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디스커버리 짓누르는 ‘막무가내 배당’… 누굴 위한 주주환원?
배당 수혜 ‘오너 호주머니’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쪼개기 상장도 ‘지주사 할인의 덫’
SK디스커버리는 형식적으로는 기업집단 SK그룹 소속이지만 중간지주회사로서 실질적으로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지배하는 소규모 집단을 거느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분상 계열관계는 아니지만 ‘실질관계에 의한 특수관계자’로 SK디스커버리를 SK그룹 기업집단에 포함한다.
SK디스커버리는 최창원 부회장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약 51% 지분을 가지고 주요 계열기업으로 SK케미칼, SK가스 등 상장회사 4개와 비상장사 7개를 지배하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별도 사업이 없이 이들 자회사의 배당 수익으로 매출을 꾸려가는 완전지주회사다. 이런 SK디스커버리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즉,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KOSPI를 들었다 놨다 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나, 어찌 된 일인지 최창원 부회장이 지배하는 SK디스커버리 주가, 즉 시장 평가는 크게 뒤처지고 있다.
SK디스커버리 주가는 이재명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노력에 힘입어 시장이 폭등하는 가운데서도 박스권에 갇혀있다. 한국 자본시장의 과소평가 요인을 해소하겠다는 공약에 따라 새 정부가 지난해부터 상법 개정을 추진한 이후 지난 주말까지 종합주가지수는 183% 폭등하며 장중 8000포인트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SK디스커버리 주식은 같은 기간 26.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투자자 불만 목소리가 크다. 주식 시장 격언 중에는 상승장을 못 쫓는 주식이 하락장에 더 빠진 주식보다 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SK디스커버리 주식은 지난해 11월 6만830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지만,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현재 5만원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또한 장기적으로 SK디스커버리 주식은 지주사 전환 이후 2020년 주가가 최저점과 최고점을 찍었으나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눌려있고, 지난해 한국 주식시장 할인 요소 해소에 힘입어 그나마 소폭 상승했다.
SK디스커버리 주식의 이상 징후는 과거 5년간 주요 투자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주가자산비율(PBR)은 2025년 말 기준 0.33으로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한마디로 시장이 SK디스커버리 경영진의 경영활동을 자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며 총자산 가치의 67%를 할인 평가한 것이다. 기업의 이익 창출 활동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낮은 수준인데, 2024년에 PER이 일시적으로 높았던 것은 시장이 고평가한 것이 아니고 그해 이익이 극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SK디스커버리의 경영과 영업활동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부정적이고 그에 따라 주가가 정체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경영진의 능력에 대해 시장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강력한 근거이기도 하다. 시장 평가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집단지성의 산물이므로 무시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 필자 생각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먼저 SK디스커버리의 최대주주 지분을 공시자료로 추적하면, 최창원 부회장은 2018년 4월 19일 유상증자를 통해 약 600만주를 취득하며 지배 지분을 21.5%포인트 대폭 늘렸다. 추이에서 보는 것처럼 이후 가족 지분을 틈날 때마다 늘려 현재의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이런 가운데 특기할 만한 것은 최창원 부회장이 지배 지분을 대폭 늘린 이후 SK디스커버리 그룹이 주주환원을 대폭 강화했다는 점이다. 2020년 SK디스커버리 IR 자료의 배당정책을 보면 2017년 인적 분할 이후 배당금을 지속 확대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지난 정부부터 한국 주식시장 부정적 저평가 요인 제거를 위해 주주환원을 강조하고 있는데, SK디스커버리는 일찌감치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배당 확대에 주력했다. 이는 재벌 대부분이 활용한 자사주 마법과 대비된다. 그러나 최창원 부회장의 배당 확대 정책이 일반 주주에게 이익을 적극 배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사실 지분율을 고려하면 배당정책의 대부분 수혜는 소액주주보다 최창원 부회장을 비롯한 지배주주가 챙기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 자료 5에서 배당액과 순이익 추이를 보면 오히려 SK디스커버리는 순이익 추세에 상관 없이 배당을 확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순이익 유보가 성장을 위한 기업의 재투자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이러한 SK디스커버리의 막무가내식 배당정책은 성장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좋은 보약이라도 과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난다. 즉, 투자자가 보기에 성장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주주환원은 오히려 주가 저평가 요인이 될 수 있다.
경영 성과에 구애받지 않는 주주환원 강행과 함께 SK디스커버리의 주가 정체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주요 계열회사의 중복 상장을 꼽을 수 있다. 지주회사와 계열회사의 중복 상장은 기업가치의 중복과 상계 등 복잡한 방정식으로 투자자의 적정 평가를 어렵게 한다. 또한 배당이 주요 수익인 지주회사는 계열회사의 순이익을 배당으로 흡수하고 이를 그룹 전략 부문에 적절하게 재투자하면 긍정적이지만, SK디스커버리 그룹처럼 경영 성과와 상관 없이 배당으로 그룹 외부로, 특히 지배주주 호주머니로 순이익을 유출하면 미래를 기대하는 장기투자 대상으로 SK디스커버리를 투자자가 선택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중복 상장 구조에서 주주환원 강화는 강력한 기업 평가 할인 요인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막중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겸임한 최창원 부회장이 SK디스커버리의 주가 정체라는 수수께끼를 어떻게 풀어갈지 투자자는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