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대한민국 증시, ‘무엇’이 달라졌을까 [오인경의 그·말·이]
외국인 매도 폭탄 던지면 기다렸다는 듯 폭풍 매수… 고수익 노린 ‘공격투자’ 자제해야
주식시장이 하루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하게 변동하고 있다.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변동도 큰 데다 시가총액마저 크게 불어난 영향이 크다. 더군다나 두 종목의 가격 변동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로 투기성 자금이 급격히 쏠리면서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변동성을 더욱 키우는 현상도 증시 변동성을 부추기고 있다. 증시가 지금처럼 극심한 투기장으로 변질되면 증시 참여자뿐 아니라 금융시장과 국가 경제에도 여러모로 악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졸속으로 도입한 제도가 한 국가의 자본시장마저 금융위기 수준으로 변동성을 부추긴다면 금융당국은 한시바삐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마땅하다.
한국 증시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변동성을 지속하는 데에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로의 자금 쏠림 현상뿐 아니라 다른 몇 가지 요인들도 겹쳐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에서 절대적인 지분을 보유 중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엄청난 매도 공세, 주식투자 한도를 크게 초과하면서도 비중 축소를 유예했던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재개, 변동성이 매우 큰 반도체 투톱으로만 일방적으로 증시 자금이 쏠리는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증시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우리나라 증시는 격변을 겪었다. 당장 시가총액 규모만 하더라도 무려 세 배 가까이 폭증했고,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어선 종목이 둘씩이나 한꺼번에 등장했다. 외국인들이 보유한 주식 규모만 하더라도 한때 3000조원을 넘어설 만큼 엄청나게 급팽창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전체 시가총액이 겨우 525조원에 불과했고, 당시 외국인들이 보유한 국내 주식 규모가 146조원에 불과했던 시절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나 다름없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투자주체별로 국내 증시에 대한 매매 동향을 살펴보면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난다.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외국인 투자자들이 엄청난 규모의 국내 주식을 처분하는 동안 개인투자자들과 금융투자를 중심으로 국내 주식을 그야말로 미친 듯이 폭풍 매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가 만년 저평가 상태를 지속해온 건 사실이지만, 국내 증시가 짧은 기간에 엄청나게 폭등한 만큼 뒤늦게 고수익을 노리고 공격적으로 주식투자에 나서는 일만큼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수많은 언론에서도 연일 지적하듯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도하는 중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 10일까지 8개월 열흘 동안에 내다 판 주식 규모만 165조원에 육박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만큼 대규모의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도하는 모습은 국내 증시에서도 일찍이 유례가 없었다. 국내 증시에서 든든한 안전판 역할을 떠맡아온 국민연금이라도 적극 나서서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규정에 따라 리밸런싱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크다. 연일 폭등하는 증시 때문에 극심한 FOMO를 느낀 개인투자자들이 뒤늦게 묻지마식 빚투에 뛰어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만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대규모의 주식을 처분하고 빠져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역력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서 제공하는 투자자별 매매동향 자료는 1999년 이후부터 시작된다. 1999년 이후 올해까지 약 28년 동안의 자료를 살펴보더라도 이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얼마만큼 대규모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올해 연초부터 지금까지 외국인들이 매도한 주식 규모만 하더라도 154조9275억원에 이른다. 원 달러 환율을 1500원으로 계산해 보더라도 약 1033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이토록 거대한 규모의 국내 주식을 처분해 달러로 연신 환전하고 있으니 외환시장이 안정될 리 없고, 서학 개미 탓에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정부 당국자의 푸념 섞인 진단이 얼마만큼 한심스러운 현실 인식인지를 거듭 드러낼 뿐이다.
한국 증시는 지난해 4월까지만 하더라도 코스피가 2300P 아래로 밀려날 정도로 암울했던 게 사실이다. 그토록 지지부진했던 코스피가 올해 6월에 종가 기준으로 9114.55P를 기록했으니 한 국가의 주가 상승률 치고는 가팔라도 너무 가파른 게 사실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거래대금만 하더라도 한때 92조원을 넘어선 때도 있었다. 2023년 7월을 새까맣게 불태웠던 '2차 전지 테마주 광풍'이 정점을 기록할 당시의 거래대금조차 어느새 역대 20위 수준으로 아득히 내려앉았다. 2023년만 하더라도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 규모조차 지금보다는 훨씬 작았던 만큼 국내 주식시장의 거래 규모가 얼마만큼 확대된 상태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한국 증시 거래대금 톱10을 살펴보면 단 하루만 빼고 나머지는 전부 올해 5월과 6월에 기록한 수치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투자자별 종목별 매매동향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 변화를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