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보다 무섭다, K-증시 위협하는 ‘1749조 외인부대’ [오인경의 그·말·이]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상) 증시 폭등 이어질라 치면 거침없이 매도세 돌변… 취약한 수급 구조에 ‘차익 매물’로 발목

2026-03-17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일러스트=클립아트코리아

거침없는 폭주를 계속해 왔던 대한민국 증시가 주춤거리고 있다. 가파른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건 중동 전쟁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꽉 막히니 유가가 폭등하고, 해협을 뚫을 수 있는 마땅한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다. 뜨거웠던 증시를 멈춰 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전쟁이 맞다. 그러나 증시에 참여하는 투자주체들 사이에는 이미 여러 달 전부터 상당한 균열이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전 세계 그 어떤 증시와도 비교하기 어려운 폭등 장세가 외국인 투자자들로 하여금 견디기 어려운 '차익 실현 욕구'를 계속 자극해 왔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보유 규모는 이번 달 13일 기준으로 1749조원에 이른다. 코스닥 시장을 포함한 한국 증시 시가총액의 33.8%에 이르는 규모다. 역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게 지난해 9월 18일이었으니 불과 6개월 만에 745조원이 더 불어난 셈이다. 이만큼 수익이 갑작스레 불어났으니 굳이 차익실현에 나서지 않을 이유도 찾기 어렵다. 특히나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보유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등하면서 보유 주식을 축소하기 좋은 기회가 저절로 열린 측면도 있다.

/그래픽=오인경

외국인 투자자들은 2023년과 2024년에 2년 연속으로 국내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반면 지난해 11월 이후로는 무려 42조7154억원에 이르는 역대급 매도 공세를 펼치고 있다.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 공세는 주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반복적으로 일어나던 매매 패턴이었다. 한국 증시가 ATM(현금 자동인출기)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도 그런 패턴이 꾸준히 반복되어 왔기 때문이다.​

2023년 이후부터 이번 달 13일까지 3년 2개월여 동안의 투자자별 매매 동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주식을 매도하는 쪽은 주로 외국인과 사모펀드와 개인이다. 그 반대편에서 국내 주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투자주체는 금융투자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지는 금융투자의 폭풍 매수세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동학 개미 운동'을 방불케 할 만큼 매수 열기가 대단하다. 코스피 지수가 만년 박스피에 머물다 마침내 '오천포인트'를 달성하고 난 이후 극심한 FOMO에 시달리던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ETF 매수에 나섰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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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는 2023년 이후 지금까지 무려 82조4201억원이나 순매수한 상태다. 지난해 6월 이후 올해 2월까지 그야말로 폭풍 매수세를 주도한 매수 추체는 단연 금융투자였다.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동안 순매수한 규모만 59조5170억 원에 이른다. 금융투자의 매수 재원은 주로 퇴직연금 계좌에서 발생한다. 2024년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규모는 약 43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DC형(확정 기여형)이 약 118조4000억원, IRP(개인형 퇴직연금)이 약 98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퇴직연금 규모가 2019년 말 기준으로 221조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한 해 약 41조8000억원씩 증가하는 장기성 투자 자금이 증시 호황을 틈타 마침내 '머니 무브'를 본격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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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의 왕성한 주식 매수세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너무 가파른 주가 상승으로 막대한 차익을 얻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거침없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주식을 내다 파는 주체는 외국인이다. 지난해 11월 이후로만 42조7154억원가량 매도했다. 코스피가 4000포인트를 넘어선 이후로 한국 주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주식을 내다 파는 주체가 외국인이라는 점은 향후 추가적인 증시 상승을 제약하는 중요한 신호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과거에도 활황 장세의 막바지에는 늘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가 수반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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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은 금융투자로 집계되는 ETF 매매 말고도 증권계좌로 활발하게 주식을 사고판다. 증시가 대세 상승을 막 시작한 지난해 6월 이후 올해 3월까지 개인 매매 동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세 상승 초기부터 따지면 무려 6개월 동안 낮은 시세에 줄기차게 매도하다 코스피 지수가 5천 포인트를 넘어서고 나서야 뒤늦게 가장 적극적으로 매수세로 태세 전환에 나선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뛰어드는 패턴이 늘 후행적인 모습이 이번에도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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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주체별 매매동향을 2023년 1월 이후부터 월별 그래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3년 2개월여 동안 순매수 주체였던 금융투자, 기타법인(주로 자사주 매수), 연기금의 순서로 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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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이후 투자주체별 매매동향에서 '금융투자'만큼 눈에 띄는 투자 주체는 외국인이다. 2023년 11월부터 2024년 7월까지 폭풍 매수세를 지속하던 외국인들은 그 후 9개월 연속으로 순매도를 보인 바 있다. 그 이후로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증시 상승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증시가 폭등을 지속하자 거침없는 매도세로 돌변한 모습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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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살펴본 투자주체들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투자자들은 38개월 내내 순매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신뢰가 매우 낮은 데다가 정부에서도 기관투자가를 육성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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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는 지난해 6월부터 거침없는 질주를 거듭해 오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폭탄 매도 공세와 중동 전쟁의 영향으로 잠시 주춤거리고 있다. 증시가 급등한 이후에야 드러난 취약한 증시 수급 구조(금융투자를 제외하면 뚜렷한 매수 주체 부재),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차익매물 출회, 역대급으로 급증한 신용잔액, 중동전쟁 장기화 우려 등이 한국 증시의 발목을 붙잡는 형국이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가 여전히 호황을 지속하는 데다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등 증시를 계속 부추길 만한 요인들도 여전히 남아 있다. 당분간은 중동 전쟁이 계속 크나큰 변수로 작용할 듯하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투자주체별 종목별 매매 동향을 다룰 예정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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