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와해보다 무서운 ‘토붕’? [오인경의 그·말·이]
정부 긴급대책 내놔도 곳곳에서 섬뜩한 경고음… 수습할 수 없는 대한민국 증시 붕괴 우려
사마천의 <사기 열전>에는 '토붕'이 '와해'보다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 흔히 토붕와해(土崩瓦解)로 함께 묶여서 쓰이기 때문에 둘 사이의 경중은 무시될 때가 많다. 토붕와해란 말 그대로 '흙이 붕괴되고 기와가 깨진다'라는 뜻으로, 사물이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궤멸되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그런데 왜 사마천의 책에서는 와해보다 토붕이 더 무섭다고 했을까. 와해는 수습할 수 있지만 토붕은 수습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들도 인정했듯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몰고 온 충격파는 도무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5월 27일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일으키는 파급 효과는 정부의 긴급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에서나 들리던 '이러다 다 죽어'라는 섬뜩한 경고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데도 수습책이 마땅찮아 더욱 걱정스럽다.
국내 증시에 처음 선보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마저 멈춰세울 만큼 위력이 대단했다. 주가 흐름이 부진한 종목들을 처분하고 반도체 투톱 종목으로만 끝없이 밀려들던 투자 자금들은 또 다른 분출구를 찾아 레버리지 ETF라는 신상품으로 이동했고, 때마침 반도체 피크아웃 논란까지 겹쳐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랫동안 누려왔던 대장주의 위상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등장한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하루아침에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시장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만 하더라도 과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변동성이 급증한 마당에, 그 두 종목의 가격 변동을 두 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무려 16종목이나 신규로 등장했으니, 폭등하던 대장주를 제때 따라잡지 못해 극심한 FOMO(소외 공포)에 시달리던 투자자들에겐 이보다 구미가 당기는 신상품도 없겠다는 생각이 앞설 만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기초자산인 반도체 투톱과 함께 시중 자금들을 무섭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반도체 투톱에 쏠리는 거래대금만 하더라도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의 60%를 넘나들기 일쑤였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16종목) 거래대금까지 합산할 경우 코스피 하루 전체 거래대금의 97.1%를 기록하는 극단적 쏠림 현상마저 나타났다.
가뜩이나 반도체 투톱을 중심으로 극단적인 쏠림 현상이 나타난 데 더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마저 덧보태지면서 한국 증시는 순식간에 카지노를 연상시킬 만큼 투기 광풍이 몰아쳤고, 레밍스처럼 이리저리 쏠려 다니는 투자자들이 급증할수록 변동성은 점점 더 극단적인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시장의 변동성을 가장 쉽게 측정할 수 있는 가늠자인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 하나만 살펴보더라도 최근의 국내 주식시장이 얼마만큼 극단적으로 위험한 상태인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 26일까지만 하더라도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거래대금 합계는 코스피 전체에서 29.8% 수준에 불과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된 5월 27일 이후부터 지난 주말까지의 거래대금 비중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16종목) 거래대금까지 합산해서 72.8%로 급증했다. 6월 22일 이후로 범위를 더욱 좁히면 무려 89.1%까지 극단적으로 치솟는다.
이처럼 특정 종목에 대한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 더해 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이 넘는 두 종목의 주가마저 극심한 변동을 겪으면서 한국 증시는 그야말로 '도박장을 넘어 아수라장으로' 돌변했고, 주식시장은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 발동이 일상이 되는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든 형국이다.
VKOSPI는 한때 96.94라는 말도 안 되는 상황까지 치솟았고, 한번 달궈진 변동성은 그 이후로도 좀처럼 줄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2026년 들어서면서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얼마만큼 지속적으로 상승했는지를 살펴보면 하루하루가 롤러코스터보다 더한 공포스러운 급등락의 연속이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VKOSPI가 가장 높았던 '역대 톱10 기록'은 모조리 올해 6월과 7월에 쓰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당시 기록했던 69.24마저도 역대 54위까지 아득히 밀려났다. 최근의 변동성이 얼마만큼 상식을 벗어난 극단적인 양상인지를 짐작케 한다.
VKOSPI 역대 50위까지의 기록을 살펴봐도 놀랍긴 마찬가지다. 이 가운데 82%인 41건이 올해 5월 이후에 발생했으며, 6월과 7월의 모든 날은 역대급 변동성이 발생한 톱50에 포함된다. 꼬박 두 달 동안에 단 하루도 예외가 없었으니, 이보다 더한 투기장을 과연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흐름을 이어오다가,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가 겹쳐지면서 더욱 극단적인 양상으로 빠져들었다. 신규 출시된 ETF는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코스피 변동률까지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정부 당국자들은 여전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