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증시에 ‘절대로 망하지 않을 종목’은 과연 있을까 [오인경의 그·말·이]

예상 수익 대비 ‘50·100배 이상 거래’ 심심찮게 발견… ‘니프티 피프티’의 교훈 되새겨야

2026-06-26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주가 차별화는 주식시장에 내재된 독특한 습성이다. 미국 증시에서 '절대로 망하지 않을 멋진 50종목'(Nifty Fifty, 니프티 피프티)에 광적으로 열광한 이야기가 그걸 증명한다. 그토록 50종목에 광적으로 열광했던 투기적 광풍은 70년대 초반 오일쇼크가 덮치면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니프티 피프티'를 대표하는 종목들 가운데 고점 대비 70∼90%씩 폭망한 주식들도 여럿 있었다. 제록스(Xerox)와 폴라로이드(Polaroid) 등이 대표적이다.​

니프티 피프티가 각광받던 시기에 많은 투자자는 기업 수익의 70, 80배 또는 100배에 가까운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매수하는 것이 전혀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포브스는 당시의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Nifty Fifty 상승의 이유는 무엇인가? 오래전 네덜란드에서 튤립 구근 가격이 폭등하도록 한 것과 같은 이유, 즉 만연한 환상과 집단의 광기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환상이란, 이들 기업체들은 너무나 완벽하며 따라서 얼마의 대가를 지불하든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이들의 끝없는 성장이 결국엔 당신을 매우 부유하게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명백하게 이 당시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기업체 자체가 아니다. 대신 잘 포장된 어리석음을 마치 현명한 예지인 것처럼 주장한 기관 펀드매니저들의 일시적 광기와 관련되어 있다. 규모가 큰 기업체의 주가가 수익의 50배 이상 되는 것은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쉽게 잊어버린다. -제레미 시겔 <주식투자 바이블>(STOCKS FOR THE LONG RUN) 중에서

최근 국내 증시에서 각광받는 종목 중에서도 어느새 예상 수익 대비 50배 혹은 100배 이상에서 거래되는 종목들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증시 특유의 쏠림 현상과 차별화 속성이 결합하면서 그런 터무니없는 밸류에이션을 점점 더 당연시하는 분위기도 더욱 자주 발견된다. 당장 시가총액 상위 50사의 시총이 코스피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봐도 그렇다. 시가총액이 가장 큰 50개 종목이 코스피 전체 시총의 87.6%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800여개 종목의 시총을 전부 끌어모아도 12.4%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픽=오인경

국내 증시가 대폭등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기 어려웠던 2024년 말 기준으로 되돌아 가보자.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1년 6개월 동안의 시가총액 변화를 살펴보면, 국내 증시에서 얼마만큼 파괴적인 차별화가 진행 중인지를 알 수 있다. 시총 1, 2위를 차지하는 반도체 투톱 종목의 시총은 무려 839.9% 상승했다. 전 세계 어떤 증시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엄청난 상승률이다. 이들 두 종목뿐 아니라 SK스퀘어, 삼성전자 우선주, 삼성전기 등이 포함된 시총 1∼10위에 속하는 종목들의 합산 시총도 607.3%나 불어났다. 그러나 시총 규모가 단지 31위만 벗어나면 그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한다. 코스피 전체 시총 증가율(272.3%)의 5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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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별로 시총이 변해 온 궤적을 영역형 그래프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AI) 특수로 인한 수혜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두 종목이니만큼 이만한 시가총액 폭증이 결코 무리가 아니지만, 여타 종목과의 차별화가 그만큼 극심해지는 부분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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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위부터 10위까지 총액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0개 종목 가운데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나머지 8개 종목은 모두 삼성 아니면 SK그룹 계열사로 채워져 있다. 1, 2위 종목의 시총이 너무 커서 3위부터 8위까지의 변화 폭이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래픽=오인경

시총 11위 이후부터 50위까지 종목별 시가총액 변화는 예상 밖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반도체 투톱으로 끊임없이 자금이 빨려 들어가는 바람에 한때 잘나가던 조방원(조선·방산·원전 관련주) 섹터에 속한 종목들마저 시총이 크게 감소한 모습이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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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 증시에서 시총 상위 50종목이 코스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7.6%까지 치솟았다. 시총 규모가 단지 30위권만 벗어나더라도 시장 평균 수익률에 비해 현저히 낮은 주가 상승률을 보이는 마당에, 시총 50위권을 벗어난 수많은 종목이 얼마만큼 지지부진한 투자 성과를 보일지는 따져볼 필요조차 없을 정도이다. 주가 차별화는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반드시 바람직한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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