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어린이 세상? 새싹 짓밟는 한국소비자원의 ‘면봉 조치’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승용 완구서 발암물질 나왔는데 ‘권고’로 끝… 중대 재해만큼 어린이 제품 안전도 챙겨야

2026-05-12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5월은 어린이 세상? 새싹 짓밟는 한국소비자원의 ‘면봉 조치’.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5월 가정의달과 어린이날을 앞둔 지난달 28일, 한국소비자원은 어린이용 전동 승용 완구 6개 제품에 대한 품질 비교 결과를 내놓았다. 가격 분포가 최저 23만원에서 최고 40만원까지인 6개 제품은 품질과 안전성, 제품 특성 등 3개 분야에서 비교 분석 대상이었다.

자료 1. /출처=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은 6개 제품 가운데 품질 우수 제품으로 대호토이즈 제품을,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 씨투엠뉴의 전동 승용 완구를 추천했다. 반면 안전성 시험평가에서는 뜻밖의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한 완구회사의 수입 전동 승용 완구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된 것이다. 지난해 10월 1일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이하 어린이제품법)이 개정 시행됐는데, 13세 이하 어린이가 사용하는 물품 등은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안전성 조사(확인)와 안전(확인) 인증을 받도록 했다. 그런데 한국소비자원이 비교 검사한 6개 제품 중 하나가 어린이 안전에 문제를 발생할 부품을 사용한 것이다.

자료 2. /출처=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중견 완구 전문기업 ‘중모토이플러스’가 생산한 전동 승용 완구 ‘AUDI R8’ 제품에서 카드뮴과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검출됐다. 발암물질 카드뮴은 안전기준의 7.5배 초과, 피부 과민 반응과 기도 자극 및 생식기능 이상을 유발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안전기준 5.9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물질 모두 성인은 물론 특히 어린이에게 노출해서는 안 되는 유해 물질인데, 어린이가 전동 승용 완구 놀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접촉하는 주행 조작버튼 커버에서 검출됐다.

자료 3. /출처=한국소비자원

그러나 놀라운 것은 유해 물질 검출을 확인한 한국소비자원의 조치였다. 중모토이플러스의 해당 제품이 시장에 얼마나 판매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리 판매액이 소규모에 그쳤어도 어린이제품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면 부랴부랴 제품 회수, 이용 어린이 건강 상태 조사는 물론 사업주에게 강경한 사법적 조치가 따를 것이라는 추측이 소비자 처지에서는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은 판매 중지, 제품(부품) 교환 또는 환불이라는 ‘권고’였다. 이에 중모토이플러스는 주행 조작버튼 커버의 무상 교환을 진행할 ‘계획’임을 회신했다고 한국소비자원은 비교 보고서에서 밝혔다. 자식을 둔 부모가 보기에 참 놀라운 조치에 까무러칠 회신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 정도면 (솔직히 어디 부서 책임인지 모르겠지만) 정부 당국의 대응이 ‘솜방망이’라는 표현도 과격하고 ‘면봉’ 정도가 적합할 거 같다. ‘면봉’ 수준으로 심각성을 표현한 감독 조치에 사업주는 기왕 적발됐으니 어쩔 수 없이 ‘콧방귀’ 수준 리콜을 ‘계획’ 중이라고 회신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자료 4. /출처=중모토이플러스, 제품안전정보센터

필자는 도대체 어떤 제품인지 확인해 봤다. 중모토이플러스는 2019년 7월 문제의 제품을 출시했으며, 이 회사 홈페이지에도 AUDI R8 제품 내용이 게시되어 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이 제품은 <어린이제품법>상 안전 확인 대상이며, 이에 따른 인증 번호를 게시하고 있고 회사는 공인 기관에서 안전 확인 제품 출시 전인 2019년 4월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제품안전정보센터에서 인증 번호로 내용을 확인하니 현재는 인증 기간이 만료된 제품이었다.

자료 5.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중 관련 조항

<어린이제품법>은 산업통상부령으로 안전 확인 대상을 지정하고 안전 확인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안전 확인의 유효기간은 5년이므로 중모토이플러스의 문제 제품은 2024년 인증 확인 기한이 종료됐고, 다시 재인증 확인을 받아야 했으나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황상 아마 인증 초기에는 주행 조작 버튼 덮개가 없었든지 아니면 유해 물질이 없는 덮개를 사용해서 안전 확인을 통과했을 수 있다. 만일 인증 확인 기한 만료 전에 이 회사가 재인증했다면 유해 물질을 일찌감치 확인했고, 이 전동 승용 완구를 이용하는 어린이 안전은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자료 6.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중 관련 조항

<어린이제품법>은 사업주가 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령은 ‘법 위반 → 수거 권고 → 불이행 시 수거 명령 → 처벌’의 구조로 되어 있다. 즉, 사업주로서는 위법을 저질러도 겁먹을 일이 없다. 즉, 한국소비자원 발표 자료의 조치에서 보는 것처럼 어린이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유해 물질이 검출됐는데도 회사는 ‘권고’와 부품 교체 ‘계획’ 회신으로 그치고 있다.

안전성을 위반해 어린이 제품을 판매할 때, 어른보다 어린이는 직접적으로 건강에 커다란 타격을 받고 평생 불행을 안고 살 확률이 높다. 또한 어린이에 대한 위협은 가뜩이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 성장성 상실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전동 승용 완구 비교 보고서는 어린이 제품의 유해 물질 검출을 사소하게 판단하는 시각이 한국소비자원으로 대표되는 정부와 중모토이플러스로 대표되는 사업주 모두에게서 확인한 사건이라 그 우려는 더욱 크다. 이재명정부가 중대 재해로 희생되는 일반 노동자의 죽음만큼이나 어린이 제품의 안전성도 중요한 이슈로 시각 교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