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의 MBK와 메리츠금융 ‘선의의 용단’? 벼랑 끝 홈플러스가 웃겠다 [조수연 만평]

‘추가 지원 2000억’ 강력한 보호장치에 못 이기는 척… 여론 잠재웠지만 ‘두 번’은 못 참는다

2026-07-28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MBK의 DIP 속셈?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홈플러스의 최대 담보물권을 보유한 채권자 메리츠금융의 전략대로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홈플러스 회생에 긴급하게 필요한 자금 2000억원에 대한 지급 보증을 섰다. 이에 메리츠금융도 홈플러스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섰다. 이를 놓고 일부 언론에서는 메리츠금융 혹은 MBK가 DIP금융에 나섰고, 이는 선의의 큰 용단이며 마치 홈플러스가 살아난 것처럼 기사를 풀어놓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이러한 평가는 사실과 여러모로 맞지 않는다.

‘DIP’란 Debtor In Possession의 약자로 기업이 파산에 이르렀으나 기존 경영진의 경영 실패가 크지 않아 법원이 법정 관리인을 기존 경영인에게 맡기는 경우를 뜻한다. 다시 말해 파산 진행 관리인인 기존 경영진이 기업 회생 긴급자금을 조달하는 행위이니, 이번에 직접 자금을 제공하지 않고 연대하여 지급 보증에 그친 MBK와 김병주 개인의 행위는 엄밀히 DIP금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2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직접 대여하는 메리츠금융은 채권자 입장에서 사방팔방 압력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나섰으므로, 이 또한 DIP금융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앞서 메리츠금융이나 MBK는 올해 3월부터 이번 달 초까지만 해도 홈플러스가 요구한 긴급 운영자금 2000억원 지원에 대해 모두 절반 이내로 지원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들이 왜 갑자기 이처럼 태도를 바꿨을까? 일부 언론은 이들이 마치 선의를 가지고 홈플러스를 구하러 나선 것 같은 뉘앙스의 기사를 내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주목할 것은 두 금융회사 모두 내로라하는 이윤 극대화 추구형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아주 오랫동안 이윤 극대화를 위한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을 견고하게 갖추고 있어서 섣불리 선의로 태도를 바꾸기 어렵다. 즉, 이번 긴급자금 지원으로 태도가 돌변한 것은 대한민국 유통산업이 침체하거나 노동자가 일자리 잃는 것이 안타까워서라기보다는 이윤 극대화 행동의 일환이라는 추론이 합리적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무엇보다 이들의 태도 변화에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채무자회생법)이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 법률에 따르면 회생법인 관리인은 자금을 차입할 때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제61조), 이 차입금은 공익채권으로 지정된다(제179조).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와 상관없이 수시로 우선하여 변제한다(제180조). 즉, 메리츠금융이 지원한 2000억원은 최우선 변제권을 갖는 공익채권이고 이에 대해 MBK는 지급을 보증했다. 다시 말해 추가 지원한 2000억원에 대해서는 선순위 담보만큼 강력한 보호 장치가 있다. 이 같은 법적 안전 조항을 보면 그들이 왜 그리 시끌벅적하게 소란을 피웠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아마 정치권·노동계·국민의 정서가 불리해지자, 기왕이면 여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인 묘수가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이번 추가 운영자금 지원으로 일단 회생법원은 9월 4일까지 홈플러스 회생절차 마감을 연기했고, 그동안 MBK는 다시 매각처를 찾는 등 투자금 회수에 조처할 시간을 벌었다. 게다가 당분간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는 효과도 MBK는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2000억원’은 홈플러스 67개 핵심 점포 영업 재개에 사용할 수 있는 최소 규모에 불과하고, 영업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홈플러스가 법정 시한 내에 진짜 주인을 찾지 못하고 막대한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닥치면, 그때에도 MBK와 메리츠금융이 애써 보이려고 한 선량한 금융회사 이미지를 계속 유지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될 것이다. 누가 됐든지 홈플러스를 구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