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만원 간다고 했는데… ‘SK하이닉스 ADR 사고, 서울 주식은 팔아라’의 오해 [조수연 만평]

고가격 시장에서 매도하는 ‘차익 거래’ 권유를 잘못 해석… 기관 국내 보유분 공매도 가능성

2026-07-09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SK하이닉스 팔아라?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정점이 어딘지 모를 듯했던 SK하이닉스 주가가 300만원에 도전했다가 다시 꺾이며 200만원 초반까지 주저앉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재인 실적 이외에 최대 이슈로 떠오른 SK하이닉스(이하 미국시장 종목 코드 SKHY)의 ADR 상장이 코앞(7월 10일)으로 다가왔는 데도, 주가는 무섭게 하락해 이제는 침체 구간에 들어갔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이번 달 8일 현재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25% 비중을 차지, 삼성전자와 함께(2종목 총 비중은 52%) 국민 대표 주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ADR 상장을 앞두고 주가 회복을 기다리는 투자자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ADR은 사고, 한국 SK하이닉스 주식은 팔아라’라는 제목의 보도가 나온 것이다.

자료 1. /출처=관련 기사

필자는 ‘이 무슨 황당한 소리지?’라는 생각에 기사 내용을 확인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세일즈앤트레이딩(Sales & Trading) 데스크에서 이와 같이 투자 권고를 했다는 것이다. 특정 국가에서 특정 주식, 특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주식에 대한 매도 의견을 투자은행이 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더욱이 UBS의 리서치센터는 줄곧 매수 의견을 발표했고, SKHY 주가가 240만원 수준이던 지난 6일에는 목표주가를 320만원으로 상향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전 세계 시장에 걸쳐 복잡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형성하며 국가 간, 자사 간의 교차 투자로 수익을 추구하므로 UBS의 실제 수익 포지션은 외부에서 알 수 없다. 즉 SKHY 주가의 어느 쪽 변동 방향에 UBS가 유리한지 알 수 없다. 이 기사의 출처를 확인하니 <자료 1>처럼 동일한 내용의 제목을 외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기사를 그대로 국내 통신사가 옮긴 것이었다. 이 기사 제목만으로도 단기간 급등한 SKHY를 보유해 정점 논란에 시달리는 장기 투자자 심리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해당 기사 출고일에 SKHY 주가는 추가로 급락했다.

자료 2. 관련 기사 제목.

필자는 전후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 기사를 추가 확인했다. 그러고는 정말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금융 전문지 <야후 파이낸스>도 필자와 같은 의문을 가졌다. <야후 파이낸스>의 기사 제목은 ‘UBS는 고객에게 한 시장에서 SKHY를 팔고 다른 시장에서 사라고 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였다. 이러한 의문은 ‘투자’ 원론을 공부한 사람이면 당연하다.

자료 3. /관련 기사 제목

이어 또 다른 기사를 찾아보고는 그 의문이 풀렸다. AI 에이전트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투자분석 플랫폼 Trading Key의 분석에 따르면 UBS는 국가가 다른 시장 간 차익 거래(arbitrage)를 제안했다. 차익 거래란 서로 다른 2개 이상의 시장(또는 상품)에서 거래 조건의 차이로 상품(또는 증권 등 금융상품)이 거래 비용을 제외한 가격의 차이가 있을 때, 동시에 고가격 시장에서 매도하고 저가격 시장에서 매수하는 거래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거래는 차익 거래를 보장하는데, 개인보다는 거래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관투자가가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익 거래의 근거는 시장 제도, 접근성, 세제 등등이 작용해 수요 격차가 발생하고 SKHY ADR이 한국 시장 SKHY 주식보다 프리미엄 상태에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현실적 근거는 경쟁회사 TSMC의 ADR은 본국 주식보다 평균적으로 약 16% 프리미엄 상태에서 거래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SKHY 주식을 보유한 글로벌 투자 전문 기관투자가는 ADR을 보유하기 위해 국내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판단하기에 보유 주식을 매도하기보다는 공매도할 것으로 보인다. 원래 차익 거래는 보유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주식을 차입하고 매도해 공매도에 따른 가격 변화의 이익과 손실 가능성을 동시 보유한다. 그래야 기초자산인 주식과 ADR 가격 변화와의 차이에 따른 차익 거래 포지션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즉 공매도는 주식 보유를 전제로 하므로 차익거래가 곧 주식 수요 감소라 단정할 수 없다. UBS의 투자 전략이 ‘SKHY를 내다 팔아라’라고 했다는 매도 권유 기사와는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UBS도 ‘sell’보다는 ‘short’라는 투자 용어를 사용했을 것이다.

SKHY ADR과 한국 SKHY 주식 가격은 연결되어 있다. 시장의 접근성 차이로 거래 비용이 발생해 이것이 프리미엄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ADR은 파생상품이다. 그러니 기초자산 SKHY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ADR 보유자에게도 손실이 발생한다. 공모든 시장 매수든 보유 이후에 ADR 보유자가 SKHY 주식 가격 하락을 기대할 리가 없다. 다만 오는 10일 상장 전에는 저가 매수를 기대하는 투자자가 있는 것임이 틀림없다.

처음 ‘SKHY를 한국 시장에서 내다 팔아라’라는 국내외 기사는 UBS가 권유한 투자 전략의 의도와 효과와는 전혀 다르다는 게 필자 판단이다. ‘차익 거래 전략’에 찍혀야 할 방점이 어떤 의도인지 ‘한국 시장 매도’로 옮겨졌을 것이다. SKHY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넘어서야 할 것은 반도체 기술 개발과 시장뿐 아니다. 경쟁 관계나 SKHY의 행동에 따른, 예를 들어 최근의 메가 투자 계획처럼 정치적 이해 충돌도 있을 수 있다. 그만큼 SKHY의 영향력이 막대해졌다는 방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