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왜 하필 ‘삼전닉스’였을까 [오인경의 그·말·이]
연계 종목 포함하면 시총 비중 56.6% 차지… 시간 흐를수록 순자산 가치 감소하는 본질도 외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도입을 검토하는 단계에서부터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았다고 한다. ETF(Exchange Traded Fund)는 기본적으로 특정 지수를 추종하기 위해 만든 파생상품인데, 단일종목의 주가 변동을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분산투자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투기성이 매우 강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특수한 상황인 만큼 해외 증시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들과 단순 비교하는 자체부터 문제였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49.5%에 이른다. 여기에 두 종목의 주가 변동과 강한 연계성을 지닌 종목들(삼성전자우, SK스퀘어, SK, 삼성물산)까지 포함하면 이들 6개 종목이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무려 56.6%에 이른다. 이처럼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 투톱이 차지하는 위상은 해외 주식시장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특수성을 갖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무리하게 출시한 건 정부의 크나큰 실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도사린 치명적인 위험은 또 있다. '음의 복리효과' 때문에 기초자산의 등락을 두 배로 추종하는 ETF는 본질적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펀드 순자산 가치가 감소하는 경향이 강하다. 더군다나 기초자산의 가격 자체가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제한된 시간 안에 일일 변동폭을 두 배씩 빠르게 추종하는 과정에서 파생상품 거래비용이 예상 밖으로 크게 불어날 수도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16종목) 출시 이후 누적 수익률만 봐도 레버리지 ETF가 이론가격을 얼마만큼 추종하기 어려운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인버스 ETF(2종목)의 수익률이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ETF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을 투자하는 시장 참여자들한테도 두루 해악을 끼치는 파생상품을 왜 그토록 성급하게 관련 규정까지 바꿔 졸속으로 도입했는지 궁금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수익률을 이론 수익률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인버스 두 종목의 수익률 부진이 두드러진다. 오죽하면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자산운용사 대표마저 해당 상품을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을까 싶다.
인버스 ETF 두 종목을 제외한 나머지 14개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굳이 운용사별 실적을 따져볼 필요조차 없을 정도다. 대부분이 기초자산 하락률의 두 배를 초과하는 큰 폭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투기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지표는 엄청난 회전율이다. 16종목 가운데 특히 회전율이 높은 종목은 기초자산이 하락할 경우 두 배의 수익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레버리지 인버스 ETF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인버스(2종목)의 평균 회전율은 출시 이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변동성이 아무리 높은 ETF 상품이라고 할지라도 한번 발을 들여놓은 투기적인 대중들은 여간해서는 빠져나오기 힘들다. 오죽하면 <이코노미스트>에서조차 한국 증시를 비판하면서 '도박꾼을 카지노에서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겠는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16종목)의 하루 변동률은 심하면 50∼60%를 오르내릴 만큼 극심하다. 이러니 한국 증시가 도박장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16종목)의 하루 평균 변동률은 무려 16.2%에 이른다. 기초자산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하루 변동률도 8.4%와 7.0%를 기록할 만큼 급상승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 26일까지의 하루 평균 변동률은 삼성전자 3.2%, SK하이닉스 4.2%에 불과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한국 증시의 두 기둥이나 마찬가지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변동성을 얼마만큼 극적으로 끌어올렸는지를 알 수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한국 증시의 변동성만 극단적으로 끌어올린 게 아니다. 한국 증시의 약한 고리로 취급받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극심한 자금 이탈이 발생했다. 한때 1200P를 넘어섰던 코스닥 지수가 750P 아래로 추락한 것만 봐도 그렇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의 쏠림 현상 때문에 피해를 본 종목들이 즐비하다.
한때 13조원을 넘어섰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목의 시가총액 합계는 어느새 7조원대 초반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렇지만 잘만 맞히면 하루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변동폭의 두 배를 벌 수 있다는 탐욕 때문에 투자자들은 카지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졸속으로 출시된 올해 5월 27일은 대한민국 증시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날로 기록될 게 틀림없다. 가뜩이나 반도체 투톱으로 잔뜩 쏠려있던 투자자들에게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날이겠지만 말이다.
올해 6월과 7월에 투자자들이 겪었던 극심한 변동성 장세는 전 세계 어느 증시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광란에 가까웠다. 코스피 거래 대금의 97%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16종목) 거래에서 발생할 만큼 한국 증시는 기왓장이 깨지는 정도가 아니라 근본 토대부터 흔들리는 형국에 가깝다.
정책 당국자들은 한국 주식시장의 특수성을 도외시한 채 외화 유출을 방지할 목적으로 성급하게 출시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문제점'을 낱낱이 들여다보고 한시바삐 근원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웩더독 현상이 한국 증시 전체의 토대를 뒤흔들 정도로 심각하다. 변동성이 극심한 시장일수록 투자자들은 위험을 피해 보다 안전한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기 마련이다. 토붕와해를 막으려면 기본 예탁금을 얼마쯤 상향하는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보다 획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