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종목 레버리지’가 한국 자본시장에 끼친 악영향 [오인경의 그·말·이]

어느새 반 토막 된 졸속 도입 결과물, 오죽하면 ‘ETF의 아버지’도 위험성 거듭 경고했을까?

2026-08-05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일러스트=클립아트코리아

올해 5월 27일에 졸속으로 상장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한국 자본시장에 끼친 악영향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이 겪는 엄청난 규모의 금전적 피해와 고통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끼친 심리적 타격도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문제다.​

더군다나 출범 이후 지나치다 싶을 만큼 주식시장 활성화에 매달려온 정부에서 이토록 대참사에 가까운 정책 실패를 초래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그토록 잘나가던 한국 주식시장이 5월 하순에 상장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때문에 하루아침에 도박장을 넘어 아수라장으로 돌변하고, 국가 전체가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수준의 불안정 상태에 휩싸였는지는 아래 그림만으로도 넉넉히 짐작할 만하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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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출시한 지 두 달을 넘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투자 성과 또한 초라하기 짝이 없다. 기초자산의 움직임을 정방향으로 추종하든 역방향으로 추종하든 상관없이 16개 전 종목이 단기간에 엄청난 손실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불량한 금융상품을 왜 그토록 서둘러 졸속으로 도입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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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자산의 움직임을 두 배로 추종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단점은 한둘이 아니다. 변동이 클수록 펀드 수익률이 악화된다는 점은 기본이다. 음의 복리효과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국 증시에 상장된 16종목의 일일 변동성은 극단적으로 높다. 기초자산의 변동이 극심한 탓이다. 당일 최고가와 최저가를 당일 종가로 나눈 일일 변동률이 60%를 넘나드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심심찮게 발견될 뿐 아니라 상장 이후 일평균 변동률은 무려 17%에 이른다. 이러니 경마장보다 더한 도박판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히 반박할 논리를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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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자산의 등락률을 정방향으로 추종하는 14 종목의 주가 추이는 다음과 같다. 상장 초기에 잠깐이나마 높은 수익률을 보인 이후 반도체 투톱 주가가 급락하면서 누적수익률이 급전직하로 추락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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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는 반도체 투톱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등장 이후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반도체 투톱을 제외하면 나머지 대부분의 종목들은 주목도가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투톱의 시가총액만 하더라도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고, 이들 두 종목과 연계성이 매우 강한 네 종목(SK스퀘어, 삼성전자우, 삼성물산, SK)을 더하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3%까지 치솟는다. 이토록 반도체 쏠림 현상이 극단적으로 치우친 한국 증시에서 '투기적 성격을 극대화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서둘러 출시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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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수익률은 한결같이 부진하다. 오죽하면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자산운용사 대표가 거듭 위험성을 경고했을까 싶다. 16종목 종목 가운데 가장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 중인 종목조차도 이론 수익률 대비 한참이나 뒤처진다. 훨씬 더 충격적인 수익률은 역방향으로 두 배 추종하는 인버스 ETF에서 발견된다. 이론적으로는 각각 46.8%, 29.0%의 수익률이 기대되나, 실제 수익률은 마이너스 52.7%, 마이너스 41.1%를 기록 중이다. 기초자산의 변동이 극심한 데다가 매일 목표 배율을 맞추는 리밸런싱 과정에서 상당한 매매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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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 출시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펀드 운용 손실 등으로 시가총액이 빠르게 감소하는 추세다. 6월 25일에 16조5060억원에 이르렀던 시가총액은 불과 한 달 만에 최고점 대비 53% 수준인 8조7766억원까지 감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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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책 당국의 기본 예탁금 상향 조치 등에 따라 지난 7월 31일에는 극단적인 거래대금 감소 및 회전율 감소 현상도 나타났다. 그렇지만 7월 31일에는 기초자산 두 종목(삼성전자, SK하이닉스)이 일찌감치 폭등하는 바람에 2배로 추종하는 거래 자체가 막힌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높은 회전율을 보이던 인버스 두 종목의 회전율이 급감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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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 졸속으로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밀어부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금전적 피해를 당한 시장참여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하다. 또한 이번 정책 실패 사례는 한국 주식시장의 낙후성을 다시 한번 여과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몹시 안타깝다. 정책당국자들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한시바삐 획기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수습책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