년은 ‘고객의 마음으로 실천’ 하나만큼은 반드시 우리 마음에 새기자”고 강조했습니다.

SK그룹은 신년사 없는 파격적 방식의 신년회를 열었습니다. 일반 시민과 고객, 구성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로 최태원 회장의 신년사를 대신했습니다.

이날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개최한 신년회에서는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 안정호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SK텔레콤 사외이사), 전북 군산의 지역공동체 활동가 조권능씨 등이 현장 발언에 나섰습니다.

허 대표는 “SK가 여러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리더를 양성하고 이들이 협업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확대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안 교수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시대의 핵심 기술인 ‘데이터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SK 관계사 간 시너지를 높여달라”고 제언했습니다. 조씨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당부의 말을 밝혔습니다.

SK그룹 관계자는 파격적인 이번 신년회에 대해 “SK가 지향하는 행복과 ‘딥 체인지’를 고객, 사회와 함께 이루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신년회 행사에 모두 참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