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5889조’ 뒤에 숨은 공매도, ‘83종목’ 손실 주의보 [오인경의 그·말·이]
500억원 이상 잔액 쌓인 종목들, 주가로 상환하려면 20조 가까이 필요… ‘톱20’ 특히 조심
시가총액이 급팽창하면서 공매도 잔액도 동반해서 급증하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한 지난 21일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공매도 잔액은 24조6162억원, 시가총액은 5889조5109억원이다. 시가총액이 워낙 무섭게 급팽창한 데다 공매도 손실마저 급증하면서 공매도 잔액 비율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으로 억제되고 있지만, 종목별 주가 변동성은 예전보다 훨씬 커진 듯하다.
시장별로 살펴보면 코스피 시장에서 17조3418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7조2744억원의 공매도 잔액이 쌓여 있다. 대략 7대 3의 비율인데,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이 훨씬 적기 때문에 공매도 잔액 비율이 상대적으로 코스피 시장에 비해 높은 편이다.
현재 공매도 잔액이 500억원 이상 쌓인 종목은 총 83종목이며, 이들 종목에 대한 공매도 장부금액은 13조2913억원이다. 현재 주가로 전액 상환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19조1977억원이 필요하다. 83종목에 대한 평가손실만 5조9064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들 83개 종목의 공매도 잔액은 시장 전체 공매도 잔액의 75.0%를 차지한다. 공매도 잔액이 500억원 미만인 나머지 1550종목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손실을 입었다고 가정하면 공매도 잔액 전체에 대한 평가손실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종목별 공매도 장부금액이 별도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현재 공매도 잔액 24조6162억원에 대한 장부금액은 17조7202억, 상환 필요금액은 25조5948억, 공매도 평가손실은 7조8746억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공매도 잔액뿐 아니라 공매도 평가손실도 두루 역대급 규모다.
공매도 잔액 상위 20개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특정한 종목들에 공매도 잔액이 극도로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공매도 잔액이 존재하는 1633종목 가운데 불과 20개 종목에 무려 12조7702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이 공매도 잔액으로 쌓여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 평가손실 상위 20개사를 살펴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공매도 잔액이 과다한 종목일수록 공매도 평가손실도 크기 마련이다. 평가손실 상위 20개 종목에서 발생 중인 평가손실만 4조9015억원에 이르며, 공매도 전체 평가손실의 62.2%를 차지하고 있다.
공매도 평가손실이 이토록 급팽창한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주가 급등' 때문이다. 공매도 잔액이 500억원 이상인 83개 종목 가운데 주가 상승률 상위 20개사만 추려봐도 주가 상승률이 최소 200% 이상이다. 두 번째 원인은 공매도 세력이 한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들을 지나치게 얕잡아본 때문으로 판단된다. 공매도 장부 단가가 현재 주가보다 현저히 낮은 종목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공매도 잔액이 급팽창하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현상 가운데 하나는 '웩더독 현상'이다. 공매도 잔액이 수천억 내지 조 단위로 쌓인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면 공매도 포지션을 보유한 투자자는 다급하게 '숏커버'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런 약점을 파고드는 투자자들이 투기적으로 덤벼들기 때문에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초대형주들의 주가 급변동이 자주 발생한다.
시장이 점점 달아오르면서 신고가가 속출하는 동시에 주가 상승률도 과거보다 훨씬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주가와 공매도 잔액이 동시에 급변하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공매도 잔액 500억 이상인 83개사' 가운데 '주가와 공매도 잔액' 사이의 상관관계가 비교적 뚜렷한 종목들만 골라 그래프로 나타낸 자료들이다. 공매도 잔액이 꾸준히 쌓이는 동안에는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종목들도 주가 상승이 본격화하면 공매도 잔액 감소(숏커버)를 동반하면서 주가가 놀라운 상승을 보이는 경우가 많이 관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