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면 더 무능, 삼성중공업 최성안 부회장의 ‘이란 제재 모르쇠’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2275억 계약 해지’ 선주, 이란 최고지도자와 연루 의혹… 글로벌 삼성중공업의 ‘정보 확인’ 수준이 이 정도?

2026-04-24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구사일생으로 '이란 제재' 면한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미국과 이란의 참혹한 전쟁이 지속하는 가운데 삼성중공업(대표이사 최성안 부회장)이 최근 큰 고초에 빠질 뻔했다가 간신히 모면하는 사건이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2월과 3월 공시를 통해 2023년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가 발주한 원유운반선 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했다. 계약 해지한 선박은 2척으로 계약 금액은 2275억원이었다. 이에 삼성중공업 측은 이미 수령한 대금과 원유운반선 시장가격 상승으로 2척을 재판매할 때 계약 해지 후 오히려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료 1. /출처=금융감독원 공시

삼성중공업의 공시는 계약 해지 사유를 단순한 대금 미수령으로 밝히고 있다. 계약 해지 후, 인도하지 않은 건조 선박 가격이 올라서 회사 손실을 면했고, 오히려 이익을 예상하니 이해관계자는 안심하라는 해명이다. 그러나 알려진 계약 해지 이면의 사정은 일회성 손실의 회피보다 심각하다. 계약 상대방인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가 사실은 미국이 전쟁 중인 이란 정부와 관련이 있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 통제국의 제재 대상이라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만일 선박 2척을 정상적으로 대금을 수령하고 인도했으면, 미국의 제재 대상 기업으로 등재하고 심각한 영업 타격이 있을 뻔했다. 그야말로 삼성중공업은 계약 해지로 ‘모르는’ 사이에 구사일생의 위기를 모면한 것이다. 다만,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모르는’이라는 구절이다.

자료 2. /출처=네이버증권

삼성중공업 주가는 2023년 1월 최저가를 찍은 이후 상승세를 보였는데, 현 대표이사인 최성안 부회장이 2022년 취임한 뒤였다. 2021년부터 글로벌 친환경, 탄소중립 정책으로 LNG·암모니아 선등 특수 선박 수주가 급증하며 세계 조선업은 3차 사이클에 진입했는데, 이를 보면 조선업에 처음 발을 들인 최성안 부회장은 '자리 복'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후 삼성중공업 주가는 지난해 이재명정부 들어 'MASGA'(미국 조선 재건 사업) 열풍에 역사적 고점을 경신 중이다. 최성안 부회장뿐 아니라 삼성중공업 투자자는 이재명정부 외교 정책으로 큰 선물을 받은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2023년 이뤄진 계약 한 건으로 삼성중공업 실적과 주가는 나락에 빠질 뻔했고, 하마터면 수많은 투자자의 곡소리를 들을 뻔했다.

자료 3. /출처=2025 사업보고서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최성안 부회장은 심각한 상황을 정말 몰랐거나 완벽하게 감추려고 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최근 해지한 계약을 올해 2월 28일 정상 종료한다고 했다. 이때까지 대금 수령액은 누적 1046억원으로 계약 금액 대비 46%에 이른다. 그런데 누적 판매·공급 금액이 계약금의 93%인 점과 비교하면 대금 수령액이 과소해서 이상한 것도 사실이다. 삼성중공업이 대금이 크게 밀려도 이유를 알아보지 않을 만큼 느슨한 계약 관리를 하는 회사일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이뿐만 아니라 삼성중공업이 공시한 대금 미수령 사유와 향후 추진 계획에서도 2월과 3월에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다는 단서는 전혀 없었다. 또한 진행 중인 계약 상대방이 ‘오세아니아 선주’인 곳이 다른 여러 계약에서도 관찰되는데, 상대방을 확인할 수 없어 추가 계약 해지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자료 4. /출처=The Maritime Executive

글로벌 해양산업 전문지 <마리타임 이그제큐티브>의 2월 9일자 첫 번째 삼성중공업 보도에 따르면, 계약 해지와 관련한 중요한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2023년 6월 삼성중공업의 계약 발표 이후 업계에서는 해당 유조선이 아랍에미리트에 본사를 둔 선박 관리회사인 '테오도르 시핑'(Teodor shipping)이나 그 자회사로 마셜 제도(이 지역은 오세아니아에 포함)에 본사를 둔 '코어 라인즈'(Core Lines)와 연관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6월 미국 재무부는 테오도르가 이란 최고지도자와 관련된 거대 해운 재벌의 일부라고 지목했다. 이들은 러시아와 이란의 원유와 석유제품을 밀수출하고 있어서 미 재무부는 해당 기업집단 관련 115개 기업을 제재 대상 목록에 올렸다. 이 가운데 20개 기업과 10척의 선박은 자산 동결했는데, 여기에 테오도르와 코어 등이 포함된다.

자료 5. /출처=미국 재무부

이어 삼성중공업은 테오도르가 미국 제재리스트에 포함한 이후인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계약 상대방을 테오도르에서 '메리트론'(Meritron)으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변경은 미국 제재 회피 목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는 이번 달 15일 메리트론마저 제재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중공업의 계약 상대방은 대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지경에 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중공업은 이처럼 관련 업계가 떠들썩한 가운데에서도 계약 상대방의 '이란 관련성'을 알았는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등장 이후 미국과 이란 관계가 전쟁에 치달을 정도로 악화하는 민감한 시기에, 세계를 무대로 영업하는 삼성중공업이 이란 제재 관련 사실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것은 필자에게는 더 큰 의혹으로 다가온다.

자료 6. /출처=금융감독원 공시

이번 원유 운반선 건조 계약 해지 건이 삼성중공업을 이란 제재 소용돌이에서 ‘눈먼 거북이가 물에 뜬 나무를 잡은, 맹귀부목(盲龜浮木) 꼴로 만들었다’라는 평가가 있다. 계약 상대방 파악에 특별한 노력과 의도 없이 소홀하던 삼성중공업에 행운이 찾아왔던 셈인데, 이번 사건이 마냥 행운으로만 끝날지 의문이다. 지난 6일 공시에 따르면, 원유 운반선 2척의 처분과 점유 이전을 금지하는 소송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송 신청인은 ‘테티스 라인즈’와 ‘가이아 라인즈’인데 기존 발주사의 해외 사모펀드로 추정된다. 이 소송 과정에서 삼성중공업이 무능인지 고의인지를 놓고 여론이 집요하게 확인할 것임이 틀림없다. 당연히 이란 제재 기업에 대한 정보 확인 미흡 책임도 다시 논란이 일 것인데, 최성안 부회장의 길고 긴 태평성대가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