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쌍두마차가 이끄는 K-증시, 과연 바람직한가 [오인경의 그·말·이]
초대형주 주도 장세, 언제까지 지속될까 (상) 톱10 시총 코스피 전체의 과반, 톱50은 8할 육박… 50, 100위 넘어가면 관심 꺼야 할까
미국과 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한때 6000포인트마저 위태로웠던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다시금 경신하고 있다. 전쟁이 일시적으로 소강 상태로 접어든 데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군을 형성하고 있는 주요 업종들이 다시금 힘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후부터 시작된 역사적인 상승 랠리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AI 수요 확산에 따른 반도체 업종의 초호황부터 내세워야 마땅하다. 그다음으로는 조선, 방산, 2차 전지, 전력 인프라 등에 속한 초대형주들의 맹활약이다. 반도체를 포함한 이들 소수 업종에 속하는 종목들은 탄탄한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선점한 후 시장 내 위치를 점점 더 공고하게 다지고 있다.
이들 업종에 속한 종목들의 주가 상승세는 여타 종목들과 비교해도 뚜렷한 차별성을 지닌다. 그 결과 시가총액 상위 10종목의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위의 커트라인마저 70조4290억원까지 대폭 상향되고, 최상위 10종목의 합산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의 54.5%까지 급증한 상태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상위 10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34.9%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무려 19.6% 포인트나 급상승했다.
현재의 추세로만 살펴보자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시가총액 증가세가 나머지 종목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할 만한 타당한 이유를 당장 찾아내기는 어렵다.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게 흠이라면 흠일 뿐 해당 기업들을 둘러싼 제반 여건과 실적 전망이 여전히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시총 상위 10개사의 시가총액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 변화를 시계열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24년 12월까지 20%대 초중반에 머물렀던 삼성전자·하이닉스 합산 시가총액이 무려 40.6%까지 급증한 게 시총 상위 10개사의 비중을 대폭 끌어올린 직접적인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시가총액 변화를 금액으로 나타내면 한층 뚜렷한 그림을 얻을 수 있다. 2024년 말 대비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에는 시총 1, 2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급증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비중만 급증한 건 아니다. 이들 종목을 포함하는 시가총액 상위 50개사의 비중 또한 크게 증가했다. 이 비율은 오랫동안 70% 전후를 오르내렸지만 이제는 80%에 이를 만큼 늘어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수의 초대형주 종목들에 투자 자금이 더욱 몰리는 까닭이 궁금하다. 어떤 방송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강남 아파트 강세론'에 빗대기도 하던데,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수급 상황부터 전혀 다른데 도대체 서로 어떤 논리적인 연관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시가총액 상위 50개사의 투자 비중이 80% 가까이 육박함에 따라 시가총액 상위 50위를 벗어나는 수많은 종목의 중요성이나 주목도가 조금씩 감소하는 현상도 더러 나타나고 있다. 개인이든 전문 투자집단이든 시장의 관심을 끄는 종목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증시 흐름이 점점 더 대형주 중심으로 흐른다고 하더라도 시총 상위 50위 혹은 100위를 벗어나는 종목군에 대한 관심을 지나치게 억누를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