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원죄는 MBK파트너스를 만든 ‘금융위’? [조수연 만평]
‘일자리 창출’이라던 사모펀드 제도 개편 결과는 1만5000명 실직 위기… 14조 자산 김병주의 MBK가 해결해야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뒤 약 20년을 운용하다가 경영 실패로 지난해 3월 회생 절차를 신청한 홈플러스는 이제 1년여 만에 기업 운명의 막바지 갈림길에 다가서고 있다. 그동안 회생 계획에 따라 매각 절차를 진행했으나 여의찮았고, 알짜 사업부인 익스프레스를 NS홈쇼핑에 1206억원을 받고 매각하는 데 그쳤다.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의 수많은 직원은 직장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 홈플러스는 이번 달 4일, 잠정 영업 중단에 들어간 37개 매장을 폐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3000명이 넘는 직원이 실직할 위기에 놓였다. 회생 계획 가결 기한(7월 3일)이 시흘 앞으로 다가오며 법원의 회생 계획 승인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파산절차에 진입하고 전 직원이 직장을 잃을 수 있어 딱한 상황이다. MBK파트너스의 무책임한 경영 행태에 실망한 홈플러스 직원들은 최근 메리츠금융에 긴급 자금 2000억원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들 대주주와 최대 채권자 두 곳 모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직원들은 마지막 구원처인 정부에 대량 실업을 막아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홈플러스 문제 해결을 위해 메리츠금융을 압박했다. 그 결과 메리츠금융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보증을 조건으로 1000억원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MBK가 홈플러스에 투자한 MBK 3호 펀드에서만 약 1조2000억원의 보수를 챙겼고, 이전에 지원했다는 4000억원도 대부분 보증 성격이며, 실제 현금 지원은 김병주 MBK 회장의 400억원 증여에 불과하다는 게 메리츠금융의 주장이다. 이 사달을 불러온 장본인인 MBK가 대주주로서 책임이 미흡하다는 뜻이다. 반면 MBK는 메리츠금융이 홈플러스에 1조5600억원의 1순위 신탁담보권 보유자로, 이미 회수한 2561억원과 함께 대출원리금을 회수할 때 5000억원이 넘는 추가 이익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긴급금융지원을 할 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 청산이 유리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주주와 최대 채권자 모두 팽팽한 입장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긴급금융지원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를 불러온 배경에 사모펀드의 경영 실패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 2018년 9월 사모펀드 제도를 도입한 금융위원회 문서가 눈에 띈다. 당시 금융위가 내세운 사모펀드 제도 개선의 목적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이었다. 홈플러스가 이미 37곳을 폐점하며 많은 국민이 일자리를 잃었고, 나흘 뒤 최종 파산절차 결정 시 1만5000여명이 내쫓길 운명에 처한 상황과 비교하면 금융위와 이를 찬성해 법을 개정한 정치권의 판단력이 얼마나 한심했는지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지난 4월 28일자 <포브스>의 기사(2026년 대한민국 50대 부자)를 보면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은 보유 자산 14조6282억원으로 부자 서열 2위에 등극했고, 메리츠금융 조정호 회장은 4위(11조8208억원)에 올랐다. 홈플러스 직원 1만5000여명의 목숨줄을 쥔 2000억원이 이들 자산의 각각 1.36, 1.69%에 불과하다. 물론 대주주와 최대 채권자 입장이 있겠으나, 이들이 보유한 자산 규모를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냉정히 보면 채권자인 메리츠금융보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해결함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사모펀드는 자본시장법에 규율하는 금융시스템의 하나이고, 이 사달이 벌어진 것은 그들의 경영 무능력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모펀드를 순진한 반려견쯤으로 오판한 금융위와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금융위는 금융정책이 자기모순의 결과를 보여준 홈플러스 사태에 사모펀드가 무도한 탐욕 괴물로 더 성장하지 않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