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덕도 없는’ 홈플러스 회생안, 구태는 되풀이된다 [조수연 만평]
메리츠 대출은 이자 한푼까지 우선 상환, 납품업자는 10년 분할… 27년 전 ‘대우채 좀비’ 부활
홈플러스가 우여곡절 끝에 2차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특별조사기일인 다음 달 2일, 회생계획안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 집회를 연다고 홈플러스 관리인 공동대표이사 김광일, 조주연 명의로 공시했다. 홈플러스는 이와 함께 회생계획안을 같이 공개했는데, 이를 놓고 벌써 논란이 크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은 먼저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이 밀고 당기기 끝에 아주 어렵게 승인한 관리인 조달 긴급 운영자금인 DIP금융 2000억원을 우선하여 변제한다고 첫머리에 선언했다. 근거는 대출 약정상 의무 조기상환 조항에 따른다는 것인데, 그동안 홈플러스 관리인인 MBK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이 해당 자금 지원에 대해 곤란해하고 그렇게 생색을 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민다.
또한 회생계획안에는 메리츠금융이 대출한 금액의 원금과 이자는 모두 한 푼도 남김없이 상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으로부터 차입한 금액을 내년 2월에 약 10%를 지급하고, 차액 약 90%는 이자율 6%를 적용하여 2028년 2월에 순차 지급한다는 것이다. 해당 대출 상환 금액(담보신탁채권+선순위·후순위 담보권신탁채권)은 원금 약 1조3151억원과 이자 2224억원이다. 특히 홈플러스의 입점 업자, 납품업자, 근로자 등 수많은 관계자가 고통을 받으며 회생을 위해 발버둥 치는 가운데서도 메리츠금융이 챙기는 이자만 회생절차 개시 후 2200억원이 넘는다.
반면, 홈플러스는 자기 본업인 유통업을 유지하고 성장 발전하는데 기여한 진성 상거래의 결제 대금에 대한 대우는 달랐다. 메리츠금융 관련 채권을 제외한 금액은 10년 분할 상환을 한다는 계획이다. 말이 10년 분할이지 첫 상환이 5년 후고, 10년 차에 가장 많은 39%를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의 상거래 자금은 금융거래 자금에 비해 후순위에서도 한참 밀렸다. 회생 기간 홈플러스에 입점하거나 납품한 자영업자, 중소기업이 살아남을지도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한편, 회생채권 가운데 카드채 4811억원은 상당 부분 증권회사를 통해 유동화하여 전자단기사채로 팔려나갔다. 이른바 ABSTB(Asset Backed Short-Term Bond)로 만기 90일 이내 채권으로 홈플러스가 구매전용카드로 물품을 구매한 채권을 카드사가 증권사에 유동화 과정으로 매각하면, 증권사는 이 채권을 기초로 전자단기채권을 발행하여 일반투자자에게 금융상품으로 매각한다. 이처럼 홈플러스 불똥이 금융시장에까지 번지면서, 초단기 카드채권을 매수한 금융소비자는 10년 장기채로 전환하는 혹독한 시련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ABSTB는 신영증권이 설계하고 하나·현대차·유진투자증권이 판매했는데, 부도 위험을 알고도 무리하고 부적합하게 발행했다는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과 고령자 등에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 팔았다는 불완전 판매에 대한 시시비비가 판매사와 투자자, 발행사와 판매사 간에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들 증권사 검사를 마치고 의견서를 발송했으며, 증권사의 소명 절차 이후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진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우채 사태가 발생한 1999년이나, 홈플러스 ABSTB가 팔리던 지난해 2월에도 ‘증권사 직원은 고객에게 똑같이 말하고 있다’라는 사실이다. 1999년 8월 대우그룹이 갑자기 기업개선 작업에 들어가며 채권이 부도 처리되고, 대우채에 투자하던 펀드들이 30~90% 가까운 손실이 발생하는 사태가 터졌다. 당시 필자는 증권사 지점에 근무했는데, 대우채 사태 발생 직전 고객들이 관련 위험에 문의할 때마다 증권사 직원들은 ‘대우가 무너지면 나라가 망합니다’라는 말로 방문하려는 투자자를 만류했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에서도 증권사 직원은 똑같은 행태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홈플러스가 망하겠어요?”라고. 보통 증권사는 전문가 집단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놀랍다. 또한 금융당국이 과거의 무리한 증권사 영업 행위를 막아보려고 <자본시장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시행 중이지만, 기대와는 달리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도 놀라웠다. 왜 구태는 되풀이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