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성·전문성을 생각할 때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2026-07-06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일러스트=조수연편집위원

지난 2일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회의 이후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자들에게 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기금위는 국민이 적립한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법정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내외 경제 상황을 언급하며 “최근 국제 유가 하락과 주식·채권·상품시장이 전반적인 안정세를 찾았으나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과 통화 긴축 우려 등 여러 리스크가 잠재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서도 변동성이 높고 국내외 산적한 변동 요인을 자세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기금위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제고하면서 시장 영향을 완화하도록 하루 최대 리밸런싱을 조정하는 등 운용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이러한 인터뷰를 보며 놀랄 따름이었다. 필자는 (펀드)운용전문가와 금융분석사 등 다양한 투자 전문가 자격을 가지고 있고 금융투자 산업에서 30년을 근무했다. 그리고 아직도 매일 투자 관련 시장을 점검한다. ‘투자 관련 시장’으로 표현한 것은 투자 포트폴리오 운용은 경제 분석이나 종목 추천과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아니 한층 더 투자 관련 시장에 관한 판단이나 예측이 두렵다.

놀라운 인터뷰의 주인공 정은경 장관은 서울대학교 의대를 나와 보건학 석사와 의학 박사를 받았다. 이후 평생을 질병 관리 분야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 그런 인생 역정의 정 장관이 기금위 회의에서 했다는 말을 듣고, 들었던 생각은 ‘나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나라면 의학 포럼에 가서 의사들 앞에서 의료 전문 용어를 늘어놓으면서 의료 국가 정책이나 의료 행위에 관해 얘기할 수 있을까, 정 장관은 천재일까?’ 등이다. 다만 이 이슈는 정은경 장관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다. 즉, 보건복지부 장관이 개입하고 주도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지배구조로 비전문가가 특정 영역을 지배하는 위험에 대한 문제를 얘기한다.

자료 1. /출처=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공시한 기금위 회의록을 들여다보면 비전문성에 대한 의문이 확신을 더한다. 특히 회의 출석 위원 면면은 오히려 잘 차려진 정치판 향기가 가득하다. 4차 회의록에 따르면 출석 위원 14인과 기타 참석자 8인이 회의에 참석했다. 의결권 있는 출석 위원 14인 중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7명은 펀드 운용에 비전문가라는 편이 옳겠다. 물론 기금운용본부장 등 기타 참석자인 내부 직원은 운용 전문가들이다. 그러나 기금운용 최종 의사결정기구의 위원장부터 약 50%가 펀드 운용의 문외한이니, 노령연금으로 생계를 의존하는 필자는 이들의 투자 판단과 적합성이 걱정이다.

자료 2. /출처=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이전 기금위 회의에서도 참석 위원의 비전문가 비중이 50%인 것으로 보아 참석 위원 비율은 50% 수준에서 맞추는 듯하다. 선입견일 수 있지만, 회의록 내용도 형식적 진행으로 느껴진다. 특히 ‘운용 현황’ 보고는 번번이 특별한 토론 없이 ‘서면으로 갈음’했다.

자료 3. /출처=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그러나 자료에서 보는 것처럼 ‘운용 현황’ 보고서 내용에는 기금운용을 점검하는 위원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물론 사전에 보고서를 배포한 후 회의에 참석할 수도 있지만, 회의에 의견이 없다는 점 때문에 회의가 형식에 불과하다는 심증이 굳어진다.

자료 4. /출처=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및 한국은행

현재 국민연금이 운용 중인 기금은 올해 4월 말 현재 무려 1671조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의 5월 말 대차대조표 자산 604조원의 2.8배이며, 통화량 M1(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1382조원)의 1.2배나 되는 금액이다. 혹자는 GDP 2677조원의 62%에 국민연금 기금운용 규모가 해당한다고 설명하기도 하는데, GDP는 유량(FLOW)이고 기금운용 규모는 저량(STOCK)이므로 비교가 불가하다. 국민연금 운용 기금 규모도 크지만, 거기에 담긴 돈의 의미는 더욱 막중하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 2138만명, 노령연금 수급자 654만명으로, 대한민국 경제활동 인구(2968만명)와 고령인구1113만명)를 고려하면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전 국민의 현재와 미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국민 경제에 대한 영향력에 비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대한 보호와 지원은 상당히 소홀하다는 생각이다.

펀드 운용은 투자사업의 종합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최대 이슈는 독립성 확보다. 펀드 운용자는 국내외 경제와 시장 및 산업·기업 분석, 이에 따른 투자 전략과 전술, 그리고 리스크 관리 및 자금관리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전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펀드 운용자는 무엇보다 매 순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항한 의사결정을 해야만 한다. 말은 쉽지만, 뛰어난 펀드 운용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물며 국민연금 적립 기금처럼 초거대 펀드 운용은 말해 무엇하랴.

자료 5. /출처=민병덕 국회의원 누리집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의원 주도로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혁 방안 토론회’를 개최해서 눈길을 끌었다. 주제 발표를 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상근 전문위원인 원종현 박사가 맡아 정밀한 개혁 방안을 소개했다. 여러 가지 내용이 있으나 한마디로 요약하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이다. 이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원 박사는 주장했다.

자료 6. /출처=한국투자공사 및 한국투자공사법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이외에 대표적인 국가 책임 펀드 운용기관은 한국투자공사가 있다. 한국투자공사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위탁한 자산을 운용하는데 이른바 국부 펀드다. 한국투자공사의 운용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320억달러, 한화로는 약 355조원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규모의 21% 수준이지만, 한국투자공사는 국민연금 지배구조에 비하여 완벽하게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 법률에 따라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10년 이상 금융 또는 투자 분야 종사해야 하고, 한국투자공사에 위탁한 자산은 위탁자가 운용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자료 7. /출처=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이에 비하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지배구조는 한마디로 거창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투자 전문성을 확보해도 의사결정을 하는 상층 지배구조는 투자 전문성이 미흡하고 각 부처의 정치적 이해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층층시하 지배구조는 국민연금의 국민 경제에서의 중요성으로 면밀한 통제를 하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 정치적 이익을 위해 투자 운용의 전문성을 훼손해도 좋다는 숨은 의도도 엿보인다. 전임 정부 시절인 2023년에는 보건복지부가 검사 출신 기금운용위 상근전문위원을 선임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사실 국민연금을 국민이 얼마나 내고 얼마나 받을 것인가는 정치적인 문제이지만, 기금운용은 완전히 별개의 전문 영역이다. 한국투자공사처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키고 연금 자산 운용을 위탁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를 심각히 생각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