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하나로유통 임영선 대표, ‘갑질 입막음용’ 대타? [조수연 만평]
‘공정위 제재 사건’ 직후 소리 소문 없이 취임… ‘농협중앙회 논쟁거리’ 더할까 쉬쉬하며 물갈이 의혹
농협중앙회는 조합원 204만명, 산하 조합 1106개를 거느린 공룡 조직이다. 단일 민간 조직으로는 국내 최대라 평가할 수 있는 농협은 농축산물 등을 생산하고, 전국에 배포함으로써 국가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한다. 농협 가운데서도 유통 부문이 아주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최근 농협의 유통 부문에 아주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는 증거가 드러났다.
농협은 실물경제와 금융을 각각 지주회사로 분리 경영하는 체제다. 실물경제를 농협경제지주가 맡는데, 여기에 유통 부문이 제조·식품·서비스와 함께 소속되어 있다. 특이한 것은 농협의 유통을 담당하는 회사가 두 곳인데, 바로 농협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이다. 거의 독점적이라 할 수 있는 농축산물 유통업에 과연 경쟁체제가 필요했을까? 더군다나 두 곳 모두 유사한 농축산물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게다가 각각 대표이사 등 방대한 조직이 있어서, 농협 직원의 자리 확보를 위한 기능은 기본으로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앞서 농협하나로유통이 대규모로 유통업법을 위반,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한 사실이 지난 9일 알려졌다. 농협하나로유통은 100% 농협경제지주 자회사로, 일반기업처럼 이윤 동기가 기업활동의 목표라고 보기는 어렵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총포괄손익이 2024년 마이너스 496억, 지난해 마이너스 456억원으로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또 납입자본금 5000억원을 잠식, 지난해 자기자본 총액이 4047억원으로 나타났다. 농협하나로유통 홈페이지 회사 소개 첫 화면의 ‘진심을 팔고 안심을 사는’이라는, 기업 미션으로 해석되는 문구를 봐도 이 회사는 영리기업보다는 사회적 기업에 가깝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농협하나로유통은 일반 유통기업도 해서는 안 되는 ‘금지된 상거래’ 행위를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농협하나로유통은 2021년 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신상품이 아닌 상품 187개를 신상품 입점 장려금 명목으로 3억236만원을 수취했다. 공정위는 출시 후 6개월 이내 상품을 신상품으로 할 것을 <판매장려금 부당성 심사 지침>에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농협하나로유통은 자의적으로 하나로마트 ‘입점’ 이후 6개월 이내 상품을 신상품으로 규정하고, 무려 출시 후 8년 9개월이 지난 상품도 신상품으로 지정하면서 판매 장려금을 챙겼다. 사회적 기업이 왜 그래야 했을까? 농협하나로유통 경영진이 연속 적자를 메꾸기 위해 일선 판매 창구에 압박을 가한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이 밖에도 농협하나로유통은 입점업자에 납품 및 임대 계약서를 즉시 교부하지 않았던 사실이 863건이나 적발됐고, 납품업자로부터 약정 없이 인력을 파견받아 일을 시킨 사실도 11회나 드러났다. 농협하나로유통은 현장에서 농협의 이미지를 가장 잘 노출하는 곳이다. 따라서 이번 공정위로부터 받은 제재는 ‘농협중앙회의 자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의 전형을 보였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다른 한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협 간부들의 횡령·금품수수 혐의 관련 14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올해 6월에는 국세청이 농협중앙회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 중이며, 지난달에는 경찰의 농협중앙회 2차 압수수색이 있었다. 가뜩이나 이 같은 사법 문제로 벌집을 쑤셔놓은 격인데, 농협하나로유통마저 공정위 제재를 받아 ‘농협은 윗물이나 아랫물이나 상당히 혼탁하다’라는 세간의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농협하나로유통의 임영선 현 대표는 별다른 보도나 행사 없이 지난해 1월 취임했다. 공정위 제재 사건이 2021년부터 4년 동안 벌어진 것을 고려하면, 전임 대표가 문책성으로 물러나고 외부 논쟁거리가 되지 않도록 쉬쉬하며 물갈이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적자는 만성적으로 쌓여가는 가운데 대외적 평판과 신뢰가 크게 망가진 농협하나로유통을 임영선 대표가 어떻게 이끌지 눈과 귀가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